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정영욱 작가의 신간 에세이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는 2019년 7월 10일 출간된 책이다. 밥과 인간관계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고 있다. 책 표지에 쓰인 문구도, '음식으로 푸는 관계 레시피'다. 밥과 인간관계를 소재로 쓰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밥과 인간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얼굴 한번 보자는 뜻을 '밥 한번 먹자'라는 말로 돌려 말한다. 진짜 밥 먹자는 뜻이 아니더라도 안부를 묻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밥보다는 술로 그 의미를 대신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밥보단 술로 만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곤 한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만남에 있어 맛있는 게 필요하다는 것은 같다. 나도 보고 싶은 대상에게 밥 한번 먹자고 메시지를 해야겠다. 이 책을 보니 누군가가 만나고 싶어졌다.
사람마다 책의 감상은 다를 수 있다. 내가 재밌게 읽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재밌을 거란 보장은 없다. 그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얼마든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본적인 것이 갖춰졌을 때 얘기다. 책으로서 독자들에게 읽힐 준비가 되었을 때 사람들의 호불호를 논할 수 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책을 놓고 그 감상을 말하는 것은 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보지 못한 친구의 얼굴이 보고 싶을 때 '언제 밥 한번 먹자'
헤어지기 아쉬워서 또 보고 싶을 때 '조만간 또 밥 한번 먹자'
애정표현 서툰 아빠가 나를 보고 싶을 때에 '밥 한번 먹으러 와라'
어색한 우리 사이에서 한걸음 가까워지기 위해 '밥은 먹었어요?'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킬 때 '어떤 음식 좋아해요?'
재수 없는 사람들에게 '밥맛 떨어진다'
걱정이 많아 혼자 있고 싶을 때에 '밥맛없어'
아침 일찍 출근해서 된통 까이는 이유는 '밥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
그러고도 아등바등 버텨내는 이유는 '밥줄 끊기기 싫어서'
- 정영욱 신간 에세이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이 그런 책이었다. 기본적인 것이 부재했다. 여기서 기본적인 것이란 글의 가독성, 완결성, 맞춤법, 띄어쓰기 등을 말한다. 이 책은 글이 잘 읽히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와닿지 않는다. SNS상을 통해 오래 전부터 지켜봐 왔던 작가라 기대를 품었는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도 다른 후기를 살펴보면 찬양일색이다. 물론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고, 작가를 향한 팬심이 작용할 수 있으나 위에서 언급했듯 기본적인 것이 갖춰져 있지 않은 책은 호불호를 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든 좋은 얘기만 넘쳐나는 것은 의심해볼 정황이다.
일단 이게 에세이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확실히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글의 화자는 남자가 아니다. 여자다. (물론 남자 화자도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책에 '언니'라는 호칭이 나온다. 처음엔 내가 착각한 줄 알았다. 이름부터 완전히 남자 이름인데 반전이 있는 줄 알았다. <하루의 취향> 김민철 작가도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여자 작가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남자인 것이 명백하다. 그럼 이 호칭은 무엇인가. 들어보지 못한 픽션 에세이인가. 에세이라고 분류하기도 나는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건 속인 거다. 소설이면 소설이고, 수필이면 수필이지, 그 경계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장르다. 어쩐지 내용도 현실적이지 않다. 어디선가 들어보고, 머릿속에서 구성한 듯한 내용이다. 정말 소설처럼 잘 읽히기라도 하면 재밌게 읽었을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그냥 여성의 마음은 이렇겠지, 추측하며 쓴 글 같고,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책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의 대부분은 밥 때문이고 그 과정에 언제나 밥이 있었다. 누가 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행복지수의 대부분은 밥이 차지한다잖아. 그러니까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자.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밥 한번 먹자.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그러한 방식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니까. 그냥 그게 다야. 우리 언제 꼭 밥 한번 먹자.
- 정영욱 신간 에세이 <밥 한번 먹자 말하지만 얼굴 좀 보고 살잔 뜻입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나도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직접 무상지원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후한 후기를 올려줘야 한다는 마음의 짐이 있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재밌게 읽지 않은 책을 재밌었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오죽했으면 그럴까. 좋지 않은 후기를 남기게 되어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차라리 후기를 아예 쓰지 않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후기들이 너무 찬양일색이어서 이건 건강한 생태계가 아니란 생각에 작심하고 쓰게 됐다. 이 글로 아마 '부크럼' 출판사와 더는 작업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은 슬픈 현실이다.
웬만한 에세이라면 술술 읽어 완독한다. 그러나 이 책은 십 분의 일 정도 읽고 덮어버렸다.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내용이 그렇다기보다 글이 안 읽혔다. 그런데도 인스타 팔로워 10만 명이 넘는 SNS인기작가라니. 무언가 억울해진다. 그래도 짧은 글이 올라오는 것을 봤을 땐 괜찮다 여겼는데 긴 글은 아닌가 보다. 모르겠다. 여성들이 봤을 땐 괜찮게 여겨질지. 남자와 여자가 차이를 보일지. 일단 글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은데 베스트셀러로 오른 적도 있다는 게 잘 믿기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마케팅은 기가 막히게 잘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어떻게 읽을지는 독자의 몫이다. 나의 감상이 꼭 여러분의 것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준비된 책과 마케팅된 책은 좀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준비되지 않은 책이 마케팅의 힘으로 준비된 책으로 둔갑하는 것만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너무 비슷한 책이 많다. 제목만 그럴 듯하게 지어, 또는 마케팅의 수를 써서, 사람들의 환심을 사는 책이 너무 많다. 그런 책과 진짜 읽을 만한 책이 좀 분간되어야 하지 않을까. 건강한 생태계를 교란하는 책이 이제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라져야 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 무상지원을 받고 작성된 글입니다
2019.08.06.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