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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ug 24. 2018

[책리뷰]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원래의 나, 내가 되고 싶은 나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게 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나답게 살기로 마음먹었다.’     



책의 뒤표지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이 책은 그가 정치인을 그만두고 자유인으로 돌아와 세상에 처음 내놓은 책이다. 평소 그가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이 나름대로 정리되어 있다. 그것은 크게 삶과 죽음, 놀이, 연대에 관한 것이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인지 유시민의 경험을 적절히 녹아내려 설명했다.      



그는 정치인 생활을 십여 년 했지만 스스로에게 행복한 일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올바른 가치를 위해 투쟁했으나 그 일이 자신에게 맞는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제라도 자기 자신을 위해 행복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그. 정치계를 떠나서도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 몇 년간 활약하더니 이제 그것마저도 손을 떼고 재야로 돌아갔다.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JTBC ‘썰전’에서 떠난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었다. 어쨌든 그의 선택에 존중한다. -2013년 3월 13일 출간된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책리뷰.          





# 글을 참 잘 쓴다.

유시민이 글을 잘 쓴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글을 잘 쓴다. 글이 술술 읽히고, 작가의 의도가 명확히 전달된다. 자칫 어려울 수 있는 내용도 유시민을 거치면 굉장히 쉬워진다. 참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다가 운동권 시절 경찰에 붙잡혀 진술서를 쓰면서 자신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당시 진술서를 쓰면 매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것을 피하기 위해 하루에 백 장 이상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혹독한 스파르타식 글쓰기 훈련을 했다고 자평했다.    


       


# <어떻게 살 것인가> 속 좋은 글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국제 가수 싸이, 은반의 여왕 김연아, 백신 박사 안철수, 밀리언셀러 작가 혜민 스님, 국민 미남 장동건도 부럽지만 열등감은 없다. 그들은 각자 자기의 나무를 오르고 있을 뿐이다. 나도 적당한 나무를 골라 오르면 된다. 그게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가 아니면 어떤가. 내게 맞고 오르는 것이 즐거운 나무라면 된 것 아니겠는가.      





누구도 타인에게 삶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대신 결정해줄 수 없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건 나름의 답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삶은 훌륭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돈과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의미를 모르는 삶은 비천하고 허무할 뿐이다. 숱한 고난을 받고 살다가 모진 핍박을 받아 죽을지라도, 스스로 뚜렷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다면 훌륭한 인생이다.     





자기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년은 아기가 아니다. 넘어져 무릎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상처를 입어도 혼자 힘으로 일어나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야 비로소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내 나름의 ‘비법’이 있기는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거리감’이다.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갑작스럽게 찾아든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상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색깔과 맛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다. 그럴 때 사랑은 싹 난 감자처럼 아린 맛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와의 영원한 작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리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깊게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진보주의와 보수주의에 대한 ‘생물학적 접근법’을 좋아한다. 생물학적 접근법에 따르면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이러한 의미의 진보주의자는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또는 덜 자연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한다.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사업이다. 스스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강제할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의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확신의 바탕 위에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쓸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소위 ‘진리의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생에도 정치에도 확정된 진리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으로서 나는 세상의 부조리와 설명할 길 없는 불운을 일어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이것은 좋은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다.       


    



#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

이 책에 대한 나의 개인적 견해보다도 이 책에 담겨 있는 좋은 구절을 소개하는 것이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책인 만큼 어느 책보다 발췌를 많이 해왔다. 하나같이 다 좋은 글이다. 이 책은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당신의 시각이 한 층 넓어질 것이다. 




2018.08.24.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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