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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Aug 08. 2019

아나운서 장성규 에세이 <내 인생이다 임마> 리뷰

책리뷰



요즘 전천후로 활약 중인 아나운서 장성규. <아는형님>에 나올 때마다 보아 왔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재밌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저 아나운서 치고는 좀 재밌네, 그 정도였지. 그의 드립을 보고 빵-터진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JTBC를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구축하긴 했지만 프리로서 경쟁력이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 무슨 신의 한수까지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프리랜서로 나오자마자 종횡무진하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아깝지 않다. 특히 나는 유튜브 예능 '워크맨'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장성규는 그냥 신이다. 아니 어떻게 저런 드립을 칠 수 있지, 감탄하며 본다. 이제 그의 진면목이 드러난 것이다. <내 인생이다 임마>는 그런 그의 책이기에 출간 직후 관심이 갔다. 과연 어떤 얘기를 털어놓을지 무척 기대가 됐다. 사실 그가 아직 A급은 아니지 않나. 최정상 위치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그가 털어놓을 이야기가 있을까, 솔직히 의심을 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생각보다 그는 아주 감성적이고, 솔직하고, 예의 발랐다. 방송에서 보여주는 그의 이미지와는 아주 다르게. 그가 대체 어떤 사람인지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를 더욱 깊이 알 수 있는 책이다. 감성적인 면모도 있지만 역시 똘아이 기질이 더욱 풍부한 사람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모범관종이다. 생각보다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하는 에세이 <내 인생이다 임마>, 한 번씩 읽어보기 권해 본다.     





하정우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 이후 연예인이 책을 내는 것에 관대해졌다. 그래도 예전처럼 상업적인 결과만 좇기 위해 출간하진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글 잘 쓰는 연예인도 많이 생겨났다. 더군다나 상업적인 결과를 좇는다기엔 아직 장성규는 그 정도의 스타가 아니다. 그런 그가 책을 냈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신뢰를 줬다.     





자존감은 한없이 바닥을 쳤고 자격지심에 잘나가는 친구를 질투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아 불쑥불쑥 화가 나기도 하고, 내 처지를 생각하면 괜히 슬퍼지기도 하면서 감정이 널을 뛰기도 했다. p52



- 아나운서 장성규 에세이 <내 인생이다 임마> 중에서





역시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너무 재밌었다. 장성규가 이렇게 글을 잘 썼나 싶다.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됐다. 요즘은 하도 후반 작업이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져 원래의 원고가 출판사를 거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 다반사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장성규가 잘 쓴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글까지 잘 쓰는 욕심쟁이 우후훗. 나는 전문적으로 글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고 배 아프기까지 한다. 나는 잘 쓰고 싶어 그토록 애를 쓰는데 별거 아닌 듯 큰 노력 없이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힘이 쭉쭉 빠진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아무튼 이 책은 장성규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떻게 아나운서가 됐는지,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있다. 그가 원래 소심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굉장히 의외로 다가왔다. 지금 모습만 보면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기 어렵다. 또 한편으로 어렸을 때부터 순간 센스가 타고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일례로 고등학교 시절 만담대회에 나가서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웠다. 청소년에 한정된 대회도 아니고 성인도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대회인데 그곳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떡잎부터 달랐다는 뜻이다. 그러나 개그 코드 짙은 그가 다름 아닌 아나운서가 됐다는 것도 반전에 가까웠다. 이미 MBC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을 통해 얼굴을 알릴 때부터 그의 색깔은 남달랐다. 그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것은 성공에 있어 굉장히 절대적인 요소다.     





장성규는 자기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참 잘 아는 사람 같다. 스물여덟 나이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뛰어든 그 열정도 멋지지만, 그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우리는 자기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대부분 모른다. 반면 좋아하는 것은 안다. 노래 듣고, 잠자고, 먹고...등등등.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면 대부분 이런 답을 내놓는다. 그리고 좀 더 이차원적인 것을 기대하면 거창한 바람을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것이 되고 싶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좋아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에 대해 고뇌해보지 않고서 좋아하는 것에 답을 내리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좋아하는 것을 물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바람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게 이루고 싶은 방향, 혹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이야기하게 돼 있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 말고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것은 좀 더 구체적이고 본질적이다. 즉 현재 나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건 내 마음이 안다. 바람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것이다. 마음은 우유부단하지 않다. 거기에 이성이 개입되는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지, 자신의 마음만 믿고 행동으로 옮기면 아주 간단하다.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것, 멀어지려 애써도 어느 순간 가까이 하는 것, 그것이 자기에게 맞는 것이다. 장성규는 그것을 일찌감치 알았고, 누구든 그것을 따르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여러분도 좋아하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자문하고 그것을 따르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그것은 사실 아주 간단한 문제다. 이미 결정된 것이다. 나온 답을 따르기만 하면 된다.     





늘 자신과 대화하며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뭘 해야 행복해지는지, 힘들어도 버틸 수가 있는지. p129



- 아나운서 장성규 에세이 <내 인생이다 임마> 중에서





장성규를 보고 깨달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가만히 머물러 있는 사람에겐 그 어떤 행운도 따르지 않는다. 장성규 아나운서는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 최종 3인에 들지 못한다. 갑작스럽게 선정방식이 바뀐 데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그것은 전화위복이 됐고, 탈락 방송이 나간 직후 JTBC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는다. 그로써 그는 JTBC 1기 아나운서가 되는 영광을 누린다. 그런 행운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다 그만큼 <신입사원>에서 엄청난 노력을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나 자신도 가만히 앉아서 행운만 바라지 말자. 목표를 잡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성장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자. 이 책에서 나는 그런 점을 배웠다.     





그렇게 남 눈치 안 볼 것 같던 장성규도 알고 보니 타인 의식을 엄청 하더라. 뿌리 깊은 자격지심도 있었다. 우리가 겉으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열등감을 먹고 산다. 그러니까 타인을 애써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 대상이 본인이 되면 자격지심과 열등감, 나약한 생각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냥 지금 상태보다 조금 나아지려 애쓰면 된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감을 가지려 노력하면 된다.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아예 벗어날 수는 없다. 누구든 그렇다. 그냥 버틸 수 있을 만한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 해가며 살아가는 것이지, 늘 자신감에 차 있고 힘이 넘칠 수는 없다. 우리가 선망하는 연예인도 한낱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그들을 선망하기 전에 그저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욱 불어넣자.




2019.08.08.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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