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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22. 2018

이도우 소설가의 로맨스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백마 탄 왕자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고 해도 그가 굳이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조건이 딱 들어맞는 사람도 없다. 이 조건이 만족스러우면 다른 조건이 아쉬운 게 사람의 불완전성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를 살펴보면 사실 딱히 없다. 그냥, 이란 대답이 그나마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아무리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 봐도 사랑은 결국 육체가 느끼는 것이므로 이성이 낄 자리는 없다. 내 몸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것이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은 이해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이도우 소설가의 베스트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9년 차 라디오작가 공진솔과 피디 이건의 사랑을 담은 로맨스소설이다. 둘의 사랑은 불처럼 뜨겁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읽는 내내 내 가슴에 불을 지폈다. 누구의 편도 쉽사리 들을 수 없고, 인물들이 내뱉는 말들이 나를 향한 것처럼 가슴에 하나둘 꽂혔다.    


  

최근 6년 만에 꺼내 놓은 신작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예전 작품인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등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이도우 소설가의 대표작이자 베스트셀러였다. 그녀의 소설 세계에 더욱 깊이 빠지고 싶다면 이 책을 절대 빠뜨려선 안 된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가 시골의 사랑을 담았다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도시의 사랑을 담았다. -2007년 10월 11일 출간된 로맨스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책리뷰.          





# 인물이 살아 숨 쉰다.

이도우 소설가의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 같지 않다. 현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고 온 것 같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인물들의 성격을 너무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소설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 정도면 이도우의 소설을 ‘믿고 보는 것’이라고 칭할 만하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 이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까지 깊은 인상을 받았다. 2012년 발간한 <잠옷을 입으렴>도 얼른 읽고 싶어진다.     


     



# 현실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은 공진솔, 이건 둘 중 누구에게 더욱 공감하며 읽었을까. 사랑을 먼저 고백하지만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 금세 마음을 접으려 한 공진솔. 사람의 마음을 흔들기만 하고 기다려 달라고만 말하는 우유부단한 이건. 둘 다 분명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인물이다. 둘 다 약간의 허점을 드러내지만 그 인물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기도 했다.      



처음엔 이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공진솔에게 호감을 표하고 먼저 다가간 사람이 누군데, 정작 공진솔이 먼저 고백하니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니. 이건 뭐 ‘어장’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 생각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면 공진솔에게 접근해선 안 되었다. 자신의 감정에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여기저기 싸질러선 안 되었다. 그건 철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언제 옳은 대로만 행동하는 동물이었던가. 늘 이해할 수 없는 허점을 지니고 살아가는 게 인간이었다. 이건처럼 나도 살아오면서 참 많은 허점을 드러냈다.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은 행동이 정말 많았다. 조금만 화를 참고 그 일촉즉발의 순간을 벗어났다면 아버지와의 불화를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것들. 이건처럼 한 여자를 잊은 건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여자가 좋아질 수도 있는 거였다.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더욱 소설에 공감하고 깊이 빠졌던 건지 모르겠다.      



처음엔 공진솔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한 건 공진솔이었다. 먼저 좋아했으면서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이 표현해주길 바라는 건 과욕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돌아설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행동이었다. 그럴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사랑을 고백한 것 아니겠는가. 고백하는 순간 상대방도 자신을 좋아하길 기대했다면 고백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상처받기를 꺼린다. 나도 상처받는 게 극도로 두렵다. 그런 걸 이겨내야 사랑하는 여자를 쟁취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차라리 상처받는 것보다 그 사람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겠다. 그만큼 공진솔의 나약함도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 신작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지난 리뷰가 바로 이 책이었다. 혜천에서 펼쳐지는 담백하고 정겨운 사랑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어서 읽자마자 같은 저자의 베스트셀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주문했다. 이도우 소설가의 소설은 특별한 마력이 있었다. 독자를 어떻게 끌어들여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의 소설을 따라 혜천으로 갔다가 라디오국으로 갔다가 하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너무 친절해서 소설 속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이곳에 지난 리뷰를 공유해놓겠다.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속 좋은 글귀.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 꼭 추천하는 책.

읽을 만한 책 어디 없냐며 찾고 있었다면 이 책 읽기를 권유한다. 이 책을 읽었다면 최근에 나온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추천한다. 둘 다 이도우 소설가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녀의 소설은 이야기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다. 인물들이 영혼이 되어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아, 그곳은 내 가슴 속인가 보다. 공진솔과 이건은 영원히 내 가슴 속에 거주하며 서로 사랑할 것이다. 오늘의 추천도서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꼭 읽어보기를 다시 한 번 권유한다. 




2018.09.22.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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