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성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Feb 27. 2019

2019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그린북은 어떤영화?



다소 뒤늦은 리뷰가 되겠다. 한국 시간으로 어제(25일) 오전 10시 제 91회 2019 아카데미 시상식이 전세계에 생중계 됐다. 유난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시상식이어서 열리기 전부터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 영예의 주인공은 피터 패럴리 감독의 <그린 북>에게로 돌아갔지만, 경쟁작 또한 만만치 않았다. 가장 치열한 경쟁 상대는 역시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특히 국내 인지도 면에선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아깝게 1000만 관객에 실패했다. 반면에 <그린 북>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그래서 국내 팬들에겐 이러한 결과가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이 결과가 충분히 납득된다. 개인적으로 <그린 북>에 더 후한 평가를 주고 싶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그린 북>은 세 부문(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보헤미안 랩소디>는 네 부문(남우주연상, 편집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에서 수상했다. 수상 수로는 4관왕을 차지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위를 점한 시상식이라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작품상을 최고의 상으로 쳐 주는 그간의 풍토를 봤을 때 <그린 북>이 의외의 선전을 펼친 시상식이라고 평하는 것이 더욱 맞아 보인다.    


 



특히 나는 마허샬라 알리의 수상이 크게 기쁘다. 그는 <그린 북>에서 천재 뮤지션 '돈 셜리 박사'를 연기했다. 흔들림 없는 무표정에서 나오는 격동적인 감정 연기는 정말 놀라웠다. 인종차별이란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던 영화를 그의 훌륭한 연기로 재미를 덧씌웠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를 포함한 <그린 북>의 수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나는 이중 두 개의 영화를 관람했다. 다행히 굵직굵직한 영화를 보았다. 바로 작품상의 <그린 북>과 4관왕의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어떤 부문에서 어떤 영화가 후보에 올라 수상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블로그에서 숱하게 소개하고, 나름대로 평하고 있어 나는 위의 두 영화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그린 북>과 <보헤미안 랩소디>는 어떤 영화일까?          






① 2019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그린 북>

# 진한 감동의 영화.     





<그린 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상업성의 영화는 아니다. 대중성이 조금 떨어질 수 있는 영화다. 게다가 잔잔한 풍의 영화여서 국내에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의 주연을 맡은 두 배우는 이름값 있는 배우였다. 나도 얼굴만 보고 처음에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위 사진에 보이는 중년의 백인 남자가 바로 '비고 모텐슨'이다. 우리가 잘 아는 그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이다. 그 아라곤이 벌써 이렇게 50대 중년이 되었다. 영화에선 배도 두툼하게 나온 모습이다. 우리의 추억과 함께하는 멋있는 아라곤의 모습은 옅어져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도 나이가 먹었구나, 하는 약간의 씁쓸함.     



또 다른 주연인 마허샬라 알리는 영화 <문라이트>의 후안 역을 맡은 바 있다. 최근 개봉한 <알리타: 배틀 엔젤>에서도 활약했다.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이는 배우다. <문라이트> 또한 2017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인데, 이로써 마허샬라 알리는 2년 만에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의 영위에 다시 올랐다. 대단한 활약이다. 그의 연기를 보면 '진실 된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것이다. 특히 <그린 북>에서 보인 감정 연기는 소름 돋게 했다. 인종차별 받는 흑인의 모습을 제대로 연기해냈다. 그의 연기를 보면 작품상을 받은 것이 단번에 수긍될 것이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 풍경을 담고 있다. 당시 미국은 극심한 인종차별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였다. 백인과 흑인의 구역이 엄연히 나눠져 있었고, 같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그 심각성을 알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 당시 시대적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나 자신은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진 않은지, 우리 사회에도 만연해 있는 각종 차별을 어떻게 해야 없앨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단순히 상업성만 보고 수상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특성을 봤을 때 <그린 북>의 수상 결정은 작품성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의 작품성은 훌륭했다. 꼭 한 번쯤은 볼 만한 영화였다.          








② 2019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보헤미안 랩소디>

# 자유에 대한 열망.     





<보헤미안 랩소디>의 최종 스코어는 아쉽게도 993만이다. 단 7만 명 차이로 10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했다. 물론 993만도 훌륭한 수치다. 그러나 우리 극장가의 1000만이란 수치가 주는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결과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우리 사회에 준 파급력은 993만이란 수치 이상이었다. 곳곳에서 퀸의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하기 바빴고, 그의 노래가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오르는 등 한동안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왜 퀸이 우리의 심장을 이토록 자극했는지 고민해봤다. 그저 옛 노래에 불과한 퀸의 것이 다시금 우리 삶 속에 들어온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바로 자유라는 이름이었다. 우리는 자유를 열망했다. 억눌려 있던 우리를 극장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해주었다. 퀸은 언제나 자유를 노래해왔다. 억눌려 있는 것은 극도로 싫어했고 노래로써 그 욕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것이 우리의 심장에 자극을 준 것이었다. 자유롭지 않은 이 사회에 대다수가 영화를 봄으로써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단순히 영화의 재미 이상의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왜 우리나라에서만 이 영화가 이토록 흥행했는지 그 현상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보헤미안 랩소디>는 나를 신나게 했다. 영화 보는 시간만큼은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게 했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노래에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 총평.          



시간이 나면 후보에 오른 다른 영화도 봐야겠다. 대체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른 영화는 재미가 보장된다. 웬만하면 보통 이상의 재미를 지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세계 한 해 영화의 결산이라 할 수 있는데, 다시 보니 작년 한 해 참 많은 영화가 개봉됐다. 여기에 히어로 물은 대체로 포함되지 않았으니 그것까지 포함하면 정말 영화의 풍년이었다. 영화로 한 해를 돌아보는 것도 참 재밌다. 이 영화를 본 지 벌써 1년이나 됐나 하면서 스스로 그 빠르기에 놀랄 때가 많다. 아무튼 재밌는 영화는 참 많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영화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참 축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기대된다.




2019.02.26.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모털 엔진 후기 이렇게 재밌는데 왜 흥행이 안 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