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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26. 2018

영화 <안시성> 후기:
화려한 전투신은 진짜 최고다!



88일간의 전투. 고구려의 운명을 건 마지막 관문, 안시성 전투. ‘전쟁의 신’이라 불리었던 당나라 태종 이세민(박성웅)의 15만 군대는 고구려를 멸망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고구려 영토를 밀고 들어왔다. 앞서 전쟁의 명분을 주었던 연개소문(유오성)의 군대는 당나라 군대를 막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제 안시성만 무너뜨리면 고구려의 ‘심장’ 평양성을 눈앞에 두게 되는데, 과연 고구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 <안시성>은 고구려 역사를 영화화 시킨 최초의 영화다. 그간 고구려의 역사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져 역사적 기록이 부족하단 이유로 영화 제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 그 전에 2011년 개봉한 영화 <황산벌>이 있긴 했으나, 고구려보다 신라의 역사를 다룬 것이라고 봐야 했다. 그만큼 영화 <안시성>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안시성주’ 양만춘(조인성)의 기록이 국내에 거의 전무해 실존했던 인물인지조차 파악이 어렵고, 그나마 존재하는 기록도 중국에 있어 자료를 수집하는 데 여러 가지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영화 <안시성>에 출연하는 인물들도 양만춘을 제외한 사물(남주혁), 추수지(배성우), 파소(엄태구), 백하(설현), 풍(박병은), 활보(오대환) 등 모두가 가상인물일 정도로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게 어려움 속에 탄생한 영화 <안시성>은 쏟아졌던 우려와 달리 굉장히 안정된 연출력과 화려한 전투 장면으로 영화의 재미를 폭발시켰다. 영화 <안시성>은 재밌다. 괜히 추석 연휴 동안 영화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추석 영화판에서 굳건히 정상에 서 있었다. 220억을 투자한 영화 <안시성>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600만 명이라 하는데, 과연 그 고지까지 오를 수 있을지 우리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2018년 9월 19일 개봉한 영화 <안시성> 후기.     



영화 <안시성> 예고편





# 안시성주 양만춘 ‘조인성’의 변신.

우리가 떠올리는 역사 속 ‘장군’의 이미지는 어떤 것일까. 호랑이 같은 무시무시한 체격. 좌중을 울리는 중후한 목소리. 장난이란 모를 것 같은 냉정한 눈빛. 그 눈빛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극도의 카리스마. 뭐 이런 것들이 아니겠는가. 명성을 날린 역사 속 전쟁 영웅들은 대개 이러했다. 그러나 안시성주 양만춘은 달랐다.      



나는 처음 조인성이 양만춘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과연 그가 그 역을 소화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조인성의 이미지와 ‘장군’의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그간 조인성은 ‘재벌 2세’ 역을 도맡아 해온 대한민국 대표적인 미남 배우였다. 그런 그가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심스러웠다. 혹시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편견’이었다.      



영웅의 이미지가 꼭 무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을 영화 <안시성>에서 확인하였다. 안시성주 양만춘은 안시성 사람들에게 늘 따듯하고 인정을 베푸는 지도자였다. 권위를 내려놓고 아랫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그런 역할에 조인성을 캐스팅한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나는 본다. 위엄이 필요할 땐 적당히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가벼워야 할 땐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지도자의 모습으로 적격이었다.         


  



# 거대하고 화려한 전투신.

영화 <안시성>에서 보여준 전투신은 규모 면이나 연출 면이나 그 어느 영화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굉장히 놀랐다. 아니, 언제 한국영화가 이토록 발전했지. 지금까지 소규모 전투 구현에 있어서는 늘 수준급의 실력을 발휘했지만, 영화 <안시성>이 보여준 만큼 대규모 전투에서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언제 CG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지, 당나라 군대 15만 명이 몰려오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로 구현이 잘 되었다.      



아무래도 영화의 스토리는 단조롭고 예상 가능하다. 당나라 15만 군대는 쳐들어오고 안시성 5천 병력은 그것을 막는다. 처음부터 전투 장면에 모든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고, <안시성>연출진은 그것에 사활을 걸었다. 영화의 성패가 걸린 가장 중요한 추였다. 그러나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전투신에 100점 만점 95점을 줄 만큼 훌륭했다고 평가한다.           





#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

영화 <안시성>은 뛰어난 연출력뿐 아니라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력 또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명품 조연들이 다수 스크린에 등장한다. 자타공인 최고의 조연 배우 반열에 올라선 배우 배성우. 말이 필요 없는 명품 배우 성동일.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엄태구.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한 아이돌 출신 배우 김설현. 쏘아보는 눈빛이 매력적인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 중국어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한 배우 박성웅 등. 그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도 영화의 좋은 볼거리가 되었다.      


     


# 영화 <안시성> 명대사.




양만춘: 넌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나.      


    



# 연휴 때 꼭 보자!

이번 추석 연휴의 영화 판도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히 치열하다. 한국영화 <안시성>과 <명당>, <협상>과 <물괴>와 외국영화 <더 넌>과 <서치> 등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영화 <안시성>이 경쟁을 이기고 독주하고 있다. 입소문이 서서히 퍼지면서 흥행 속도 또한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관객들의 선택이 <안시성>으로 향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고구려의 역사를 다룬 첫 영화이기 때문에 그것이 관객들에게 신선함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그간 고구려 역사를 다룬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만춘이라는 인물을 교과서를 통해 알고는 있으나 그 시대적인 배경이나 자세한 전후 사정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시대에 대한 궁금증이 영화 <안시성>을 선택하게 만든 주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안시성>, 개인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본다.




2018.09.26.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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