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Sep 01. 2018

[책리뷰]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는 평소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 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의존을 했거나 상대방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 될 것이다. 나이로 따지자면 십대 청소년들이나 이십대 초반 대학생들에게 더욱 도움 될 책이다. 아직 인간관계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면 이 책에서 방법적으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는 방법이라거나 싫어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방법에 대한 심리상담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몇몇 정보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를 지나치게 방법론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어서는 반감이 든다. 회사 생활 같은 일적인 관계에서는 관계 기술이 요구될 수 있으나 일반적인 관계에서는 사실 그러한 기술 따위가 필요하지 않다. 다 자기의 성향대로 자신과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지, 기술을 배운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도 결국 상처받다 보면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 정도를 스스로 찾아가게 되어있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관계의 절대 법칙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이 한 가지 간과한 점은, 한 사람의 고유한 성향을 너무 쉽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 성향이 그렇게 동전 뒤집듯 바꿀 수 있는 것이던가. 부족한 점이란 걸 알면서도 별 도리 없이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을. 이것만 하면 만사형통,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은 다소 위험해 보인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쉽지 않다. -2018년 8월 30일 출간된 인간관계 도서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 리뷰.         


 



# 관계문제를 수학공식처럼.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최고의 심리 상담가 ‘네모토 히로유키’다. 직업에서 느껴지듯 따듯한 느낌이 전해진다. 뭔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깊이 공감하며 상처를 어루만져 줄 것 같다. 나도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지난번에 받은 [니케북스]의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처럼 심리 상담가만의 깊은 고찰이 묻어나는 책처럼 보였다. 참고로 <오늘 하루가 작은 일생>도 일본 심료내과 전문의가 쓴 책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책의 내용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공감보다는 철저하게 기술에 중심을 둔 책이었다. 저자는 관계 문제를 수학공식처럼 풀려는 경향이 있다. 타인 때문에 심리적 문제를 겪었을 때도 타인과 거리를 두면 된다고 아주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마치 산수 문제를 풀듯 모든 문제가 저자에겐 너무 쉬워 보였다.     



그런데 알다시피 관계 문제가 어디 그처럼 쉽기만 할까. 거리를 두면 된다고 머리로는 알아도 막상 부딪치면 항상 똑같은 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사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향을 저자는 고려하지 못한 듯하다. 관계 문제는 산수 문제처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러한 문제가 또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어떠한 스킬을 배웠다 해서 완전히 새로운 나로 변신하는 게 아니라 스킬과 상관없이 관계의 적정선이 어디인지 살면서 스스로 맞춰가는 것이다. 이 점을 심리상담가가 정말 모르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이 책은 그저 뻔한 자기계발서일 뿐이다.          





#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앞서 말했듯 한 인간의 고유한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자신의 성향은 좁고 깊은 관계인데 꿈꾸는 건 넓고 많은 관계라면 당연히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옷에도 다 자기에게 맞는 옷이 있듯 관계의 사이즈도 사람마다 맞는 정도가 있다. 일단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나에 대해 알아야 한다. 나를 아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평생 살아도 나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다반사다. 흔히 착각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잘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과 잘 맞는 것은 서로 완전히 다르다. 원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과 관계없이 바람이 섞여 있는 것인 반면, 잘 맞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면 관계에 따른 스트레스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 기술보단 공감을.

인간관계 문제에 있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끔 유도하는 편이 좋다. 관련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너와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은 참 많고,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니 그러한 고민은 살아가면서 당연히 겪는 것이고 유난 떨 필요도 없다. 힘들겠지만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알려고 노력해봐라. 결국 알껍질을 깨고 나오는 건 너 자신이다. 내가 이러이러한 점에선 도와줄 수 있으나 너도 이러이러한 점에선 노력해봐라. 라고 말해야 관계 문제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아마 책이 팔리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해야 약을 팔 수 있는 거니까. <나는 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까>는 내게 너무 아쉬운 책이었다.          


 

# 본 리뷰는 [비즈니스북스]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9.01.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