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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Jun 06. 2019

이기주 글귀집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 리뷰

책리뷰



"사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다. 30대의 가슴은 여전히 스무 살의 패기를 기억하고 있고, 30대의 머리는 마흔 살의 노련함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낸다면 훗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30대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단 늦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맞이해보자." -이기주 글귀집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 중에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게 맞는 책.

이기주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책.

하지만 진심은 조금 부족한 책.

저자의 감정은 드러나 있지 않은 책.         


 




①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은 어떤 책?

# 말뿐인 위로만 건네는 위로 글귀집. 


    

이 책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사람들에게 맞는 책이에요. 실제로 그들을 대상으로 썼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직장인의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한 인상을 받았죠. 그 입장에 놓인 사람이라면 위로를 받을 수도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무엇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에세이는 확실히 아니에요. 에세이는 자신의 얘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데, 저자는 자신의 얘기를 제한적으로 해요. 기본적으로 위로를 주기 위한 말만 해요. 그 과정에 자신의 얘기도 조금 하긴 하는데, 전후사정이 잘 드러나 있지 않고, 메시지에 필요한 수준에서만 해요. 그렇다면 시집일까요. 시집도 아니에요. 몇몇 글은 시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은 아니에요. 시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 않아요. 제목에서도 드러났듯 그냥 이 책은 ‘위로 글귀집’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 이기주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이름은 하도 오래전부터 들어와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솔직히 제 기대에 반의반도 못 미쳤어요. 글을 잘 쓴다는 건 동의해요.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됐어요. 하지만 그의 글이 좋은 글이냐 물었을 때는 답하기 어려웠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범주에는 들어오지 않았죠.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생명력이 있는 글’이에요. 글만 보아도 누가 쓴지 딱 알 수 있는 글. 예를 들면, 김영하나 유시민의 글은 글만 보아도 누가 쓴지 단번에 알 수 있어요. 그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글에 녹아내린 듯한 느낌. 그러기 위해선 글에 자신을 투영시켜야 해요.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 줄 알아야 해요. 하지만 이 책은, 이기주는, 그런 것이 없었어요. 글에 자기 자신이 없었어요. 그냥 말뿐인 위로일 뿐, 글에 ‘나’가 들어 있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작동 원리를 본인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위로를 건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내가 너희들의 감정을 다 알고 있으니, 너희는 이렇게 해, 라고 말하는 듯한 느낌. 세상의 모든 감정을 겪어 봤고,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 인간은 누구나 부족한 존재예요. 타인의 감정과 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어요. 다 알고 있다는 듯  위로를 건네는 건 명백한 위선이에요. 그런 태도로 말뿐인 위로를 건네는 게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사회적 흐름이 그때와 조금 바뀐 것일 수도 있어요. 예전엔 이런 글만 읽어도 위로가 되었다면, 이제는 개인이, 사회가, 메신저의 진정성을 더욱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예능 프로만 보아도 알 수 있잖아요. 이제 진정성이 없는 예능은 한순간에 도태돼 버려요.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글에 온전히 자기 자신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이젠 그 글이 소비되지 않아요. 예전엔 먹혔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에요.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은 2014년 출간한 작품)         


 



②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 가장 좋았던 점

# 사람마다 그 감상은 다를 수 있다.     



이 책이 큰 오류가 있다기보다 그냥 저와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어요. 다시 말해 다른 사람에겐 이 책이 좋은 책일 수 있다는 얘기죠. 저에겐 그저 말뿐인 위로로 느껴지지만, 다른 사람에겐 그것이 큰 위로가 될 수도 있어요. 그 처지에 딱 맞는 사람이라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절대 읽지 말라 라고 말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그 감상은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적어도 저에게만은 이 책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③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 한 가지 아쉬웠던 점

# 글에 ‘나’가 없는 것. 말뿐인 위로.     



사실 이미 위에서 많이 말했는데요. 다시 한 번 언급하자면,    


 

저는 글에 ‘나’가 없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글은 생명력이 없다고 생각하죠. 더 심하게 말하면, 글로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책에는 저자의 목소리가 없었어요. 저자 자신이 안 보였어요. 그 정도의 위로는 누구나 할 수 있죠. 제가 듣고 싶은 건 저자만의 목소리, 저자의 진심이에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죠.     



혹시 몰라요. 이 책만 그러한 것일지도. 이기주의 첫 책을 잘못 고른 것 같아요. 분명 그 명성에 걸맞은 좋은 책이 많을 텐데, 아쉽게도 가장 아쉬운 책부터 고른 걸 거예요. 다음엔 베스트셀러인 <언어의 온도>를 읽어 보려고요. 그래도 이기주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려고요. 그런 다음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이어진다면, 이기주 작가는 저와 맞지 않는 거예요. 아직 기대를 남겨두고 다른 책들을 읽어보려고요. 


         


④ <일상에서 놓친 소중한 것들> 속 좋은 구절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의 나이에 대해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사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야말로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기다. 30대의 가슴은 여전히 스무 살의 패기를 기억하고 있고, 30대의 머리는 마흔 살의 노련함을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낸다면 훗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30대를 막연하게 두려워하기보단 늦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맞이해보자. p26     




2019.06.06.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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