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해 2월 1일 개봉한 <올 더 머니> 후기를 써보려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국내에서는 7만 관객이란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는 크게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제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3개 부문(감독상,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될 만큼 작품성은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영화로 러닝타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것이다.
이 영화가 왜 흥행에 실패했는지 다소 의문이다. 작품성도 있고 대중성도 나름 있는데 적어도 너무 적은 관객 수를 기록했다. 같은 달에 <블랙팬서>가 개봉했긴 했지만 중순에 개봉했고, 올 더 머니는 월초에 개봉했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도 않았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땐 홍보와 입소문 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튼 내 말의 요지는 이 영화가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는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연기력을 기반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나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킬링타임 용으로는 딱이지 않나 싶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상식 쌓기로도 괜찮다.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 <언싱커블>이란 영화도 있는데 그것도 한 번 보기 바란다.
폴 게티에 대해 아는가. 1960년대 세계 최고 부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1950년대 주식투자와 석유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럼에도 자신의 저택에 유료 공중전화를 설치할 정도로 극심한 구두쇠였던 그는 손자의 유괴 사건에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 세간의 경악스러움을 샀다. 결국 직접 몸값 협상을 벌여 220만 달러에 손자를 구하긴 했으나, 이미 손자 게티 3세의 신체와 정신은 망가져 있었다. 이에 대한 충격으로 그는 마약에 빠지며 그 중독으로 하반신 마비, 시력 상실이 찾아오는데 결국 불우한 삶을 살던 끝에 지난 2011년 54세로 생을 마감한다.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가 바로 올 더 머니다. 영화는 납치부터 풀려난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러닝타임 내내 굉장한 긴박감을 유지한다. 중간에 귀를 자르는 장면은 다소 징그러울 수 있다.(자세하게 나오진 않아 크게 징그럽진 않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보니 더욱 몰입해서 볼 수 있다. 한편 돈 많은 사람도 여러모로 피곤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원래 돈이 많으면 주변에 돈독 오른 똥파리가 자주 꼬인다고 하지 않던가.
스토리는 실화 바탕이다 보니 확실히 탄탄하다. 내가 폴 게티라면, 내가 납치된 게티 3세라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유사 범죄에 대한 우려로 바로 몸값을 지불하기 꺼려지지 않았을까. 그렇다 해도 사람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폴 게티의 행태는 비인간적이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모았으니 부자가 된 것 아니겠는가.
올 더 머니 연출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맡았다. 그는 1937년생으로 올해 83세다. 고령의 나이에도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영화 <마션>이 있다. 그는 SF, 드라마,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제작해 왔다. 연출뿐 아니라 제작, 기획에도 폭넓게 참여해오고 있는데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
역시 오랫동안 연출을 해온 감독이라 연출 면에서 부족한 점은 없었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도록 긴장감을 유지했다. 어떻게 해야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지 통달한 감독 같았다. 실화를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관객들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올 더 머니는 폴 게티 역의 크리스토퍼 플러머, 게일 해리스 역의 미셸 윌리엄스, 플래처 체이스 역의 마크 월버그, 이 세 명의 연기 조합이 빛을 발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그를 증명하듯 크리스토퍼 플러머와 미셸 윌리엄스가 제 75회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다. 특히 이런 촌각을 다투는 스릴러 영화는 배우 연기력이 생명인데 훌륭한 연기 덕분에 마음껏 몰입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미셸 윌리엄스를 좋아한다. 그녀는 최근 특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작년 개봉한 <베놈>과 <아이 필 프리티>에서 주연 활약했다. 2017년에는 <위대한 쇼맨>에 출연하기도 했다. 역시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였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제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올 더 머니에서도 납치된 아들을 구하려고 애쓰는 엄마 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가만 보면 부자가 돈을 더욱 안 쓰는 것 같다. 그랬기 때문에 부자가 된 것일 수도 있고. 자기 손자가 납치돼 있는데도 태연히 구는 걸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돈에 집착하면 가족도 뭐도 없어지는 걸까. 내가 부자가 될 리도 만무하지만 된다 하더라도 그런 비인간적인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고, 가족이 우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돈이 먼저인 세상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땐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을 살리라 다짐했었는데 철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돈에 구애받지 않으려면 일단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안정된 직장이 있어야 하고 거주할 집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는 개인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그전에 자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현실 때문에 점점 돈에 집착하게 되는 내 모습이 약간 허탈하기도 한다.
하루 빨리 나의 전문성을 만들어 나만의 커리어를 쌓고 싶다. 내 전문성으로 돈을 벌어 보고 싶다. 내가 번 돈으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독립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싶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예전엔 알지 못했다. 이젠 그렇게만 살아도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어서 반복된 일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도 중요하다. 무엇 하나에 치중하는 삶은 위험하다. 그 둘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돈에 빠져 있으면 빨리 나와서 다시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에 너무 빠져 있으면 금전 지출에 신경 쓰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9.01.2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