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져 본 적 없는 녀석들은 남의 마음을 몰라.”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유다이 대사 중에서
어렵지만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주는 영화.
언제나 재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후기
이웃님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나요?
6년 동안 키운 내 자식이,
알고 보니 내 자식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알고 보니 다른 집 자식과 뒤바뀐 거라면,
6년 동안 키운 자식을
진짜 내 아이와 바꿀 수 있을 것 같나요.
이 영화는 영화 내내 그 물음을 던져요. 당신은 어찌할 거냐고. 어떤 결정이든 매우 어려웠을 거예요. 또 어떤 경우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 거고요.
나라만 어떻게 했을까.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애정을 갖고 키운 자식이 알고 보니 내 자식이 아니었다면 저 역시 멘붕에 빠졌겠죠. 과연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예전처럼 그 자식을 대할 수 있었을까요. 솔직히 스스로 자신이 없어요. 심정적으로 이미 예전과는 다른 마음일 거예요. 또 그 달라진 마음 때문에 스스로 매우 자책감을 느낄 테고요.
그렇다고 내 진짜 아이를 데려오기도 애매해요. 아무리 내 핏줄이라 하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은 무시 못 하거든요. 그쪽 집에 살면서 내 진짜 아이는 그 가족 사람이 되었을 거고, 아무리 유전적인 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어딘지 모르게 낯선 느낌일 텐데, 그걸 완전히 차치하고 내 핏줄이란 이유만으로 데려오기가 쉽지 않죠.
아이 또한 어떨까요. 하루아침에 낯선 아저씨, 아줌마 보고 아빠, 엄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해서 그게 될까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차츰 적응이 되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내키지 않을 것 같아요. 초기 기억이라는 게 쉽게 안 변하거든요. 강렬하게 몸속에 남아 늘 기억하게 되거든요. 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6년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는 건 불가능하다 봐요.
참 애매하네요.
내 피를 가진 자식과 사는 게 맞는데, 그렇다고 기른 정을 무시할 수도 없고. 어떤 게 맞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어떤 선택이든 존중 받아야겠죠.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저는 기른 정을 선택할 것 같아요.
아이가 커가면서 달라질지 몰라도
그 순간만을 놓고 봤을 때
기른 정을 저버리진 못할 것 같네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는 참 신기해요. 항상 ‘가족’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지만, 하는 얘기는 매번 달라요. 어떤 영화는 이런 얘기, 또 어떤 영화는 저런 얘기, 같은 가족 영화라도 어떻게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은지, 볼 때마다 참 신기해요. 등장하는 가족의 형태도 매번 다르죠.
한데 하나같이 전하는 메시지는 같아요.
가족은 소중하다.
그걸 이끌어내는 과정이 너무 현실적이고 따듯해서 좋아요. 누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한 편이라도 본다면 그에게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영화 <어느 가족> 이후 세 편을 연달아 찾아보게 되었죠. 그리고 볼 때마다 푹 빠지게 되었어요. 대단해요, 이 감독.
그의 장점은,
같은 소재를 활용해도
신선함을 낸다는 거예요.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가족의 형태는 매우 신선해요. 무언가 한국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들어봤을 법한 소재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좀 더 세밀하고 현실적이에요. 현실의 가족처럼 누가 옳고 그르다, 확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죠.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갈등을 하게 만들어요.
그의 영화는 느낌이 매번 달라서,
보고 나면 참 많은 생각에 빠져요.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죠.
집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고 있었다면, 저는 이 영화 꼭 추천 드려요. 가족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거예요. 더 시간이 난다면 그의 영화들을 정주행하는 것도 좋아요. 서로 각기 다른 재미가 있죠. 한 번 보고 나면 무조건 그 매력에 빠지게 될 거예요. 확신해요.
②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재미 포인트 하나
역시 확실한 재미 포인트는,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라는 물음.
이 영화는 끊임없이 당신은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물음을 던져요. 그 물음에 나름 답해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죠. 어떤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없어요. 또 어떤 경우라도 아이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상처를 받게 돼 있죠.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상상만으로 재미있고 곤란하고 어려워요.
③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재미 포인트 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다른 영화와는 어떤 점이 다를까, 이 영화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살펴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예요. 확실히 그의 영화는 서로 다 같으면서 달라요.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 같으면서도, 전부 엄청 신선해요. 또,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으면서도, 와닿는 메시지가 매번 다르고요.
어떻게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을까,
늘 감탄하게 만들어요.
④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재미 포인트 셋
물론 저마다의 세세한 경험은 전부 다를 거예요. 하지만 저는 케이타(니노미야 케이타)의 모습에서 저를 보았어요. 부모로부터 상처받은 나를요. 분명 부모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 아이는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받아요. 그리고 그것이 어른으로까지 이어지고요.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죠.
케이타의 아버지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도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못 받은 것으로, 우리는 영화에서 추측할 수 있어요. 그게 그대로까진 아니어도, 그 아들에까지 어느 정도 이어지죠. 자기도 모르게 받았던 대로 주고 있는 거예요. 그 사실이, 너무 냉혹하면서 두려워서, 저는 그 생각까지 해봤어요. 나도 내 자식에게 손찌검을 하게 될까. 당연히 그러면 안 되지만, 상상도 해선 안 되지만, 만약의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까봐 저는 애를 못 낳겠어요. 저는 저를 믿지만, 혹시라도 상처를 주게 될까봐 엄두가 안 나요.
받은 대로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받은 게 그거라 줄 것도 그거뿐이라는 게,
참 슬퍼요.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줄 아는 거예요.
사랑 받은 적 없는 사람은
주는 법을 몰라 주지 못해요.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아마 케이타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거예요. 그리고 아픈 기억을 같이 떠올릴 거예요. 그 상처의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완성해 나간 것이지만, 되도록 그때 상처보다 사랑을 좀 더 받았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럼 지금보다 좀 더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그 점이 안타깝네요.
내가 어찌할 수 없이 받아들인 대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게.
그것 또한 운명이니 받아들여야겠죠.
2019.06.14.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