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동물사전2>가 14일 개봉한 마당에, 때늦은 1편 후기가 웬 말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줄로 안다. 2편은 내일 볼 예정이다. 과연 영화가 얼마나 나의 기대감을 충족해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1편은 기대보다 실망스러웠으나 2편은 그보다 훨씬 뛰어나길 바란다.
<해리포터>와 같이 자라난 세대는 이 영화에 대한 특유의 향수가 있다. 해리포터가 마법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할 그 무렵, 나도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헤르미온느, 론이 학년을 올라갈 때 나도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며, 영화 <죽음의 성물>이 개봉할 당시에도 나는 대학교 신입생이었다.
<해리포터> 속 마법 세계관을 늘 마음속에 두고 그리워했다. 그래서 처음 <신비한 동물사전> 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해리포터 세계관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흥분시켰다. 앞으로도 그러길 바란다. 3부작으로 알려진 <신비한 동물사전> 이후로도 <해리포터> 스핀오프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컨셉이 있을 수 있는데 5년 정도 뒤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등이 30대 마법사로 재출연해 새로운 이야기를 꾸미는 것도 흥미로운 소재가 될 것이다. 뭐, 그 밖에도 방향이야 많다.
이 영화리뷰는 <신비한 동물사전2>를 보기 전, 1편에 대해 정리해보고 줄거리를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직 2편을 보지 않았다면 나의 리뷰를 보고 관람해도 좋을 것이다. 반대로 2편을 보았더라도 1편과 연관 지으며 복기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 <신비한 동물사전1> 줄거리부터 정리해보도록 하자. 시대는 <해리포터> 시대보다 훨씬 이전인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해리포터>의 최고 악당이었던 볼드모트 이전에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린델왈드가 있었다. 그가 어떻게 세상을 장악하려고 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20년대만 해도 마법세계는 인간세계와 동등하다기보다 숨어 지내는 존재와 비슷했다. 그게 그들은 균형이라 믿었고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 균형을 바로 그린델왈드가 깨려 했던 것이다. 그는 마법사가 인간들보다 우월한 존재라 믿고,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인간세계를 장악하려 했다. 그러한 시도들이 1편과 2편에 걸쳐 그려지고 있다.
영국인 마법사 뉴스 스캐맨더는 희귀한 용을 안전한 장소에 풀어주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그러던 중 인간인 제이콥과 가방이 바뀌는 불상사가 발생하는데, 소홀한 감시를 틈 타 신비한 동물들이 가방에서 대거 탈출한다. 뉴욕 시내는 삽시간에 쑥대밭이 되고, 뒤늦게 스캐맨더와 제이콥, 마법부 직원 티나와 퀴니는 동물들을 찾으러 나선다.
그와 별개로 그린델왈드는 ‘옵스큐러스’를 찾기 위해 크레덴스라는 소년을 이용하는데, ‘옵스큐러스’ 숙주는 10대 초반까지만 인간 몸에 머무른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크레덴스가 ‘옵스큐러스’ 숙주였고 보통의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지닌 ‘옵스큐러스’였다.) 그린델왈드가 ‘옵스큐러스’를 통제하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고 그 힘으로 인간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고 그는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옵스큐러스’에 대해 잘 아는 스캐맨더에 의해 그러한 검은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난다.
대충 큰 틀로 보면 이러한 내용인데 보면 알다시피 굉장히 단조로운 이야기다. 솔직히 <해리포터> 스핀오프라는 점만 뺐으면 <신비한 동물사전>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스토리나 구조가 기대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뉴트 스캐맨더라는 괴짜 동물애호가가 주인공이다. 모든 이야기에 관련이 되어 있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그러한 만큼 스캐맨더의 매력이 영화 전체 매력의 중요한 키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스캐맨더는 그렇게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다. 말 그대로 괴짜란 인상만 강하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좋아한다. 해리포터란 캐릭터에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는 그에게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볼드모트에 의해 살해되었고, 볼드모트의 분신이 해리포터에게 흡수되었으며, 대부 시리우스의 존재나 머글 이모에 학대를 받았던 것. 그러한 것들이 모여 캐릭터의 입체감을 형성하고 해리포터란 인물에 동정심과 애정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신비한 동물사전1>에 활동한 스캐맨더를 보면 어떠한 배경도 알 수 없다. 비중만 컸지 조연 정도의 배경만 드러낸다. 그러니 스캐맨더를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신비한 동물사전1>은 이야기 전개에만 너무 힘을 준 듯한 인상을 준다. 각 인물의 개성이 드러나는 데 시간과 설명이 턱없이 부족했다. 스토리라도 탄탄했다면 아쉽다는 평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스토리, 인물 둘 다 못 잡은 셈이 된 것이다.
과연 같은 인물을 데리고 <신비한 동물사전2>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펼쳐나갈까. 그런 와중에 그린델왈드 역의 ‘조니 뎁’과 덤블도어 역의 ‘주드 로’가 새로 투입된 것은 굉장히 호소식이다. 특히 그간의 조니 뎁이 영화에서 보여준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속편이 기대되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이다.
<신비한 동물사전1>이 기대에 못 미쳤다 해도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늘 나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마블 세계관보다 더 좋아하는 세계관이다. 앞으로 계속 해서 속편이 나와 <해리포터>와 직접적으로 맞닿는 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세계관이 앞뒤로 뒤죽박죽 엉켜 사람들의 화두에 계속 오르내렸으면 좋겠다.
여담으로 내가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바로 <해리포터> 소설을 읽고 나서였다. 어떻게 이렇게 입체감 있는 판타지 소설을 만들 수 있는지. 나도 그러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세계관에 푹 빠지고, 늘 화두거리를 만드는 소설. 아직도 그러한 소망은 마음속 한쪽에 품고 있다. 실력과 상상력이 부족해 늘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언젠간 나만의 세계관, 나만의 소설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때까진 조앤 롤링이 생존해 있어야 하며, <해리포터> 세계관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18.11.15.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