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5일에 개봉했던 모털 엔진을 이제야 봤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이제야 봤을까. 호불호가 다소 갈리는 것 같은데 나는 무척 재밌게 봤다. 흥행에 왜 실패했는지 다소 의아했다. 최종 스코어는 26만이다. 50만 관객도 채 못 넘었다. 그 단순 수치보단 훨씬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소재가 무척 신선했다. 움직이는 도시, 거대도시 런던과 소규모 도시. 약육강식의 세계. 강한 도시는 약한 도시를 집어 삼킨다. 그리고 그것을 동력 삼아 다시 달린다. 척박해진 자연에서 땅을 차지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정착한 땅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언제든 이동할 준비를 해야 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지금이나 다를 바 없었으나 도시는 더 이상 부동산이 아니었다. 머무르는 건 위험에 노출되기 쉬웠다.
이만하면 스토리의 개연성도 괜찮은 편이다. 서로 물고 물리는 인간관계가 많은데 다 그만한 개연성을 갖고 있다. 헤스터 쇼(헤라 힐마)가 테데우스 발렌타인(휴고 위빙)에게 복수하려는 마음도 이해가 갔다. 전체적으로 인물 설정이나 이야기 구조가 잘 짜여 있다. 판타지나 액션 물 좋아한다면 볼만했다.
① 모털 엔진 스토리에 대해
러닝타임이 2시간 10분으로 다소 긴 편이다. 그러나 영화가 워낙 박진감이 넘치는 터라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조금 나오기도 하는데 짧아서 문제없다.
역시 <반지의 제왕> 제작진이 만든 영화다 보니 전체적인 서사 구조는 그것과 유사하다. 분위기를 조금씩 쌓아가다 막판에 탕 터트리고, 극적으로 이겨내는 설정이다. 거기에 약간의 로맨스와 감동을 섞어주는 게 딱 <반지의 제왕>이다. 음향이나 CG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반지의 제왕> 생각이 많이 났다. <반지의 제왕>이 다시 스핀오프 식으로 세상에 나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라도 나오는 걸 환영한다. 모털 엔진 2편도 나오면 좋을 텐데 그런 소식은 현재까지 들려오지 않는다.
모털 엔진에 인물 갈등 구조는 꽤 다양한 편이다. 크게는 대도시 런던과 정착도시 샨 구오의 전쟁으로 볼 수 있고, 작게는 발렌타인과 헤스터 쇼, 또는 슈라이크(스티븐 랭)와 헤스터 쇼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갈등 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입체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슈라이크의 죽음이 다소 허무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갈등 관계를 잘 매듭지었다고 생각한다.
② 모털 엔진 연출에 대해
피터 잭슨 그 이름만으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2,30대라면 저마다 <반지의 제왕>의 향수를 조금씩 갖고 있지 않을까. 그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몇 번씩 극장에 찾아가 관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스핀오프 작 <호빗>이 기대감을 약간 깎아먹은 것은 있으나 그래도 그 세계관만큼은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 제작진이 참여한 영화라니, 기대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진즉에 영화관에서 보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영화에 피터 잭슨은 제작자로만 참여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크리스찬 리버스라고, 비교적 경력이 짧은 감독이다. 눈에 띄는 행보를 찾아보면 2005년 개봉한 <킹콩>의 시각효과를 맡은 것이 유일하다. 확실히 그래서 그런지 이번 영화의 시각효과가 탁월한 면모를 보인 것도 있다.
③ 모털 엔진 배우에 대해
이번 영화에서 관심 가는 인물은 역시 ‘안나’ 역의 지혜였다. 영화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을 만큼 베일에 싸여진 인물이다. 그러나 첫 출연인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너무 멋졌다. 한마디로 ‘간지 나는’ 캐릭터였다.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하는데 구해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앞으로 다른 영화에서도 그녀의 연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연 배우 헤라 힐마와 로버트 시한은 잘 모르는 배우다. 필모그래피에서도 뚜렷한 흥행작은 찾아볼 수 없다. 헤라 힐마와 같은 경우는 연기를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로버트 시한은 경력이 꽤 되는데 내가 아는 영화나 드라마는 없는 것 같다. 그들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된다. 다양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역시 국내에 가장 알려져 있는 배우는 휴고 위빙이 아닌가 싶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스미스는 잊히기 어려운 캐릭터다. 여전히 키아누 리브스와 휘고 리빙은 내 마음속에 각인돼 있다. 그 이후로도 워낙 많은 작품에서 출연한 터라 일일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슈라이크로 나온 스티븐 랭도 잘 알려져 있는 배우다. 로봇으로 나와 누군지 알아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아바타>의 쿼리치 대령이다. 나도 몰랐다가 출연진 검색해보며 알게 됐다.
④ 모털 엔진 보고 든 생각
새로운 세계관을 담은 영화가 나올 때마다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최근에도 해저 세계를 다룬 <아쿠아맨>, 로봇과의 공존을 다룬 <알리타: 배틀 엔젤> 등 새로운 세계관이 대거 등장했다. 모털 엔진의 세계관도 흥미롭고 매력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 기존에 사랑받은 세계관도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 세계관은 평생 보고 싶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마블>이나 <엑스맨>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이 입체화 될 때마다 나의 기쁨은 배가 됐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가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이제 곧 <캡틴 마블>이 개봉한다. 뒤이어 <어벤져스>와 <스파이더맨>이 속속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히어로 물의 풍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너무 기대가 된다.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어 더 기대가 된다. 심지어 <어벤져스>는 러닝타임 3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데, 너무 행복하다. 3시간이면 어떠한가. 관객의 기대감을 충족해줄 수만 있다면 전혀 상관없다. 그리고 마블은 분명 우리의 기대감을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2019년 영화사, 기대가 된다.
2019.02.2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