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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Dec 07. 2018

완벽한 타인 후기,
완벽한 결말 마음에 든다

영화리뷰



<완벽한 타인>이 어떤 영화길래 그토록 평이 좋은 걸까. 나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기다리느라 이 영화에 대해 무관심했다. 개봉은 했는지, 어떤 내용인지조차. 예고편 한번 보지 않았다. 뒤늦게 알고 보니 배우 김지수가 언론시사회에서 전날 음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바로 그 영화가 이 영화더라. 그때도 그냥 자기관리가 왜 그 모양일까 혀를 끌끌 차고 넘겼을 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 영화가 이렇게나 재밌는 영화였다니.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완벽한 타인>이 가장 재밌고 의미 있던 영화라고. 말 그대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영화 결말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반전 없이 막장으로만 치달았다면 끝이 매우 애매하고 찜찜했을 것이다.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일지 혼자 생각해봤다. 우리는 상대방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나는 상대방에게 얼마나 노출시켜야 하는 걸까. 상대방이 나에 대해 잘 모르듯, 나도 상대방에 대해 일부분만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이렇듯 영화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 이토록 완벽한 영화가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니. 아쉽게도 외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란다. -2018년 10월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 영화리뷰.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완벽한 타인> 간략 줄거리.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못해 거의 없는 정도다.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을지 궁금증마저 일었다. <완벽한 타인>에는 총 네 커플이 등장하는데 하나하나 설명하자면 이렇다.      



사회 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석호(조진웅), 예진(김지수) 부부. 성형외과 의사 석호와 정신과 의사 예진은 한강이 보이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온다. 집만 보아도 그들의 경제적 능력이나 사회적 위치가 충분히 짐작 간다. 집들이를 하기 위해 40년 지기 친구들을 새 집으로 부르는데,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줄거리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또 한 쌍의 부부. 가부장적 사고를 지닌 태수(유해진)와 전업주부 수현(염정아). 사실 외면만 보면 유해진이 염정아에게 시도 때도 없이 타박을 준다는 것이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데, 김혜수와 연애한 이력이 있는 그이기에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둘 다 워낙 연기가 뛰어났다. 이들이 등장인물 중 가장 감초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대중이 기대하는 바가 있듯 유해진은 코믹 대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극장에서 소리치며 웃을 수 있었다.      





세 번째 커플, 바람둥이 준모(이서진)와 부잣집 딸 세경(송하윤). 40대가 되도록 준모는 결혼하지 못하다가, 부잣집 딸 세경을 만나 팔자가 피는데,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세경의 부모가 해준 것이었다. 바람둥이 중년 남자 역할로 이서진은 괜찮은 답안지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도 대중적으로는 훈훈하고 깔끔하고 센스 있는 이미지였는데, 바람둥이 이미지를 덧씌우니 그것도 제 옷처럼 잘 어울렸다. 영화의 스토리 자체가 워낙 충격의 충격을 거듭하느라 무엇이 더 충격이었는지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하긴 하나, 나는 이서진이 영화 후반부에 보여주었던 진실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인물이 영배(윤경호). 그는 연애하는 상대가 있다고 했으나 집들이에는 데려오지 않는다. 이혼한 경력이 있기도 하다. 이 인물이 태수와 더불어 웃음 쌍두마차인데, 중간에 한 방씩 터트리는 것이 엄청 웃기다. 등장인물 모두 저마다의 비밀을 갖고 있었지만 영배의 것이 가장 은밀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남자이기도 하다.        


   



# 다 안다는 착각.

나는 타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생각해봤다. 타인의 이미지가 그 사람의 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그렇다고 판단해버린다. 더불어 상대방을 완전히 안다고 확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다. 특히 연인이나 부모 자식 사이에서 그러한 착각이 흔히 일어나는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우리는 타인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나 말 못할 비밀은 있다.      



가까운 사이라 해서 꼭 비밀까지 공유해야 할까. 연인 사이에, 아니면 부부 사이에 비밀이 있다면 공유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들키지 않게 숨기는 것이 맞을까. 영화에서는 후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후자라고 생각한다. 일단 첫 번째,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 내가 한 행동이 아무리 떳떳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처음엔 괜찮다가도 의심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들키지만 않는다면 비밀로 간직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물론 그 비밀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다. 준모나 석호 같은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미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그것을 숨기는 것이 맞는 것이냐, 라고. 둘은 서로 조금 다를 것 같다. 일단 석호는 조만간 들킬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하다. 그리고 예진에게 사실대로 말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든 혼자 해결하려다 결국 들통이 나서 부부가 힘을 합쳐 해결을 하거나 이혼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준모는 조금 다르다. 그라면 아마 그러한 사단이 벌어져도 세경에게 들통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는 몰래 일을 꾸미는 데 특화돼 있는 사람 같다. 그렇게 인생을 살아왔기에 일의 치밀함 정도는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사실 일반 사람이라면 준모의 범상치 않은 끼를 미리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라면 그가 누가 봐도 바람둥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 같다. 그런데도 어찌됐든 세경은 그를 선택했다. 그렇기에 그것에 대한 후폭풍은 그녀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택에 대한 대가가 그러한 것뿐이다.     


 



아무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타인과 얼마만큼 공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 답은 간단하다. 그저 내가 공개하고 싶은 만큼.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엇을 숨기고 싶고, 말하고 싶은지 그게 중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나의 비밀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을 이유가 없고, 그것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단, 그것이 법에 위배된다거나 중대안 사안일 경우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나는 예전에 가까운 사이라면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일부러 나의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물론 그것이 우리 사이를 더 깊게 만들어주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깊은 사이라는 것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가깝게 지내는 사이를 뜻하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 너무 즐겁고 이야기가 잘 통하면 그 자체로 깊은 관계인 것이다. 굳이 나의 일상을 전부 공유하려 하고, 일부러 비밀을 털어놓으려 할 필요가 없다. 가까웠다 멀어졌다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생리니까.          




2018.12.07.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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