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책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Sep 29. 2018

에세이 <짝사랑 계정>
짝사랑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책




짝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그 감정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지. 한 번 짝사랑에 빠지면 하루 온종일 그 사람에게서 헤어날 수가 없다. 나의 하루에 나는 없고 그 사람만 존재한다. 그러한 마음이 때로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기도 하지만 짝사랑이란 대체로 몹시 애타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메신저의 답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해석해가며 사소한 답장에도 크게 환호하거나 상심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것이지만 되도록 애타는 그 시간을 피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런데 여기 짝사랑하는 순간을 즐기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을 ‘을 전문’이라고 정의하며 사랑을 퍼주는 것에 큰 기쁨을 누리는 사람. <짝사랑 계정>의 송은영 작가는 짝사랑하는 세상 모든 이의 마음을 따듯한 말로 위로하고 있다. 짝사랑하는 것이 큰 기쁨이자 축복이라며 그 애타는 마음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탈바꿈시켜주고자 했다. 그 마음이 너무 따듯해서 짝사랑을 아픔이라 생각하는 내게도 그 온기가 전해졌다.     



송은영 작가의 <짝사랑 계정>은 지난 9월 7일에 정식 출간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아무래도 신인 작가이다 보니 책 홍보 과정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메일을 통해 간절하게 리뷰를 제의하시는 그 따듯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었다. 이런 따듯한 책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좋은 책을 선물 받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송은영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18년 9월 7일 출간한 <짝사랑 계정> 책리뷰.     


     



# 작가의 짝사랑 감성.

무엇이든 팔자가 아닌 게 없다만 짝사랑도 확실히 팔자다. 짝사랑할 팔자는 줄곧 짝사랑만 한다. 연애로 이어지거나 상대방이 먼저 고백해오는 경우는 드물다. 연애로 이어지더라도 금세 깨지기 일쑤다. 내가 그렇다. 나도 짝사랑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경력자(?)다. 늘 혼자 먼저 좋아하고 집적대다가 끝이 난다. 그런데 나는 그 짝사랑하는 순간을 너무 힘겨워 한다. 아무 결론이 나지 않은 불확실한 순간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거절이 인연의 끝을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괴로운 순간에서 도망친다. 내가 짝사랑하는 상대를 내팽개쳐 버린다. 짝사랑하는 순간에는 나는 언제나 비겁한 도망자였다.     



그런데 작가 송은영은 나와 다른 것 같다. 그녀는 짝사랑하는 순간을 누구보다 즐기는 것 같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아 힘들어 하면서도 어떻게든 그 마음을 얻어 보려고 애쓰는 것 같다. 그녀는 멋진 사람이다. 누구나 호의를 받고만 싶어 할 때 그녀는 그것을 상대방에게 먼저 줄 줄 아는 사람이다. 나도 그녀처럼 짝사랑하는 순간을 즐기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나에게 짝사랑은 괴로움일 뿐이다. 그래서 약간은 그녀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작가의 감성은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진솔하다. 조금만 소홀하게 다뤄도 금방 깨질 것 같은 투명 유리잔 같다. 나도 그랬다. 한때 나도 작가만큼이나 진솔한 감성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이젠 그런 감정이 느껴지더라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가 두렵다. 자꾸 숨기게 된다. 그런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건지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한다. 솔직한 게 좋은 거라는데 솔직한 감정을 얘기해서 상대방이 나를 떠나간 적도 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친 적도 꽤 있었다. 또 상대방과 순간의 감성이 어긋날 때 그 겸연쩍음이란,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     



어쨌든 내게 짝사랑이란 아픔이다. 이제 그것은 결코 긍정적인 심상이 아니다. 그래서 짝사랑을 대하는 작가의 따듯한 감성이 마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짝사랑이 내 팔자라 할지라도 이제 그만 짝사랑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 그게 무리한 소망일까.          




# <짝사랑 계정> 속 좋은 글귀.




# 어려운 상대     


제가 너무 어려운 상대를 좋아하나 봐요.

쉬운 상대도 있나요?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는 쉬운 사람이면 좋겠어 내가. 우리가 서로 마음끼리 닿는 사이라면 그 사이에서 나는 늘 쉬운 사람으로 있을게.     


그러니 언제든 전화해.

두 팔 벌려 너를 안아줄 테니.     


     



가만 보면, 물건도 사람도 내 곁에 머물 수 있는 정해진 시간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떨쳐내려고 해도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면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들 말이다.      


우리가 몇 번이나 헤어짐을 반복했으면서도 또다시 만남을 택했던 이유도, 어쩌면 서로의 곁에 머무를 시간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첫 번째.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

두 번째. ‘사랑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생각나는 것.’

세 번째. ‘사랑은, 그 사람의 영화, 음악, 책 취향을 따라 하고 싶은 것.’          





끝으로, 역시나 여전히 사랑을 모르겠다면

그 사람을 떠올리며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된다.

     

약간의 미어짐과 두근거림이 있다면,

그거 아마 사랑 맞을 것이다.      


    



# 짝사랑해본 사람이라면.

날씨가 선선해진 요즘,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짝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시인 듯 에세이인 듯 짧은 글귀가 마음을 콕콕 찌른다. 가을, 짝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누군가 마음에 품고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조심스레 마음을 고백해보자. 그리고 그 사랑이 꼭 이루어지길 내가 간절히 빌어주겠다. 이번 가을, 송은영 작가의 <짝사랑 계정>과 함께해보시라.    


      

# 본 리뷰는 송은영 작가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09.28.

작가 정용하

매거진의 이전글 이도우 소설가의 로맨스소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