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감성, 하루의 기록
감성에세이집 5편 '제대로 된 연애'
제대로 된 연애
사람은 누구나 다수의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 인간은 원래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라 했다. 나도 역시나 많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중 요즘 특히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연애에 관한 것이다. 내 나이쯤 되면, 그러니까 스물다섯 살 정도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제대로 된 연애를 다 하지 않나.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유독 그것이 나에게만 힘들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그럼 제대로 된 연애라는 게 뭘까. 이것은 주관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타자가 보았을 때 그렇게 보이면 ‘제대로 된 연애’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1년 이상 연애를 한다든지, sns상으로 ‘우리 연애해요’라면서 엄청 티를 낸다든지, 1박 2일 커플여행을 떠난다든지, 또는 이별을 하고서 서로 잊지 못한 채 끈적한 미련을 남겨둔다든지. 내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연애’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러한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 지금껏 살면서 다섯 번의 연애 경험 동안, 전부 연애 기간이 짧기도 했고, 사귈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았으면서, 커플여행은 가본 적이 없고, 이별하고서 크게 마음 아파한 적도 딱히 없었다. 그저 매번 겉만 살짝 핥는 정도의 스쳐가는 연애였을 뿐이다. 도대체 왜 나만 연애가 어려운 것 같을까.
먼저 연애를 하려면 두 가지 과정이 있을 수 있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줘서 나도 자연스레 상대방에게 호감이 생기는 것. 다른 하나는 내가 상대방을 좋아해서 그녀의 마음을 얻는 것. 하지만 나는 일단 외모적으로 여성들에게 쉽게 시선과 호감을 사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나를 좋아해준 경험 자체가 거의 없다. 때문에 전자는 이미 포기하다시피 하였다. 그렇다면 후자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초면인 여성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여자친구 생기면 굉장히 자상하게 잘 해줄 거 같아요.’ 낯선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 한 행동이 가끔 그런 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나의 머리 위로 자상한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인데 사실 나는 그렇게 자상하지 않다. 말도 가끔 함부로 내뱉을 때도 있고, 상대방이 편해지면 편한 대로 행동을 아무렇게나 할 때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무척 좋아해서 하루 중 상대방을 생각하는 시간을 그리 오래 두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부끄럽고 오그라들어 최대한 아끼는 편이고, 그 대신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표현하려는 편이다. 상대방은 내가 자상한 줄 알고 사귄 건데 사귀어 보면 막상 그렇지 않으니까 연애 초반부터 삐걱대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또 나는 그러한 나의 모습을 고집하다 보니 우리의 사이는 금세 틀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 내 옆에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 나는 여태껏 내게 문제가 생겨도 무엇이든 혼자서 해결을 해왔고, 또 그러는데 익숙한 사람이라 누군가 내 옆에서 함께 고민해준다는 것 자체가 내겐 어색하다. 고민이 있어도 상대방에게 쉽게 토로하지 못하고 의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함께 하면 우리만의 규칙과 약속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나는 항상 나만의 규칙으로만 살아온 사람이라 우리의 것을 꼭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도 부족하다. 내가 상대방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상대방은 왠지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지 않을 것만 같아서, 애초에 그런 얘기를 꺼내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나는 점점 더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게 되고, 우리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지 못한다. 그런 나의 모습과 성향이 상대방으로 하여금 신뢰를 갖지 못하게 한다.
흔히 연애는 서로 좋아하고, 아껴주고, 챙겨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공평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보다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더 좋아하는 사람은 항상 더 아파하고 상처받기 마련이다. 사실 나도 당연히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 전의 경험들에선 전부 내가 사랑을 받기보다는 당연히 사랑을 줘야만 하는 존재에 가까웠다. 상대방은 자신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내가 공감해주고, 뭘 하는지 항상 궁금해 해주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온종일 채워주길 원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되다 보니 내가 연애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치 상대방의 상담치료사가 된 둣하다. 그러면 나는? 나도 사랑을 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데. 왜 상대방은 항상 받는 것이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젠 그 자체가 내겐 부담이 된다. 연애란 서로 맞추어가는 것이 아닌, 내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해줘야 하는 것쯤으로, 일종의 강박이 생겼을 정도다. 그러니까 나는 여태껏 상대방에게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받은 여자의 사랑은 엄마의 것이 전부인 셈.
그래서 누군갈 만나는 건 내게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되었다. 내가 정말 나의 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을 때. 그때 가능하다. 하지만 점점 그러하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고 있다. 나 자신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둘 연애하기 시작하고, sns상으로 연애 소식이 들려온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연애를 시작할 이유가 되진 않는다. 내가 나이가 차고 있다고 해서, 지금이 연애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주변의 달콤한 말을 듣게 된다고 해서, 조급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런 여러 불안감 때문에 연애를 시작한다면, 그것은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결코 좋지 못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연애는 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고, 내일은 뭐하는지, 언제 잘 건지, 점심으로 무얼 먹을 건지, 주말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내게 물어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사소한 관심이 바로 사랑인 거니까. 불타는 연애보단 상대방이 옆에 있는 것이 마냥 든든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연애를 하고 싶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그리고 그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작가 정용하/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