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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Feb 14. 2019

증인 후기, 잔잔한 풍의 법정 영화



김향기 정우성 주연의 영화 증인이 13일 개봉했다. 개봉 2일차 큰 반응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일단 대진 운이 나쁘지 않다. 1300만이 넘은 <극한직업>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다가서고 있고, <알리타: 배틀 엔젤>이 생각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뚜렷한 대작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증인이 빛 발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증인도 초반 스타트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이번 주말 탄력을 받는다면 충분히 상승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영화의 총평을, 큰 임팩트는 부족하지만 여러모로 안정된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스토리, 반전, 감동, 연기, 연출 등에서 크게 부족한 점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고루 안정된 모습이 보였다. 특히 연출 면에서 나는 가산점을 주고 싶다. 장면 장면을 풍성하게 담아내는 데 능숙함을 보였다.     



김향기 정우성 등 배우의 연기와 이한 감독의 연출은 조화로웠다. 잔잔한 풍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또는 법정 드라마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후반부에 적절한 반전과 감동도 있어 풍성한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이번 주말 볼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영화 증인을 추천해 드리겠다.    







① 증인 스토리에 대해

# 유일한 목격자, 자폐아 ‘지우’.     



민변으로 이름을 날린 순호(정우성), 그는 현실적인 이유로 대형 로펌에 들어간다. 로펌은 그간 비리 관련 사건만 변호한다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민변 출신의 순호에게 살인 사건을 하나 맡긴다.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미란(염혜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사건이었다. 순호는 그 사건만 해결한다면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다는 상사의 말을 믿고 선뜻 변호를 맡는다. 일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검찰 측 상대는 초보 검사였고, 정황상 누가 봐도 무죄를 입증할 만한 사건이었다.     



순호는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지우(김향기)의 증언을 얻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다. 그녀는 자폐증을 앓고 있었지만 말을 조리 있게 잘해 충분히 증인으로서 가치가 있었다. 순호가 지우의 눈높이에서 소통하려 노력하자 그녀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지우의 입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듣게 된다. 과연 순호는 그 진실 앞에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스토리는 크게 신선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안정됐다. 무난했다. 그렇게 단조롭지도 뻔하지도 않았다. 적절한 반전과 감정도 곁들여져 있어 영화의 몰입도가 살았다. 마지막 결말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② 증인 연출에 대해

# 연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연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연출 기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한 장면에도 풍성한 느낌을 주어서다. 흡사 일본 영화 같았다고 할까. 하나의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잔잔한 분위기가 더욱 살았다. 속도감 없어도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장면 연출이 잘 됐다. 학교, 법정의 모습이 현실적으로 잘 그려졌다. 단순 주연 배우뿐 아니라 주변 인물의 배치와 연출이 현실적으로 잘 이뤄졌다. 이 영화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이 세심한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③ 증인 배우에 대해

# 김향기, 그리고 정우성의 존재.     



김향기 정우성의 조합은 어떨지 궁금했다. 특히 자폐아를 연기한 김향기의 연기는 어떨지 기대가 됐다. 결과적으로 둘 다 합격점을 줄만하다. 정우성은 역시나 잘생기고 멋있었지만, 양심의 변호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리고 김향기 역시 자폐아 연기를 부족함 없이 해냈다. 둘의 조합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 둘 다 적절한 옷을 입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처음에는 자폐아 연기에 부족함을 보일 줄 알았다. 그 연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조금만 어설퍼도 영화 전체가 어색해졌다. 사실 예고편만 봤을 때 조금 어색하단 느낌이 강했다. 내가 아는 자폐아보다 조금 덜 산만했다.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정도가 내가 알던 그들이었다. 물론 이는 내가 봐왔던 경우에 한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영화를 보다 보면 점차 배우 김향기가 아니라 지우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조금씩 지우의 모습에 빠져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김향기의 연기는 훌륭했다. 어려운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다.


     

이번 영화는 디테일이 살아 있다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캐스팅이 매우 적절했다. 정우성, 김향기 주연 배우의 캐스팅은 물론, 염혜란, 정원중, 장영남, 이규형 등 캐스팅까지 각자의 배역에 맞는 인물이 캐스팅됐다. 특히 나는 지우 친구 ‘김승윤’ 양의 캐스팅이 회심의 카드였다고 생각한다.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여서 극중 디테일을 살렸다. 그밖에도 ‘초짜 검사’ 희중 역의 이규형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④ 증인을 보고 든 생각

# 옳은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확실한 건 옳은 게 무엇인지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처지에 따라서 옳은 것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민변 활동을 그만두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 순호를 꼭 나쁘게만 볼 수 있을까. 반대로 원칙만 내세우는 수인(송윤아)을 꼭 옳다고만 여길 수 있을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짊어진 빚이 많다면 올바른 판단을 흐트러뜨릴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으로서 얼마든지 실리를 택할 수 있다.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행동할 수 있다. 단,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옳은 일만 하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전에 옳은 일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정의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 옳은 일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가. 사회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 남들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 옳은 일의 정의가 그렇게 간단하던가. 남들이 그렇다 하면 그런 것인가. 영화에서는 선과 악이 명확히 갈려 판단하기 비교적 쉽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여러 사정과 상황을 따져보지 않고선 선과 악을 무 자르듯 구별해 내기란 매우 어렵다.      



어쩌면 옳은 일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건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그 판단의 결심은 내가 내리는 것이니까. 단순하게 말해 내가 옳다고 여기면 그것은 옳은 일이 되는 것이다. 판단의 근거는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내게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로 인해 세상의 지탄을 받을지라도 스스로 옳은 일이라 믿으면 밀고 나가도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건 타인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거나 불법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말하는 거다. 그러니 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엔 과감해도 좋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도 요즘 SNS 상에 심판 내려야 하는 뉴스가 많이 올라오다 보니 다소 회의가 들었다. 단순히 기자가 꺼내놓는 뉴스만 가지고 우리가 옳다 그르다를 판별할 수 있을까. 그 내부엔 여러 사정이 숨겨져 있을 텐데 그것을 알지 못한 채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 하는 생각. 또,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 길인지 모른 채 그냥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하는 생각. 말이 조금 겉돌고 있는데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만 선택을 내릴 수 있다. 그리고 자신만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왈가왈부 할 수 있다. 그냥 그 지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내 인생이 조금 덜 피곤해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2019.02.14.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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