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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ug 01. 2019

좋은비 에세이 <서른의 연애> 리뷰

책리뷰



요즘 글쓰기 어플 '브런치'를 통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나도 그중 여러 권의 책을 읽어봤다. 역시 가장 인상 깊었던 고수리 작가의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부터 손수현 작가의 <누구에게나 그런 날> 등 눈에 띄는 작품이 많다. 좋은비 작가의 <서른의 연애>도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이다. 브런치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대부분 뛰어난 필력은 물론 색다른 컨셉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른의 연애>는 평범한 직장인이 써 내려가는 서른 즈음의 사랑 이야기다. 저자는 한 사람과 6년이란 시간 동안 사랑을 나누지만 결혼이 아닌 이별을 택하고, 그 기억과 아픔을 글로 남긴다. 저자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그녀와 헤어지고 난 다음이라고 한다. 책에는 그간의 아쉬움,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 새로운 사람에 대한 설렘 등이 솔직하게 쓰여 있다.     





부족함이 없는 마음에선 좋은 것이 나오지 못한다. 글을 비롯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다 마찬가지다. 갈구하는 마음, 불균형, 결핍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에 더 깊은 울림이 있다. p55



- 좋은비 에세이 <서른의 연애> 중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솔직함'이다. 전혀 꾸밈없는 느낌 그대로를 적고 있다. 그 나이대 남성의 마음을 잘 대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결혼, 연애, 싱글이란 주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십대 후반부터 삼십대 중반의 청춘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다.     





나 역시 그런 편이지만 저자는 사랑에 있어 이상이 큰 것 같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자기만의 확실한 그림이 있다. 물론 누구나 그 그림은 어느 정도 있고, 때때로 그것이 변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너무 구체화 되어 있으면 연애할 때 득보다 해가 된다. 그것이 상대방을 옭아매는 하나의 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고, 어떤 그림을 만들지는 둘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이상이 너무 크면 그 그림이 한 사람만의 것이 될 여지가 크고, 그것이 생각한 것과 다를 시 불화의 원인이 되며, 사랑이 빠르게 식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기대한 것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어떻게 한 사람의 성향을 내가 원하는 대로 가져올 수 있겠는가. 머릿속에 어떤 형태도 그리지 않고 순전히 좋은 느낌만 받아들여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사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나 역시 이상이 큰 사람이긴 하나, 최근 들어 그 느낌만을 믿어보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게 할 수 없다. 그저 맑은 날엔 웃고 흐린 날엔 울면서, 가장 좋은 때에 좋은 비가 내리기를 기다릴 뿐이다. p96



- 좋은비 에세이 <서른의 연애> 중에서





저자는 6년간의 연애가 끝이 난 이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잠깐만. 그렇게 갑작스레 시작한 것 치고 너무 잘 쓴다. 무언가 주작의 냄새가... 저자의 말이 진짜라면 이건 정말 타고난 재능이다. 평생 쓰지 않다가 시작한 건데 이 정도라면 인생 정말 불공평하다. 사실 그 말을 순전히 믿진 않는다. 완성된 글은 아닐지라도 어떤 글이든 꾸준하게 써오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필력, 불가능하다. 저자는 글을 정말 맛있게 잘 쓴다. 몰입도가 좋다.         


 



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애프터고 뭐고 내일 당장 또 만나고 싶어야, 여자는 이 남자가 애프터 신청을 안 하면 자존심이고 뭐고 팽개치고 자신이라도 나서서 또 만나자 하고 싶어야, 그 정도는 돼야 성공하는 게 소개팅이다. p100



- 좋은비 에세이 <서른의 연애> 중에서





나에게도 사랑의 이상이 있다. 나는 상대방이 내 곁을 쉽게 떠나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잠시 내가 긴장을 풀고 있어도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같이 있는 게 편안하고, 또 먼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는 그런 관계. 무엇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랑 한 번쯤 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어주지 못했다. 조금만 내게 관심이 없는 것 같으면 바로 마음을 접었다. 그 사람이어서 좋아하기보다 나에게 사랑을 줄 것만 같아서 마음을 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굳건한 사랑을 바라면서, 한 번도 굳건한 사랑을 줘본 적이 없다. 사랑은 대체 뭘까. 받고만 싶은 게 사람 마음인 걸까. 나 역시 상처가 많은 탓에 마음이 닫힌 것일까. 굳건한 사랑을 주려면 어찌해야 하고, 그 대상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힌다. 그래도 분명 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꾸준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내가 주는 마음을 잘 받아주는 사람. 상대방은 가만히 있어도 상관없다. 내가 먼저 다가갈 테니 거부하지 않고 고마워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어찌 됐든 서로가 서로에게 끌려야 사랑이 이루어지는 거다.     




2019.08.01.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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