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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y 29. 2019

김하나 황선우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리뷰

책리뷰



"그런 한편으로 또 믿게 되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김하나 황선우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중에서    



      

한 번이라도 쉐어하우스에서 사는 삶을 꿈꿔본 적 있다면,

결혼을 꼭 해야 하는지 평소 생각이 많다면,

꼭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책.          






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어떤 책?

# 새로운 주거 형태를 보여주는 책.     



정말 재밌는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 나서 들었던 느낌은, '신선하다', '새롭다'였어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새로운 가족 형태였죠. 요즘 쉐어하우스가 인기 있는 것은 많은 매체를 통해 들어왔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끼리 집을 매매해서 거주한다는 개념은 머릿속에 아예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괜찮은 주거 형태 같아요. 꼭 연인끼리, 가족끼리만 살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동성 간에도 마음이 잘 맞는다면 얼마든지 집을 매매해서 살 수 있는 거였어요. 안 그래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요즘 집값인데 서로 힘 모아 사는 게 나쁘지 않아 보였죠. 물론 아무리 친한 사이와 산다 해도 막상 살아보면 다툴 일이 많겠지만, 그것은 누구든 마찬가지일 테고, 어쨌든 다툴 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친한 사람과 사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 김하나와 황선우가 서로 잘 맞았기에 망정이지, 사실 한 사람이라도 경제력이 부진하거나 성격적으로 큰 결함이 있었다면 진즉에 갈라섰을 거예요. 또, 아직까지 둘이 같이 산 2년이란 시간이 오래 됐다 말하기 뭐하죠. 얼마든지 이후 크게 다퉈 서로 갈라설 가능성은 있어요. 뭐, 그건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에요.     



두 사람의 조합은 어쩌면 흔치 않는 케이스라고 여겨졌어요. 일단 둘 다 경제력이 뛰어나야 해요. 빚을 진다 해도 둘이서 서울의 30평대 아파트를 사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또 1년 만에 빚의 반을 갚았다는 것은 그만큼 둘의 경제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요. 일단 그런 경제력을 갖기가 (아무리 20년 직장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어렵죠.      





또, 성격적으로 그만큼 잘 맞기가 보통 쉬울까요. 둘은 서로에게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고쳐나가려고 하는데, 우린 일반적으로 한 가지 습관을 잘 고치지 못하잖아요.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 동물이에요. 서로 잘 맞추며 살아간다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김하나 황선우의 조합이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둘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이 책의 소재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보통의 에세이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또, 김하나와 황선우 서로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이 더욱 더 서로의 생각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둘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폭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죠. 특색도 있고, 매력도 있는, 장점이 많은 도서였어요.     

강추. 강추.          





②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

# 신선하고 새롭다!     



역시나 신선함, 새로움.     



글을 잘 쓰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거기에 소재까지 신선하니까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     



거기다 요즘 트렌드에 딱 부합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혼자 살기 터무니없는 집값 때문에 요즘 많은 사람이 쉐어하우스 방식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여건을 둘 다 잡을 수 있는 곳에서 여럿이 거주하는 형태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책에서 소개되는 방식이 그것과 비슷하면서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여러 가구 형태가 이외에도 생겨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③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

# 연애사가 없다!  


   

일부로 그랬던 걸까요?

아니면 정말 그런 걸까요.     



독신주의자라 해서 연애까지 하지 않는 건 아니라고 들어왔는데, 책의 저자들은 왠지 연애까지 기피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여자 둘이 잘 사는 것과 별개로, 결혼을 안 하는 것과 별개로, 연애를 하거나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그런 썸씽(?)이 없어서 조금 의아했어요.     



아니면 40대가 넘으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드는 걸까요. 물론 나이가 들면서 그 기회 또한 현저히 줄어들겠죠. 그래도 이성적 관심이 끊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선 그런 언급이 없어서 나도 그 나이가 되면 그렇게 되는 걸까 하고 궁금했어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그러한 내용을 배제했을 수도 있죠. 저는 후자의 가능성을 더욱 높게 봐요.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너무 부러웠어요.     



아파트 한 라인에 친한 친구가 산다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요. 약속 잡을 필요도 없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사이. 대학교 때 이미 많이 겪었는데, 그때도 정말 좋았거든요. 잠깐 마트에 다녀오려 집을 나오면 그 근처 술집에서 이미 거나하게 한 잔 마시고 있는 친구가 저를 붙잡아 아무렇지 않게 합석하고는, 예정에 없었던 술을 마시는 상황. 흔한 학교 앞 풍경이었어요. 졸업하니 이젠 그것이 얼마나 귀했던 환경인지 깨달았어요. 그런데 작가는 그런 환경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니! 부럽지 않을 수 없었죠. 


         


④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속 좋은 구절     





그런 한편으로 또 믿게 되었다. 혼자 하는 모든 일은 기억이지만 같이 할 때는 추억이 된다는 이야기를. p18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p271




2019.05.29.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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