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적절한 경계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신체만이 우리가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를 지각할 수 있고, 신체만이 우리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말해줄 수 있다. 머리는 알지 못하며, 감정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경계는 동시에 우리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롤프 젤린 <예민함이라는 무기> 중에서
자신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
예민한 사람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려준 책.
하지만 다소 가독성은 부족한 책.
① <예민함이라는 무기> 후기
나의 예민한 성격을 솔직하게 말하면
왠지 약점을 노출하는 것 같아
보통 말하길 꺼려할 거예요.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 예민한 사람이 참 많죠. 자신의 예민함 때문에 하루하루 힘들어 하는 분이 정말 많아요. 그것은 남녀 가리지 않아요. 하지만 저처럼 그것이 예민함 때문에 오는 아픔인지 모르는 분도 정말 많을 거예요. 저도 제가 예민한지 몰랐어요. 그냥 조금 유난한 성격이다, 라고만 생각했지, 제가 예민해서 지금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지 몰랐어요.
저는 예민한 사람이에요.
괜찮다고, 강하다고, 스스로를 늘 다잡아 왔는데, 그런다고 괜찮아지는 게 아니었어요. 참다가 올해 터질 게 터져 버린 거죠. 꾹꾹 눌러 왔던 아픔이 펑-하고 터져 저의 기력을 완전히 앗아갔어요. 그래서 요즘 쉽게 무기력해지고 사람 만나는 걸 자꾸 피하게 돼요. 내가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곱씹게 되고, 만나지도 않은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별 스트레스 없이 하루를 보내도 집에 오면 이미 방전이 돼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늘 지쳐 있죠.
그게 다 예민한 성격 때문에 그런 거예요.
남들보다 더 많은 자극에 노출돼서 그래요. 비단 인간관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너무 쉽게 자극을 받아서 그래요. 예를 들어 저는 남들이 듣지 못하는 주변의 작은 소리까지 듣는 경우가 많아요. 눈치를 잘 보는 성격 탓인지 항상 주변의 상황을 인지하려고 하죠. 남들은 그냥 지나치고 마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기억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은 저를 모르는데, 저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죠.
제 안테나가 늘 외부에 향해 있어 그래요.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고 있는 거죠.
그러니 가만히 있어도 피곤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예민한 사람이 그래요. 원치 않아도 남들보다 더 많은 자극을 받아들여요. 관계뿐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아요. 그래서 그것을 방치해두면 금방 탈이 나는 거예요. 의식적으로 그 것을 통제하고, 자신이 견딜 수 있을 만큼 조절해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저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늘 방전된 삶을 살게 되는 거예요.
자꾸 '내‘가 되려 하고,
나 자신에 집중해야 해요.
주변 소음과 자극이 전무한 공간에
나 자신을 고립시켜
온전히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그러지 않으면 자는 순간까지
그 예민함이 자신을 괴롭혀
불면을 낳고, 무기력을 만들 거예요.
이런 나의 예민함을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스스로 주위 자극을 통제하고, 굳이 받을 필요 없는 자극은 그대로 흘려보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제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주었죠.
그 구체적인 방법이 이 책에 나오진 않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지 그 힌트를 알려주었어요. 그것만으로 제겐 큰 도움이 되었죠.
② <예민함이라는 무기> 좋았던 점
어떤 사람이 예민한 사람이고, 예민한 사람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준 책이었어요. 안 그래도 요즘 답답한 마음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 마음을 조금 달랠 수 있었어요. 좀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웠고, 한결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었어요.
때론 내가 힘든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 치유될 때가 있어요.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가시죠. 확실히 이 책을 통해 제가 예민했던 이유를 알게 되니까 전보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실마리를 조금 알게 되었죠.
지금의 저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어요.
예민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해요.
③ <예민함이라는 무기> 아쉬웠던 점
가독성이 다소 아쉬웠어요. 왠지 모르게 잘 읽히지 않았죠. 공감되는 부분은 집중력 있게 잘 읽혔는데, 나머지 부분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다지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건 아마도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돼서 그런 것 같아요.
초반 부분에선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중반부로 갈수록 지겨워진 거죠.
글 자체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글을 그저 번역하기 바빴다, 란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현을 세심하게 고르고 가독성을 살려야 했는데, 그저 독일어 책을 번역한다는 마음이 앞선 책이 아니었나 싶어요.
예민하다는 것은 일단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성격이 강한지, 약한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지능이 얼마나 높은지 하는 것은 예민함과는 상관이 없다. 물론 예민함과 높은 지능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나기는 한다. 예민한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며, 예민한 사람들이 자신의 특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그로 인해 고통스러워할 것인지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다. p22
하지만 예민한 사람들 중에는 타인의 필요가 너무 피부로 와닿다 보니, 자신의 필요를 간과해버리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함으로써 늘 손해만 보고 불만족스럽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무조건 갈등을 피하려다 보니 자신의 입장을 제때 깨달아 대변할 수 없고, 그러고 나서 뒤늦게 다른 사람들과 갈등을 빚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에게 요구한 것보다 더 많이 노력하려다 좌절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스스로 떠맡고 나서는 자신의 일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늘 걸림돌이 되는 것만 주시하고 다른 가능성을 뒷전으로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이 또한 예민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p33
예민한 아이들은 관찰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일찌감치 주변의 모든 일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변화를 싫어하며, 모든 것이 예전 상태 그대로 변치 않고 유지되는 것을 좋아한다. p99
나는 눈치가 빠릅니다.
나는 배려를 잘합니다.
나는 객관적이고 공정합니다.
나는 잘난 체하지 않습니다.
나는 상대방의 기분을 잘 읽습니다.
나는 디테일한 것을 놓치지 않습니다.
나는 종합적으로 보는 눈도 가졌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존중합니다.
나는 나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잘합니다.
나는 균형과 정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졌습니다.
나는 독창적인 사고를 좋아합니다.
나는 신중한 성격입니다.
나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책 뒷 표지>
2019.06.15.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