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이 책은 어린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지키며 자식을 키울 수 있는지 전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너무 얽매여 있거나 자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너무 신경 쓰려고 하는 부모가 있다면, 혹시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책의 저자 한수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감상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식을 대하는 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하고 부드러워서 썩 마음에 든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는지 보고 싶다면,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세상과 적절히 타협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2016년 7월 5일 출간한 한수희 에세이 <온전히 나답게> 추천사.
① <온전히 나답게>는 어떤 책?
제게는 묘한 감정을 주는 도서였어요.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읽는 거였거든요. 지난 번 읽을 때는 세상 그 어떤 책보다 좋다고 느끼며 읽었었는데, 그래서 주변 지인에게 꼭 이 책을 일순위로 추천해주곤 했었는데, 어째서인지 이번에 읽었을 땐 별 감흥이 없었어요. 내가 그때 정말 재밌게 읽었던 게 맞나, 왜 그랬었나, 스스로가 궁금증이 일 정도로요. 이 책을 읽은 지 불과 이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와 저는 무엇이 어떻게 바뀐 걸까요.
맞아요. 책은 그대로인데, 제가 바뀐 거예요. 저의 상황과 심리적인 상태가 변한 거예요. 2년 전엔 아직 대학생이었고, 그래도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편이었어요. 졸업을 하면 뭐라도 되겠지, 이런 낙관은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완전히 비관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확실히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죠.
무엇보다 달라진 건 제 심리 상태였어요. 요즘 관계에 대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서, 타인의 이야기가, 나와는 조금 멀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그다지 와닿지 않을 뿐이에요.
낭만. 2년 전 저는 이 책에서 발견한 '낭만'이란 단어에 빠져 어떻게 하면 낭만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책 내용보다도 오히려 그 단어에 빠졌을 만큼 말이에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그 낭만이란 단어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아요. 그래도 여전히 솔직한 진심을 잃지 말자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이지만, 무언가 '낭만'이란 것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단어인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 같아요. 그냥 저는 낭만, 이딴 건 모르겠고, 저답게, 저에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편이죠. 그게 맞는지, 옳은지 모르겠고, 그냥 제가 이끌리는 대로 살려 하는 거예요.
그때와 심리 상태가 달라졌다 해서, 이 책이 좋지 않은 책으로 바뀌었다는 건 아니에요. 그저 그때와 다르게 이 책이 조금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저에게만요. 분명 예비 부모나, 어린 자식을 둔 부모라면, 또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깊은 공감을 주는 책이 될 거예요. 소소한 일상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글이 썩 마음에 들 거예요.
알아봐야겠단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이 책 말고도 한수희 작가의 다른 저서가 많더라고요. 왜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도 의아했어요. 아무튼 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 읽으면서 다른 책의 존재들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빠른 시일 내 그 책들도 읽어볼 생각이죠. 그래도 믿고 보는 한수희 작가의 책이니까요. 이 책의 만족도가 큰 편이니 다른 책도 거리낌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② <온전히 나답게> 좋았던 점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쓰는 글은 그것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다 한들, 읽을 만하고 고루한 만족도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저자의 일상이 비록 나의 상황과 조금 다르다 하더라도, 글이 워낙 좋아서 읽을 만했어요. 한 편 한 편 넘기는 재미가 있었어요. 한편으로 어떻게 이렇게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할 수 있을까, 조금 부럽기도 하면서 신기했어요. 또, 확실한 내 편(남편)이 있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 너무 정신없는 삶을 (양육에 카페 운영에 글쓰기에 강연에 등등)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했죠. 저라면 그러한 삶을 살진 못했을 것 같아요. 물론 자기가 즐기는 거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③ <온전히 나답게> 아쉬웠던 점
이 책에 대해 아쉽다라기보다 스스로에게 아쉬워요. 이 년 전엔 그렇게 재밌게 읽어놓고서 왜 변덕을 부리냐고요. 책 내용은 같은데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고요. 너의 감각이 너무 둔감해진 것 아니냐고요.
뭐, 어쩌겠어요. 달라진 모습도 제 자신인 걸요. 어쩌면 두 번 읽음으로써 이 책을 더욱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된 거 아닐까 생각해요. 앞으로 책 추천하는 데 있어 이 책의 순위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는데, 제게는 그다지 공감 가지 않는 책이었어요. 저의 상황과는 조금 먼 에세이였죠. 그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어요.
앞으로도 나는 이 말을 명심하려 한다. 당장에 무언가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다린다. 반죽이 손에 익을 때까지, 빵이 제대로 부풀 때까지. 그건 빵을 만들면서 내 몸에 밴 것이니, 전보다는 조금은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렇게 묵묵히 만들어 나가다 보면 어쩌면 나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p45
우리는 사실
별로 잘하는 것이 없는 인간들일지도 몰라.
그래서 그냥 순간순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야.
p46
나는 나이가 들수록 운명론자가 돼. 왜냐하면 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그리고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거든. 그럴 때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받아들여야지. 결혼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모두 결점을 지닌 인간들이기에 조금이라도 겸손해지려고 애쓰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p314
2019.05.26.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