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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l 21. 2018

영화 <인랑> 후기:
강동원 한효주 조합의 오사용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인랑> 시사회를 보고 왔다. 마침 용산CGV에서 <인랑> 언론시사회를 하는 날이어서, 혹여나 강동원과 한효주의 비주얼을 볼 수 있을까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만남의 시간은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강동원은 모르겠고, 한효주는 꼭 보고 싶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2018년 기대작을 평가할 때마다 영화 <인랑>의 이름은 단골처럼 꼭 등장했다. 나도 올해 초부터 <인랑>의 개봉을 기대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최민호, 한예리 등 이름값 있는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는 영화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어떤 액션과 로맨스로 나의 마음을 달아오르게 만들까. 그 기대감이 점점 부풀어 올랐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영화 <인랑>은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을 실사화시킨 영화다. 원작 애니와는 달리 2029년인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남북문제와 이념갈등을 주 소재로 담는다.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하면서 휩싸이는 혼란과,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간 공안부 간의 치열한 권력싸움을 실감나게 그린 영화다. -2018년 7월 25일 개봉한 영화 <인랑>의 리뷰.        


  



# 기대했던 한효주, 강동원 조합.

솔직히 말해 영화 <인랑>이 재미있었다는 말은 못하겠다. 관객의 평은 제각각일 수 있지만, 이 영화는 기대했던 만큼 실망이 큰 영화다. 아니, 어떻게 한효주, 강동원을 이렇게 쓸 수가 있지. 배신감마저 스멀스멀 올라왔다.    


 

영화 <인랑>은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 거물급 배우들 출연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은 작품이다. 특히 나는 강동원과 한효주란 배우를 좋아한다. <초능력자>와 <전우치> 등에서 보여준 강동원만의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연기를 좋아했었다. 그리고 한효주의 <뷰티 인사이드>는 나의 명작 리스트에 이름을 꼭 올리는 작품이었다. 그런 기대했던 배우들을 영화에서 이렇게 쓸지 몰랐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 기본만 충실해도.

명작들을 보면, 대개 기본에 충실한다. 특히 스토리나 연출에 있어 ‘과하지 않음’을 목표로 삼는 것 같을 정도다. 그런데 졸작들을 보면 꼭 범하는 오류가 있다. 이거저거 다 잡으려다 정작 중요한 ‘기본’을 놓친다는 것. 영화 <인랑>의 김지운 감독은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화려한 액신은 물론, 약간의 공포, 약간의 멜로, 약간의 느와르, 북한문제라는 최근의 이슈 등 모든 것들을 다 잡고 싶었던 듯하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 갑자기 정우성과 강동원이 한창 결투를 벌이다 난데없이 강동원과 한효주가 달달한 장면을 연출하는데, 영화의 흐름이 딱 끊길 뿐 아니라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모두 생략되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특히나 이 둘의 로맨스가 몰입을 너무 깬다. 둘이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거기까지 이어지는 개연성이 너무 부족해서.     



영화 <인랑>은 가장 중요한 스토리를 무시했다. 도대체 반통일 테러단체 ‘섹트’는 영화에 왜 나온 건지. 거창했던 등장과는 달리 그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공안부와 특기대 간의 권력 투쟁도 그렇게 실감나게 와 닿지 않았다. 김무열과 강동원 간의 라이벌 관계는 갑자기 또 무엇인지. 영화는 너무 많은 소재를 건드리려다 보니, 개연성은 자꾸 떨어지고, 내래이션 같은 설명이 자꾸 많아졌다. 그러면서 몰입은 몰입대로 안 되고, 답답함은 답답함대로 났다. 이 영화의 총평은 딱 한마디로 요약됐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영화.’      


    



# 너무 아쉬운 영화.

‘인랑’이 마블의 ‘아이언맨’인지, 아니면 '터미네이터‘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대체 등장은 뭐 이리 요란한 건지, 이게 대체 히어로물인지 알 수도 없었다. 김지운 감독은 딱 강동원, 한효주의 열성팬들만 볼 수 있게, 정말 ’애니틱하게‘ 만들어버렸다.      



실제로 장장 2시간 15분의 영화가 끝나자, 시사회를 보러 온 관객들은 답답함 섞인 탄성을 여기저기서 쏟아냈다. 출구를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평가도 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게 뭐냐.’, ‘기대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공짜로 봤다는 데 안도했다.      



어쩌면 이것이 한국영화의 현실인지 모른다. 최근 마블의 흥행 때문인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일종의 도전인지 한국영화의 SF나 판타지물 도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데 이러한 시도가 너무 어색하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 얼마든지 있는데, 옆의 친구를 따라하려 애쓰는 느낌. 애니메이션에서는 ‘인랑’의 슈트가 멋있어 보였을지 몰라도, 영화에서는 그 숨소리마저 어색하고 오그라들었다. 40키로에 육박하는 강철갑옷을 입고 뛰어다니는데 내가 다 답답했다.      



일본영화에도 일본만의 ‘감성’이 있듯이, 우리나라도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인물 간 표정연기 등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우리에게 딱 맞는 옷이다. 영화 <인랑>은 기대했던 만큼 너무 실망스럽고 아쉬운 영화다. 아직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 이거 하나만큼은 전해주고 싶다. 영화 보고 크게 실망할 수 있다.          



# 본 리뷰는 브런치 [무비패스]의 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7.21.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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