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대작 극한직업이 오늘 23일 극장가에 내걸렸다. <스물>로 히트 친 이병헌 감독 연출작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재작년 개봉한 <바람 바람 바람>이 예상 밖의 혹평을 받은 터라 이번 영화에서 과연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명예회복에 나선 인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 배우 류승룡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만 배우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2017년 주연작 <염력>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다소 주춤한 상태다. 개인적으로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비상하기를 바란다. 충분히 그럴만한 실력을 지닌 배우다.
이번 영화는 의외로 스토리 라인이 탄탄한 편이다. 소재와 연출이 나쁘지 않아 재밌게 볼 수 있다. 주연 배우 다섯 명(류승룡, 진선규, 이동휘, 공명, 이하늬)의 조합도 괜찮았다. 다섯 명이 돌아가며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각자가 잘 맞는 옷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한국 코미디영화가 쏟아지는 모양새다. <내안의 그놈>부터 <그대 이름은 장미>, <극한직업>까지 한 달 사이 코믹영화만 세 편 이상이다. 그중 우선주자로 <내안의 그놈>이 손익분기점(150만)을 넘겼다. 과연 극한직업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건은 설 연휴라 할 수 있겠다. 설 연휴 관객의 행방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극한직업은 만년반장 고반장(류승룡)과 그 팀원이 마약조직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차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매번 후배에게 진급도 밀리고, 마약반조차 해체될 위기에 빠지자 고반장은 경찰을 그만두려 하는데, 잠복근무를 위해 시작했던 치킨집이 이상하게 잘 되어 버린다. 하루 매출 234만원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진다. 하다하다 이제 치킨집을 운영하는 건지 잠복근무를 하는 건지 헷갈릴 지경에 다다른다. 마약반 다섯 팀원,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찌될까.
앞서 말했듯 의외로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 개연성이 약간 부족하긴 하나 그건 봐줄 만했다. 적재적소에 웃음이 터지고 배우 호연에 몰입이 이어졌다. 약간 병맛(?) 같은 유머가 적중한 것 아닌가 싶다. 이것이 바로 이병헌표 유머였다. 그것을 완벽히 소화해낸 배우의 매력이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갔다.
영화 <스물>로 단숨에 대세 감독 반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은 특유의 유머 코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스물>은 손익분기점을 두 배 뛰어넘는 흥행(300만)을 기록했다. 그에 탄력 받아 지난 2017년 야심차게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을 내놓지만 여러 혹평을 남긴 채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바람 바람 바람> 흥행 성적은 119만. 대부분 이 영화가 크게 망한 줄 아나 손익분기점이 150만인 것과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 크게 실패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이병헌 감독에 대한 기대가 일정 부분 사그라든 것은 분명했다. 그런 상황 속에 다시 비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겠는가. 조심스럽게 예측하건대 이 영화를 통해 이병헌 감독의 연출력이 다시금 인정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꽤 재밌었다.
이번 영화는 배우가 다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배우 다섯 명 모두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그중 뛰어난 배우 두 명만 꼽으라 하면 류승룡과 진선규를 꼽을 수 있겠다.
류승룡은 역시 류승룡이었다. 진지한 표정 속에 나오는 코믹 연기는 감히 따라올 자가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라고 읊조리듯 말하는 그의 대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자신을 무시하던 후배 녀석이 승진 기념 소고기를 쏜다고 하니까 뒤도 안 돌아보고 따라가는 장면도 정말 웃겼다. 역시 명배우의 품격은 어디 가지 않았다.
진선규도 그에 뒤처지지 않았다. <범죄도시> 이후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극한직업에서도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약간 어벙하면서 싸움 잘하는 캐릭터가 제 옷 마냥 잘 어울렸다. 중간 중간 터트리는 유머도 잘 소화해냈다. 그의 활약 덕분에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이동휘는 그나마 정상적인 역할을 맡았다. 그전 작품들을 보면 그가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웃음을 주는 역할을 맡아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나마 중간에서 절제시키고 균형 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 역할도 매우 잘 어울렸다. 이동휘는 내가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배우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보여줬던 활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뭔가 생활 연기가 돋보이는 배우랄까.
공명과 이하늬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들의 연기를 주의 깊게 본 적은 없지만 이번 영화에서 나름 감초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들이었다.
그간 코미디 영화와 별로 친하지 않았는데 최근 여러 편을 연속해서 보면서 그래도 많이 친해진 것 같다. 특히 작년 말에 본 <완벽한 타인>이 너무 재밌었다. <내안의 그놈>에서는 조금 실망하긴 했으나 그래도 코미디 영화를 즐기는 법을 나름대로 터득한 것 같다. 앞으로도 자주 보면서 더욱 친해질 생각이다.
해마다 다양한 영화가 나와서 좋다. 일상은 다채롭지 못한데 영화라도 새로워서 대리만족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기발하고 신선한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특히 마블 같은 세계관 공유하는 영화가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나의 평생 인생작 <해리포터> 시리즈도 영원히 안 끝났으면 좋겠다. 올 3월, 5월 개봉하는 <캡틴 마블>, <어벤져스>가 너무너무 기다려진다.
신년 들어 코미디 영화가 연속해서 개봉해서 장르의 다양성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감독마다 스타일이 다 다른 만큼 저마다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병헌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감독이다. 이번 영화도 대박 영화까진 아니지만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로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2019.01.2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