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 그 두께에 살짝 놀랐다. 100일 동안 얼마나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길래 이리도 두꺼울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닌 나라는 네 나라에 불과하고, 상당 부분이 여행 사진이었다. 글보다도 오히려 사진이 많을 정도로 그 비중이 상당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저자가 어딜 다녔고 누굴 만났는지 독자가 공감하려면 사실 사진만큼 잘 전달되는 게 없었다. 특히 여행에세이라면 그 비중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서 제 본분을 다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비록 많은 나라를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여행 중에 했던 고민들은 충분히 공감이 갔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여행이 꼭 행복한 순간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왜 이 고생 중인가 싶은 순간도 불현듯 찾아올 수 있다. 그렇듯 그의 책은 친한 지인이 전하는 것처럼 솔직함이 매력이었다. 그의 책을 보면 여행을 싫어하는 나도 떠나고 싶어졌다.” -2016년 10월 31일 출간한 김종휘 여행에세이 <10년과 바꾼 100일간의 여행이야기> 추천사.
① 이것이 궁금해요
나는 해외여행이라곤 태국밖에 가보지 못했다. 그것도 가족과 패키지여행으로. 그래서 해외여행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것이 어떤 재미와 보람을 주고, 어떤 난관에 빠지게 하는지. 남들의 여행 후기를 들어도 공감이 안 가니 별 감흥이 없다. 뭐, ‘못’ 간 게 아니라 ‘안’ 간 것이니까 후회도 없고 앞으로 갈 의향도 크게 없다. 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궁금해졌다. 여행 중에 불현듯 찾아오는 고민 같은 것이 있는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것은 다 재밌었다는 ‘자랑’뿐, 그 실상을 들여다보긴 힘들다. 그리고 주변에 물어봐도 그런 우울한 얘기는 보통 잘 하지 않는다. 물론 즐기기 위해 떠난 것인 만큼 대체로 재밌고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이미 숱하게 들어왔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여행인’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여행하면서 불현듯 찾아온 고민 같은 것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하단 댓글로 들려주길 부탁한다.
② 이 책은 어떤 책?
제목 그대로 100일간의 여행이야기다. 인도를 시작으로, 네팔, 그리고 다시 인도, 중국, 라오스를 여행한 이야기를 책으로 묶어냈다. 하루하루 그날 겪은 것과 느낀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것이라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어느 날은 달랑 한 줄만 남기기도, 또 어느 날은 몇 페이지 넘도록 길게 써내려가기도 했다. 그것이 여행이었다. 여행이라 해서 날마다 행복한 순간이 이어지진 않는다. 여기 왜 왔나 싶은 순간도 있는 것이 여행이었다. 저자의 그런 솔직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여행이 어떤 깨달음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익숙한 곳이 아닌 타지에서 나를 바라보면 인생의 해답이 뚝딱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대개 없다. 여행은 깨달음을 주지 않는다. 잠시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저자도 처음엔 그런 깨달음을 기대한 것 같다. 그러나 이내 그런 게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여행에만 집중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기 시작했다. 여행이 그런 것이다. 일상의 환기를 얻고자 그냥 떠나는 것. 뚜렷한 결과물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그 과정만을 즐기기 위한 것. 결과물이 없어도 되는 것. 나의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이 왜 제목은 ‘10년과 바꾼’이면서 그 사정에 대해선 나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알고 보니 그 사정은 저자의 전작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Dream!ng>(공저)에 나온다고 한다. 그래도 전작에 대해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략한 설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간결한 문체라 읽기 쉽고 사진이 풍부해 실감났던 <10년과 바꾼 100일간의 여행이야기>. 평소 여행에세이를 좋아했다면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것 같다.
③ 책 정보
-책소개
어느 날 갑자기 그동안의 모든 것을 버리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 한 사제의 이야기.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 후 10년의 준비기간이 지난 뒤 사제가 된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을 버리고 여행을 떠난다. 해외여행이라고는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그가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배낭과 사진기, 그리고 편도행 티켓만을 들고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첫 해외여행지로 간 곳은 인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일들과 네팔 히말라야 ABC 4,000M 등반, 그리고 중국을 거쳐 라오스까지의 여정을 시작한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니다. 사제였던 한 사람의 고민과 느낌과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의 이야기는 《꿈꾸는 자들의 이야기-DREAM!NG》(공저)에 담았고, 여행을 떠난 후 돌아오기까지의 100일간의 이야기와 사진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운 적도, 글을 써본 적도 없는 저자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와 사진으로 꾸며진 여행기이자 고백서이다.
-저자소개
저자 김종휘는 아무것도 모르던 철없는 나이에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해 10년간의 준비 끝에 가톨릭 사제가 된 자. 하지만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의 사제 생활 후 갑자기 큰 결정을 내린다. 수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너무나도 어렵고 엄청난 결정을 내린 그는 모든 두려움과 걱정까지도 배낭에 넣고 떠난다.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배낭여행에서 온갖 체험과 일들을 겪으며 그는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쉽지 않은 결정과 그보다 더 어렵고 험난했던 10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여전히 사진을 찍으며 가진 것 없지만 늘 꿈을 꾸며 즐겁게 살고 있다. 저서로는《꿈꾸는 자들의 이야기-DREAM!NG》(공저)가 있다.
물론 모두 다 ‘내가’ 선택한 것들이다. 그래서 원망도 미련도 후회도 없다. 인생에서 가장 큰 원망과 미련과 후회는 아마도 내 삶을 ‘내’가 아니라 ‘남’이 살았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호화스러운 삶일지언정 ‘내가’ 없는 삶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다리 밑에 사는 삶일지라도 진정 ‘내’가 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p308
여행은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과 새로움을 향한 도전의 연속이고, 우리는 이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어떤 자극이든 처음보다 더 클 수는 없지만, 이런 탈출과 도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익숙함과 안정감이라는 기분 좋은 것을 누릴 수도 있지만, 자칫 이것은 고인 물처럼 썩을 수 있다. 물론 사회에서 또 삶에서 익숙함과 안정감이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안정감과 변화라는 시소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이 둘의 비중 또한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p337-338
⑤ 책 홍보 프로젝트
책 홍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네 달째다.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다. 나로선 감사할 따름이다. 나의 작은 블로그가 쓸모가 있다니. 또 부탁하시는 분들이 너무 간절해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나의 사소한 글이 그 분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가겠구나. 그래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요즘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글 하나라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을 쓰든 진심을 전하겠다고 맹세한다. 책 홍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게시물을 읽고 메일을 주길 바란다.
# 본 포스팅은 작가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2019.03.15.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