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실 널 좋아해.’ 좋아하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야 그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지 늘 그 방법적인 것을 고민하지만, 사실 우리가 듣고 싶은 고백은 약간 서툴러도 진정성 있는 말 한마디다. 번지르르한 표현에 넘어가는 게 아니고 그 진정성 있는 한마디에 우리의 마음이 동하는 것이다. 에세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에세이는 소설과 다르게 그럴듯한 표현보다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에 더욱 혹한다. 작가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우리처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 지점에서 우리는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에세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그러한 인간적인 모습이 부족했다.
글은 굉장히 좋다. 역시 소설가답게 풍부하고 정확한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을 굉장히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 놓았다. 그러나 나는 역설적으로 그 점이 아쉬웠다. 과연 정말 작가가 그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황을 재구성을 한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작가처럼 그 상황을 그렇게 정확하게 그려낼 수가 없었다. 인간의 기억력이 아무리 좋아도 말의 토씨 하나까지 세세하게 기억할 수는 없었다. -2018년 9월 22일 출간한 에세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책리뷰.
그러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졌다. 모든 글들이 마치 소설의 한 토막처럼 느껴졌다. 상황을 묘사하느라 정작 작가의 감정이 빠져 있었다. 작가는 중간 중간 엄마와 통화했던 것을 구어체로 그대로 실고 있는데 이마저도 그 사실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통화를 녹취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꽤 긴 대화를 정확하게 실을 수가 있겠는가. 작가는 상황을 묘사하는 데만 너무 힘을 쏟은 듯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제목의 부적절함’이다. 제목은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인데 내용은 사랑 이야기보다 양육과 여행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목은 화려한 싱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정작 작가는 결혼 후 행복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다. 모순이 가득하다. 작가의 사랑 이야기는 기억될 만한 게 없었다. 차라리 양육이나 여행 쪽으로 제목을 잡았다면 더욱 적절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나와 공감대가 부족해 흥미를 더욱 느끼지 못한 것일 테다.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신혼부부나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보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나는 두 입장 다 아니다 보니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했다. 특히 작가는 굉장히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툭하면 외국에서 몇 달씩 체류하고 그랬다. 직장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 그리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나는 집-일-집-일에 굉장히 만족감을 갖는 스타일이라 작가의 역마살을 공감하지 못했다.
쓰다 보니 책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견해를 남기게 되었지만 글 자체는 무척 훌륭하다. 읽으면서 ‘역시 소설가다.’ 라는 생각을 자주 품었다. 비문이 거의 없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이 전부 머릿속에 그려졌다. 단편소설의 토막으로 여긴다면 아주 훌륭한 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무척 공감하며 읽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에세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는 나와 맞지 않는 책이었다. 괜찮은 책이었는데 아쉽게 생각한다.
지난 9월 22일 정식 출간한 김서령 소설가의 에세이 <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신혼부부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본다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풍부하고 정확한 표현에 푹 빠져보시라.
# 본 리뷰는 [허밍버드]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10.04.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