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서 휴식을 찾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분위기 좋고 조용한 공간에서 주로 휴식을 찾는다. 그곳은 안락한 내 방안이 될 때도, 집 근처 카페가 될 때도, 조용한 공원 벤치가 될 때도 있다. 나는 늘 소음으로 넘쳐나는 도심 속에서 조용한 공간을 갈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인적이 드문 곳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예 없으면 또 외로움이 몰려왔다. 사람은 적당히 있으나 서로 신경 쓰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공간. 사람 냄새가 나지만 소음이 적은 곳. 그러한 곳에서 나는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영화 <심야식당>의 심야식당은 내가 꿈꾸던 그러한 공간이었다. 아늑하고 고즈넉한 공간에서 마스터가 내어준 음식을 조용히 음미하면서 퇴근 후 여가를 즐길 수 있다면 하루의 피로가 모두 날라 갈 것 같다. 그러한 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일상의 스트레스는 축적되지 않고 그때그때 해소될 것이다. 영화를 보고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처럼 아늑한 공간의 주인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반복되는 일상이 주는 안정감을 좋아한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해주는 삶을 살고 싶다.
영화 <심야식당>은 아베 야로의 동명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드라마 <심야식당>의 극장판이다. 드라마 시리즈는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심야식당>은 2015년 SBS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나 연출·연기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국내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지 못했다. 영화는 현재 2편(2017)까지 개봉된 상태다. -2015년 6월 18일 개봉한 영화 <심야식당> 리뷰.
영화 <심야식당> 예고편
열 명이 채 들어서기 힘든 비좁은 공간. 정해진 메뉴도 없이 오로지 마스터의 기분에 따라 만들어지는 음식. 남들은 퇴근하는 그 시간에 마스터는 심야식당을 연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까 싶은 후미진 심야식당에 단골손님들은 오늘도 그곳을 찾아간다. 무언가 그곳에 가면 내가 어떤 몰골을 하고 있더라도 완전히 받아들여질 것 같다. 실제로 심야식당은 조폭도 동성애자도 스트립쇼 여자 무용수도 실연당한 사람도 보통의 손님처럼 대하고 음식을 내어준다. 나에게도 이러한 공간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공간이 있다면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늘어가는 페르소나(가면)에 힘들어 한다. 때로는 부모로서 때로는 회사원으로서 때로는 자식으로서 때로는 친구로서 때로는 연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러한 일상 속에 오로지 나 자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나에게는 그러한 공간이 블로그다. 블로그는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다 받아들여 준다. 내가 힘들고 슬프고 기뻐도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블로그에 위로를 받는 순간이 요즘 참 많다. 게다가 나의 글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다. 내가 힘들면 많은 사람들이 댓글과 공감으로 위로를 준다. 또 반대로 나의 글로 그들에게 위로를 줄 수도 있다. 나에게는 참 고마운 공간이다.
심야식당 같은 공간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쯤은 꼭 필요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공간. 영화 <심야식당>을 보며 자신에게 그러한 공간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심야식당>의 스토리는 특별하지 않다. 에피소드 간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옴니버스 구성을 띠고 있다. 여러 에피소드에 주인공 마스터가 밀접하게 개입하기도 전혀 개입하지 않기도 한다. 마스터는 그저 한결같이 손님들을 위해 주방에서 음식을 내어온다. 그리고 손님들은 심야식당에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그런데 영화 <심야식당>에는 사람의 마음을 당기는 특별한 힘이 있다. 별 내용이 아닌데도 잠자코 보게 된다. 과연 마스터는 음식만 먹고 달아난 어린 여자에게 어떻게 대할지, 결혼까지 약속했다가 수중에 돈이 생기자 파혼을 해버린 젊은 여자에게 뭐라고 말할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그의 방식은 대개 인간적이었다. 보고 있으면 참 따스함이 전해졌다.
그리고 영화 <심야식당>은 요즘 시대에 굉장히 트렌디한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영화로 딱이었다. 어딘가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 그대로 힐링을 주는 영화였다. 나도 영화 <심야식당>을 보면서 그간 축적되었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날려버렸다.
영화 <심야식당>의 OST가 굉장히 좋다. 청량한 기타소리와 가수의 낮고 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듣고만 있어도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오늘 하루를 이 노래와 함께 마무리하면 어떨까. 영화 <심야식당>의 OST를 띄워 드린다.
나의 블로그도 심야식당처럼 아늑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편안함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블로그가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심야식당>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나의 블로그를 찾아주는 구독자 분들과 소통을 더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냄새를 느끼고 싶을 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겠다.
2018.10.0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