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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11. 2018

<그래서 이제 뭐 하지?>
펜팔 만나러 떠난 세계여행기



20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워킹 홀리데이’의 꿈을 꾸어봤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타국에서의 삶을 한 번쯤은 동경하게 된다. 그러나 그 꿈을 막상 실행에 옮기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금전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가족, 친구, 생활을 다 제쳐둔 채 떠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반년간의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한 달간의 유럽여행으로 대신하곤 한다. 물론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세계여행이라니. 세계여행은 죽기 전에 한 번쯤 꼭 이뤄보고 싶은 막연한 꿈같은 것이다. 일명 ‘버킷리스트’다. 그것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어려워지고 나이가 어리다 해도 감히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해외여행이라고는 가족과 패키지여행으로 떠난 태국여행이 전부였다. 비록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줄레줄레 따라다니긴 했지만 나에게도 해외여행의 첫 느낌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래서 이제 뭐 하지?>의 장찬영 작가는 세계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스물네 살 때 다녀왔다고 한다. 무려 작가는 1년 6개월 동안 가족 곁을 떠나 있었고 5대륙 23개국을 돌았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펜팔친구 만나러 떠난 세계여행기 <그래서 이제 뭐 하지?>는 어떻게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부터 어떤 나라를 돌았고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그리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의 생활은 어떠했는지까지 전반적인 것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해외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작가의 여행기가 대리만족으로 작용했고 어떤 어려움과 난관이 있었는지 간접적인 체험이 되었다. 평소 세계여행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하단에 그의 블로그 링크를 남겨두겠다. -2018년 9월 17일 출간된 장찬영 작가의 <그래서 이제 뭐 하지?> 책리뷰.          






# ‘무언가 다른 삶’을 살고 싶었던 어릴 적 꿈.

“두고 봐. 너도 결국 똑같은 삶을 살 거야.”

어릴 적 어른들에게 이러한 말을 듣는 것이 끔찍하게 싫었다. 왜 그렇게 나약한 소리를 내뱉는 것인지 답답했다. 인생의 주인은 자신에게 있고 인간은 누구나 주체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마치 다른 사람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듣기 싫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어도 나는 그들이 말하는 삶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냥 ‘무언가 다른 삶’.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고 믿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남들과 같은 일반적인 삶을 꿈꾼다. 남들처럼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가족을 꾸리는 삶을 동경한다. 그것의 가치를 느꼈다.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꿈이 바뀐 건 아니었다. 내가 사는 삶이 어떠한 삶이든 그것은 ‘무언가 다른 삶’이었다. 나의 삶이었기에 다른 이들의 삶과 다른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다 하더라도 나와 타인의 삶은 달랐다. 예전에는 막연히 무언가 ‘다른 삶’을 꿈꿨다면 지금은 확실한 ‘다른 삶’을 찾게 되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평범하고 일반적인 삶이었다.      



장찬영 작가가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이러한 ‘무언가 다른 삶’에 대한 욕망이 있었다. 남들과 다른 열정적이고 짜릿한 삶을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것이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느낀 것은 세계여행만으로 다른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삶이라는 것은 스스로 정의내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것이 다른 삶인지 알지 못한 채 막연한 꿈만 꾼다면 그 누구도 답을 내려주지 않을 것이다. 내가 어떠한 삶을 동경하고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 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사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 아쉬움-에피소드의 디테일.

해외여행이라곤 태국여행밖에 못해본 나로서는 세계여행 중에 일어난 일들이 몹시 궁금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에피소드의 디테일’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집트에서는, 프랑스에서는, 콜롬비아에서는, 일본에서는. 궁금한 게 투성이였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려고 하면 금세 다른 쳅터로 넘어갔다. 분명 작고 소소한 일부터 위험천만 일까지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 책에 충분히 담기지 못한 느낌이었다. 느낀 점만 기술하기보다 그때의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갔다면 책에 대한 재미가 훨씬 풍부했을 것이다. 그런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여행한 기간에 비해 책에 실린 사진의 수가 너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이외에도 사진이 차고 넘칠 텐데 소개된 사진의 수는 너무 적었다. 글은 재밌었지만 시각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 여행은 두렵고, 일상은 재밌다.

많은 사람들이 긴 휴가만 주어지면 해외여행을 떠날 궁리를 한다. 바쁜 일상에서 쌓인 극도의 피로감을 여행으로 한 번에 날려버리길 희망한다. 자주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생활수준이 올라갔다는 것도 있지만 현대인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안고 살아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행을 떠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나는 여행에 대한 욕망이 별로 없다. 내게는 여행이 오히려 피로였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고 사람 많은 곳에 가야 한다는 것이 별로 즐겁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타국에 대한 궁금증이 내게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휴식이란 집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몸을 뒹굴 놀리는 것이고, 주변 지인과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술 한 잔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일상을 끌어갈 힘을 얻었다. 일상이 재밌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규칙적인 일상이 주는 안정감을 사랑했다.      


나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편 같다. 해외여행을 떠난다 생각했을 때 세계적인 명소를 보고 느끼는 감동보다 혹시나 신변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떠올랐다. 그렇기에 작가 장찬영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어찌 됐든 그는 세계여행이란 대단한 프로젝트를 이뤄냈다. 나는 <그래서 이제 뭐 하지?>에서 최고의 간접 경험을 했다. 나도 외국 펜팔 친구를 사귀어 그들을 보기 위해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한 경험이 될까.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 본 리뷰는 작가 장찬영의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2018.10.11.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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