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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Feb 03. 2019

친구가 없다



내가 인간관계를 잘못 유지하고 있는 걸까. 왜 한 사람 약속잡기도 어려운 걸까. 내가 먼저 다가가려 노력해도 상대방은 별로 나를 안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물론 정말 시간이 안 돼서, 연락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만나지 못한 것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나 달라 떼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러기 솔직히 자존심도 상한다. 그렇다고 연락 오는 것을 기다리자니 오는 연락이 너무 없다. 어쨌든 내가 놀려면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한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백수 생활을 보내면서 약속 잡기를 최소화 했다. 돈벌이도 없는데 마냥 놀기가 좀 그랬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와 만나 놀려고 했다. 나는 금요일에 노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전부 안 된단다. 그렇게 약속 없이 금요일을 보낸 게 벌써 삼 주다. 삼 주 동안 그냥 집에서 혼술 했다. 월 화 수까지 가만히 있다가 목요일쯤 내가 갑작스럽게 연락한 것도 있었다. 한데 그렇다 해도 어떻게 한 사람도 만날 사람이 없다니.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인간관계는 왠지 실패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하게 된다. 내가 만나기 어려운 존재인가. 만나면 불편한 대상인가. 그냥 재미없나. 왜 나에게는 만나자는 연락이 오지 않고, 늘 내가 먼저 해야만 하는 걸까. 그것도 만나 달라 했을 때 기쁘게 만나주면 더없이 좋을 것 같은데 그것도 매번 신통찮다. 새로운 관계는 이제 맺기 어려운데, 기존 관계는 점점 떨어져 나간다. 유지하려고 애쓰는데 마음 같지 않다. 무엇이 문제일까. 인간관계에서 자유롭고 싶은데 그러기엔 만날 사람이 너무 없다. 편하게 마음먹으면 그냥 혼자가 된다. 


     

그만큼 다 힘든 건지, 아니면 우선순위에 내가 자꾸 밀리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신나게 놀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게 욕심인 걸까. 그냥 없으면 없는 대로 그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인가. 정말 모르겠다. 친구가 없다.     



모임을 시작해야겠다. 가볍든 스쳐가는 인연이든 모임은 꾸준히 해야겠다.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만 이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사람을 너무 멀리 해왔나 보다. 지금 나는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친구. 그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만나서 즐겁게 술 한 잔 마실 친구가 간절하다.      



가족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놀 사람 없을 때 나는 엄마와 술을 마신다. 4캔에 만 원 하는 수입맥주를 사와서 엄마와 두 캔씩 나눠 마시곤 한다. 마시다 보니 엄마와 마시는 것도 꽤 재밌어졌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쯤 내가 먹고 싶을 때 언제든 엄마가 같이 마셔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가족이 아니었으면 정말 나는 아무 일정도 없었을 것이다. 더욱 혼자였을 것이다. 완전히 혼자.     



그렇다 보니 가족이 부재했을 때의 두려움이 벌써부터 든다. 나는 가족이 없으면 정말 안 된다. 가족이 없으면 외로워서 금방 죽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있으니까 그나마 이렇게 외로움을 덜 수 있는 거지 만약 없다면 나는 이 세상에 아무 존재도 아니다. 나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불필요한 걱정인 걸 알지만 그런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 온다. 괜찮은 척 애쓰지만 안쪽 깊은 곳에서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의 크기가 날로 커진다.     



사람의 매력도 다 팔자라고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이 따르는 팔자가 있는 반면, 인연이 매번 어긋나는 팔자도 있는 것이다. 왠지 나는 후자 같다. 유독 나의 인연은 빗나갈 때가 많다. 상대방이 나를 쉽게 놓을 때가 많다. 남자로서, 사람으로서 나의 매력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껏 살아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그렇다.      



우울이 우울을 계속 부르긴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마냥 우울해 하진 않는다.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에 가깝다. 지금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사람을 늘리려 노력한다. 그러니 앞으로 모임을 가질 생각이다. 이런 저런 활동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또 만날 친구가 생기겠지.     



그냥 바라는 건 크지 않다. 가볍게 즐겁게 술 한 잔 마실 친구가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날 친구. 그거면 된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할 것 같다. 아, 거리가 가까운 친구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멀면 또 만나기 귀찮아진다. 이런 저런 모임을 들어 그런 친구를 찾아보자. 마냥 부정적인 감정에만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실제로 움직이자. 내가 그런 팔자인 걸 어떡해. 그걸 탓하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움직이자. 다가가 마음을 전하자. 부디 내 마음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길.




2019.02.03.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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