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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n 05. 2019

몽돌 에세이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리뷰

책리뷰



“'인생은 한 번뿐'이라던가,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는 말을 나는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반드시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거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진탕 술을 먹는 등,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재에 살라는 뜻이었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내일 죽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 나의 오늘이 행복해야 했다.” -몽돌 에세이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중에서



          

쉬어감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휴학이나 휴직을 생각하시는 사람에게,

‘나다움’이 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딱 맞는 책.      



    



①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는 어떤 책?

# 생각보다 튼실하고 알찬 책. 솔직한 책.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땐 요즘 SNS에 빈번히 홍보되는 것처럼, '제목만 그럴듯한' 책인 줄 알았어요. 제목으로 호기심을 잔뜩 끌어올리고 정작 내용은 그의 반의반도 못 미치는 책. 그런 책이 요즘 너무 많아서 책을 고를 때 꼭 첫 10페이지 정도를 읽어보거나 다른 블로그 평을 찾아보곤 하는데요. 마케팅의 힘으로 별로인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에요. 솔직히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인 줄 알았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내용도 튼실한, 아주 좋은 책이었어요. 저자가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휴직을 하면 어떤 불안이 생기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현실감 있게 들어볼 수 있었어요. 그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에겐, 특히 휴직이나 휴학을 고민하는 직장인, 대학생들에겐 크나큰 도움이 될 책이에요.     





꼭 휴직, 휴학 책이라고 하면,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성취하는지에만 방점을 찍고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책의 전형이에요. '1년 만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당신도 할 수 있어요.', 같은 스킬에 집중을 하는 책이 대부분이죠. 또 그런 책이 아무래도 관심을 받긴 해요.     



그런데 저는 그런 책을 좋아하지 않아요. 진정성이 없어요. 단순히 사람들의 이목만 끌어 수익을 올리는 데만 혈안이 돼있는 책 같아요. 저는 일종의 사기라고도 생각해요. '네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룰 수 있어', 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정작 저자 자신은 노력한 대로 모든 것을 이루는 삶을 사는지 반문하고 싶어요. 분명 인생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저자가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가졌다면, 이런 부분은 나도 실패했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은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등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을 전부 언급할 것 같아요. 하지만 대체로 그런 책은 없죠. 강하게 확신을 갖고 이야기해야, 즉 상대방을 현혹해야 그만큼 책 판매로 이어지는 거니까요.     





다행히 이 책은 진정성이 있었어요. 휴직을 하면 좋은 점만 있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어떤 불안을 겪게 되는지, 그것이 얼마나 큰지, 또 어떤 점이 좋은지 최대한 현실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요. 저는 그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저자는 휴직으로 아무것도 얻지 못해요. 적어도 외면적으로는요. 너 휴직 기간 동안 뭐 했어, 라고 주변에서 묻는다면 감히 아무것도 답하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저자는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얻었어요. 인생에서 꼭 거쳐야 할, 자신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과 맞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졌어요. 그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을지 몰라도 저자 인생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거예요.      





어떤 대단한 성과를 이루려는 책이 아니라 자신과의 대화에 방점을 찍은 책이라, 저는 좋았어요. 삶의 목적이 행복에 있다고 했을 때, 사실 행복에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은 나를 알아가는 것에 있거든요. 내가 어떨 때 행복을 느끼고, 무엇과 밀접하게 맞는지, 그런 것을 스스로 하나하나 알아야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행복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준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휴학이나 휴직을 생각하는 분,

또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은 나로 사는 삶의 첫 걸음이 되어줄 거예요.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면 지금 한 번 생각해보세요.

나다운 게 뭔지, 나는 어떨 때 안정을 느끼고,

열정을 유지하는지.          





②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가장 좋았던 점

# 거창한 걸 이루려 하지 않았다는 점.     



휴학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뭐예요.      



'휴학하면 뭐할 건데?'     



꼭 거창한 걸 목표로 둬야 휴학의 의미가 있는 건가요. 혹시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만든 계획 아닌가요? 저는 기본적으로 휴학의 계획이 꼭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계획대로 되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뭐, 그런 것은 있겠죠. 나 휴학하면, 이거 하겠다 저거 하겠다. 그런데 언제까지 뭐하고, 언제까지 돈 모아서 언제 어디 여행 가겠다. 대체 이런 게 왜 필요한 거죠? 그렇게 정해 놓으면 정한 대로 되던가요. 정해 놓은 대로 하면 성취감이 들던가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계획 같아요.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린 만큼 이번엔 무작정 쉬어도 될 텐데, 뒤쳐질까봐, 주변의 시선 때문에, 빡빡한 계획을 짜는 거 아닌가요.    


  

그럴 필요 없어요. 계획이 없어도 돼요. 휴학하면 뭐하겠다, 하는 게 있으면 몸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할 거예요. 그것이 일상이 되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떤 성과를 이루고 있을 거예요. 타인에게 보여주는 계획이 아닌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맞는 일을 해보세요. 휴학을 한다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값질 거예요. 물론 어떻게 보내든 그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이 책이 그래서 좋았어요. 계획이 따로 없었어요. 요가, 수영, 명상 등을 하고 싶어 했지만, 무얼 이루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위해서, 그저 해보고 싶어서 한 것들이었어요. 저는 그게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냥 몸 따라 마음 따라 흘러간 것이잖아요. 정말 나 자신을 위해서 시도한 것들이잖아요. 꼭 거창한 걸 이루려 들지 않았다는 게, 이 책의 가장 좋았던 점이었어요.     


      



③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점

# 앞부분이 다소 기대에 못 미침.   


  

책 앞부분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거예요. 사실 그냥 덮어버리기 직전까지 갔어요. 에이 다른 책이나 읽어야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 중반부터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좋은 구절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휴직을 하고 이제 그 생활을 이어가던 모습부터. 왠지 거창한 걸 이루려 들었을 것 같았는데, 막상 휴직을 하고 보니 다 자기 자신을 위한 것들이었어요. 특히 그 수단으로 요가, 수영, 명상을 한 건 너무 좋은 선택 같았어요.    


  

그러니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앞부분이 너무 평범하단 것이었어요. 회사에 지쳤다, 고로 휴직하고 싶다, 이 정도. 그 이유, 전후사정 등등 자세하고 깊은 사정이 있을 텐데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정확히는 저자만의 목소리가 안 들렸다는 거. 그게 가장 아쉬웠네요.     



하지만 어쨌든 중반 이후서부터 좋아져, 결말까지 종합해서는 좋은 책에 해당해요. 이 책 읽을 만해요. 


         


④ <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속 좋은 구절     





첫째는 그 생각, 감정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 슬픔 분노를 곧 나 자신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둘째는 그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인 먹기, 자기, TV보기, 술 마시기 등이 모두 회피에 해당한다.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p130     





이런 감각 감정 생각에 반응하지 않고, 그것들을 당장 사라져야 할 문제적인 요소로 보지 않고 그저 바라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감정을 붙잡고 있떤 예전보다 더 감정이 빨리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명상 선생님이 하신 말, '억지로 긍정적이 되려고 하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감정은 회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을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p132     





속세의 생활은 대개가 부정성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일이었다. 회사 생활 역시 그랬다. 일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싫은 것이 갈수록 많아졌다. 잘 웃고 선한 사람이 바보가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남에게 부정성을 강하게 드러낼수록 노련하고 프로페셔널하고 세련되어 보이는 이상한 사회였다. p159     





'인생은 한 번뿐'이라던가,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자는 말을 나는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반드시 회사를 때려치우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거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진탕 술을 먹는 등,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라는 뜻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재에 살라는 뜻이었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내일 죽더라도 아쉽지 않을 만큼, 나의 오늘이 행복해야 했다. p160     





자신의 가치란, 바로 지금부터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하며, 그 가치를 향한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삶의 의욕을 느껴야 한다. p194 (박미라 <치유하는 글쓰기> 중)     





'뺄셈의 농법'을 실천하는 자연농들은 "이걸 하지 말면 어떨까, 저걸 그만두면 어떨까?"를 묻는 이 방식을 삶에도 적용했다. 그 뒤로 인생이 더 자유롭고 편안해졌다고 했다. 내년에는 뭘 더 해볼까가 아니라 뭘 안 해볼까를 생각하는 자세로 살아보고 싶다. p222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꿈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매번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이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 아닐까요. p266 (이사 토모미 <여자, 귀촌을 했습니다>)




2019.06.05.

작가 정용하

# 본 리뷰는 출판사의 무상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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