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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21. 2018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저는 재밌었어요

영화리뷰



1편인 <신비한 동물사전>에 대한 실망이 꽤 컸던 터라 2편에 대한 기대감보다 그저 바람이 내게 있었다. 제발 실망만 하지 않게 해달라고. 한데 그러한 나의 기도를 신이 들어주었는지 (물론 내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2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다! 조금 지루하고 늘어졌다는 일부 평도 있지만, <해리포터>의 열렬한 팬인 나로서는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인물들의 배경을 친절히 알려주려는 시도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마침 인물들의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1편은 그것에 대해 한참 부족함을 보였는데, 2편은 그러한 나의 갈증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나에게만큼은 100% 기대에 충족한 영화였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볼거리가 매우 풍부한 영화였다. 특히 1편에 비해 세계관이 매우 넓어졌다. 2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는 영국과 프랑스가 주 배경이 된다. 1편에 나왔던 ‘옵스큐러스’ 숙주 크레덴스(에즈라 밀러)가 또 다시 영화의 가장 큰 줄기를 차지한다. 크레덴스의 움직임에 따라 덤블도어(주드 로)와 그린델왈드(조니 뎁)가 움직이고, 뉴트(에디 레드메인)와 티나(캐서린 워터스턴)가 따라붙었다. 역시나 가장 흥미롭고 충격적이었던 건 결말 부분의 반전이었는데, 이것은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 리뷰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으로 하자. -2018년 11월 14일 개봉한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리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간략 줄거리.

2편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이렇다. 먼저 모두가 예상한 것처럼 1편에서 잡혔던 그린델왈드가 반년 만에 아주 손쉽게 탈출한다. 그리고 크레덴스가 있는 프랑스로 추종자 세력을 결집시킨다. (1편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크레덴스는 여전히 생존해 있었고, 자신의 가족을 찾기 위해 미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 있던 상태였다.) 그린델왈드는 끊임없이 크레덴스에 집착을 보이는데, 그건 그가 덤블도어를 제거할 유일한 키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크레덴스가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런 게 아니었다. 물론 힘이 센 것도 맞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부분은 영화의 결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배경은 1927년이고 프랑스와 영국을 넘나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1편과는 6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1편뿐 아니라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주요 내용이었던 순혈주의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에서도 악의 축을 이끌어가는 강력한 이념이 된다. 조금 다르게 느껴졌던 건, <해리포터>에서는 순수혈통과 혼혈 마법사의 대립이었다면,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는 순수혈통과 노마지·머글, 즉 인간과의 대립처럼 느껴진다. 자세히 말해 그 세력을 비호하는 집단 간의 대립이라 할 수 있겠다.     



2편은 세간의 평처럼 3편, 4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만 충실하게 이행한다. 인물들의 배경과 거대한 전쟁의 전운만 이 편에서 흘린다. 마치 마블이 썼던 방식과 유사하다. 거대한 전쟁이 있고, 그 전쟁으로 가기 위한 세부 이야기가 펼쳐지는 각 히어로 영화. 마블은 독립적인 영화로 그것을 풀어나가기라도 하지, 한 편의 영화에 너무 많은 정보를 넣으려는 시도는 자칫 과부하가 온다. 그래서 더욱 지루하고 늘어졌다는 평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친절한 설명 덕분에 이해가 더욱 쉬웠고 영화 세계관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 뉴트가 좋아졌다.

1편에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주인공 뉴트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적이 있다. 주인공임에도 영향력이나 매력이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아픔을 지닌 인물인지 배경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아쉬움은 나뿐이 아니었는지, 뉴트에 대한 배경 설명이 2편에서 부쩍 많아졌다. 그가 좋아했던 레타 래스트랭(조 크라비츠)이 누구였는지, 왜 형 테세우스(칼럼 터너)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지, 덤블도와의 관계는 어땠고, 학생 시절 호그와트에서의 생활은 어떠했는지. 긍정적이게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뤄나갔다.      



특히 레타와 뉴트가 서로에게 호감을 보이는 과거 장면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다. 둘 다 주류 집단에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는데, 그런 둘이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그 과정을 다뤘다. 거기서 뉴트의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면서 그에게 애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편이 그런 역할을 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 조니 뎁과 주드 로.

역시 조니 뎁은 조니 뎁이었다. 그가 왜 세계적인 대배우인지 여실히 드러난 영화였다. 그의 배역 소화력은 가히 세계 최고였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조니 뎁이 너무 강렬해서 그 이미지가 그린델왈드에도 묻어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에게서 <캐리비안의 해적>의 ‘캐’ 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냥 그는 그린델왈드 그 자체였다. 그린델왈드가 실제 존재했다면 딱 그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최고의 연기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덕분에 영화의 몰입도는 한껏 올라갔다. 


     

덤블도어 역의 주드 로도 무난했다. 강하지만 온순한 성향의 덤블도어 역으로 주드 로는 꽤 괜찮은 답안지였던 듯하다. 그는 우리가 떠올리는 영국 신사의 전형이었고, 그러면서도 강력한 힘의 기운을 풍겼다. 덤블도어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도 일부 다뤄지긴 했지만,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3편, 4편, 연이어 나올 속편들도 기대가 된다.          





# 오랜만에 재등장한 호그와트.

호그와트가 영화에 나왔을 때 무언가 뭉클하고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마치 나의 모교를 보는 듯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2013년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난 뒤 꽤나 헛헛했는데 그리웠던 호그와트의 모습을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자신이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라 한다면, 호그와트의 모습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영화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영원한 교장’ 덤블도어뿐 아니라 젊은 시절의 맥고나걸 교수도 이 영화에 등장한다. 젊은 그녀의 모습도 참 애틋하고 아름다웠다. 여러 모로 볼거리가 참 많은 영화였다. 1편과 비교했을 때 다섯 배 이상은 재밌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마블 시리즈가 나의 영화 욕구를 채워주고 있는데, 이로써 하나가 더 생겼다. 얼른 그 속편이 나오기를 바란다.          





# ‘절대악’은 이제 없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타노스도 그러하지만, 이제 판타지나 히어로물의 빌런은 완전한 악이 아니다. 그들이 왜 악을 자처했는지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있고, 때론 그것이 충분히 설득력 있기도 하다. 마블의 타노스도 우주 생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인구 감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강력한 힘을 앞세워 그것을 실현시킨다. 그가 악을 저지른 건 모든 생명체가 영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이제 단순히 영생이나 최고의 힘을 갖추기 위해서만 악을 자행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럴듯한 명분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잘한 행동이 되는 건 아니었으나, 악도 이제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그린델왈드도 마찬가지다. 그가 추종자들을 따르게 하는 방법은 공감과 비전이었다. 약하고 상처받는 자들을 어루만지고 깊이 공감해줬다. 더 나은 세상, 더 행복한 세상의 전형을 머리 위로 그려줬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설득했다. 자유. 얼마나 유혹적인 가치인가. 이대로 간다면 인간의 핵무기가 자신들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올 수도 있다고 겁박한다. 마법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인간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다.      



이제 무작정 악을 저지르는 빌런은 없다. 악당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고 영웅이 그를 물리치면서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이제 옛 것이 됐다. 히어로나 마법사 세계도 인간세계의 비극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고 몰입이 됐다. 어쩌면 그런 명분 때문에 덤블도어도 잠시나마 악에 가담했던 것일 거다.           





# 입이 근질근질.

속편에 대한 기대감만 잔뜩 올려나서 언제 기다리나 싶다. 특히 결말 부분이 너무 충격적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과 결말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5부작이란 얘기가 있는데 나에겐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그 이후에도 다른 스핀오프 버전으로 해리포터 세계관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보기 전에 <해리포터>의 시리즈 1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꼭 보기 바란다. 배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려면 꼭 필요한 영화다. 소망의 거울, 니콜라스 플라멜 등 관련된 것들이 많다. 영화를 보고 어떠했는지 여러분의 감상이 궁금하다. 





1편 줄거리가 알고 싶다면,



2018.11.21.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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