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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02. 2019

알베르토 몬디 에세이
<널 보러 왔어> 리뷰

책리뷰



단연 올해 읽은 책 중 베스트다. 솔직히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마치 장편소설 한 권 읽은 느낌. 알베르토 몬디라는 주인공의 판타지 영화를 본 느낌. 나도 그를 따라 전세계 여행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이 굉장히 생소하게 다가왔다. 우리나라를 다시 보게 됐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참 많은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에 단점보다 장점을 더욱 느끼며 살아간다. 이렇게 밤 늦게까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나라가, 모든 국민이 높은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동시에 느낄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는가. 좋은 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한국은 그들을 머무르게 할 정도로 매력 있는 나라임에 분명하다.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이 책(20대 책 추천 <널 보러 왔어>)은 과거 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 출연했고, 지금도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가 쓴 여행기이자 인생 에세이이자 사랑의 기록이다. 이 한 권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직 삼십 대에 불과한 그가 이토록 풍부한 경험치를 쌓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주의 작은 중세 도시 미라노에서 태어나 십 대를 보내고, 중국 다롄에서의 유학 시절을 거쳐 한국까지 흘러 들어온 그의 경험치는 동나이대 비해 월등했다. 한국에서의 삶을 상상해본 적 없던 그가 이곳에 정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도 한국 여자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을 줄을. 인생이 아무리 한 치 앞 못 내다보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의 삶은 더욱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매번 흘렀다. 이탈리아에서 중국으로, 또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맥주 영업사원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그리고 방송인으로. 그렇다면 나의 삶도 훗날 지금과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까. 나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나는 한 곳에 터를 잡고 오래 머무르는 것을 꿈꾸니 아마 알베르토 몬디보단 그 역동성이 덜할 것 같다. 그런 극적인 변화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금처럼, 지금보단 조금 더 나은 상태로, 정확하게는 내 능력으로 먹고살 정도만큼만 살아갔으면 좋겠다. 한 자리에서 한 가지 일을 반세기 넘게 하면서 한결같이 지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     





나는 알베르토와는 정반대 삶을 꿈꾸고 있어서 그가 살아온 삶이 더욱 신기하고 믿기지 않는다. 일단 그가 묘사하고 있는 고향 미라노의 모습이 바로 내가 꿈꾸는 것이다. 태어난 곳에 머물며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삶. 나는 그런 삶을 꿈꾼다.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미래도 그런 열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알베는 나와 정반대였다. 그는 어떻게든 고향을 벗어나려 했고, 좀 더 새로움을 주는 곳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낯선 곳에 몸을 던져 적응하기를 반복했다. 내 상식으론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반대의 삶이 무척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그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 세계를 고집하고 거기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다 예민한 나의 성향 탓인데, 나는 주변 세계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지나치게 많이 받는다.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것도 혼자서 의식하고 영향을 받는다. 내가 나를 애써 지키지 않으면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내 곁에 튼튼한 벽을 쌓아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이 때론 선을 긋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내 마음을 찬찬히 살피지 않은 채 휩쓸리듯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인생의 선택을 빨리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p19-20     



"얘들아, 힘들기 전에 쉬어 가자. 그리고 언제나 우리, 현재를 살자.” p376  


        

- 20대 책 추천, 알베르토 몬디 에세이 <널 보러 왔어>      


    



반면 알베르토 몬디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정적인 곳에서 살았다. 오늘 하루가 내일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곳이었다. 물론 성향 차이가 있겠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 그는 탄탄한 자아를 형성하고 계속 새로움을 갈구할 수 있는 동력을 쌓은 것이다. 내면이 탄탄하다 보니 굳이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계속 해서 내 것을 찾아다닐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런 점이 좀 부럽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하고, 부딪히고, 사람 만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나는 조금이라도 무엇을 하려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만약의 상황까지 하나하나 따지게 되고, 그것이 나에게 확실히 맞을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그려본다. 그러고 나서야 실행에 옮기는데, 보통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접는다. 또 그만큼 나에게 무엇이 맞는지 남들보다 정확히 알고 있긴 하다. 딱 봐도 무엇 때문에 힘들어할지 본능적으로 알고, 그것을 참아가면서까지 내가 해낼 수 있을지 속으로 끊임없이 묻고 답을 받아낸다. 실패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본능에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알베의 삶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 책(20대 책 추천 <널 보러 왔어>)은 알베르토 몬디가 한국어로 쓴 책이다. 그러나 글에 사용된 단어로 봤을 때 온전히 그의 표현이라고 믿기 어렵다. 분명 전문 글쟁이의 도움을 받은 것인데, 그것이 이세아 작가가 공동 저자로 올라간 이유일 것이다. 거의 혼자 책을 집필하는 노력이 여기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완성된 문장으로 읽으니 외국인 알베르토의 시선과 생각이 온전히 담기게 됐다. 번역본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확실히 그것보다 한국적인 정서가 풍부하게 들어갔다. 그만큼 알베가 수준급의 한국어 어휘를 사용한다는 방증이다. 외국인의 시선을 한국어로 적절하게 표현해 내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     





나와는 반대 성향의 사람이긴 하지만, 알베르토는 본받을 점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쉽게 좌절하지 않는 태도를 지녔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끝내 돌파구를 찾아 밀고 나갔다. 어떻게든 지금보다 나은 상황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결코 소중한 사람을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탄탄대로를 달리는 상황에서도 가족의 입장을 고려하고 그것을 우선시했다. 일과 가정, 둘 다 잡기란 불가능하단 관념이 우리나라 사람에겐 뼛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데, 알베르토는 그 둘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데는 단순함에 있었던 것 같다. 일단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나은 상황만을 생각하고, 지금 어떤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지 빠르게 판단하고 그대로 밀고 나간다. 만약의 상황 같은 건 별로 따지지 않는다. 그렇게 현재만 본다. 현재 그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고, 그것에만 열중한다. 일할 땐 일에만, 가족과 있을 땐 가족에게만. 그게 쉬워 보이지만, 그 분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도 많다. 내가 봐도 알베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것이다.     





알베의 삶이 멋있어 보여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누구의 인생도 쉬운 것은 없다. 그저 주어진 대로 우리는 살 뿐이다. 알베는 그렇게 새로운 것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인물일 뿐이다. 그럼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성향의 인물인가. 그것을 스스로 안다면 그냥 그것을 살려 살면 된다. 또는 몰라도 어차피 몸이 이끄는 방향대로 흘러가게 돼 있다. 누구의 삶은 쉬워보이는데, 내 삶만 꼬인 것 같을 때가 있다. 그건 마음먹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실제 그런 것이다. 누구는 쉽게 풀리고 누구는 어렵게 풀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 덩어리다. 그러니 그를 부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다 자기만의 인생을 살면 된다. 어차피 부러워한다 해서 변하는 건 없다. 그리도 지금의 내 삶도 충분히 좋은 점이 많다. 알베가 누리지 못하는 것도 있다. 가령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 알베는 스무 살 이후 계속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그 그리움에 때론 사무칠 때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인생이든 다 호불호가 있는 것이다. 그냥 자기 것에 만족하며 지내는 것이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법이다. 흔한 합리화가 아니라 정말 그렇다. 나는 나대로 꽤 괜찮은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것이다.     





아니 그런데, 알베는 정말 영화 같은 사랑을 했다. 이 책(20대 책 추천 <널 보러 왔어>)에 드러난 그의 러브 스토리를 들어보면 영화가 따로 없다. 타지에서 만난 사랑, 그것을 지키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라오는 것도 불사한, 그는 정령 이 시대의 사랑꾼이었다. 사랑한다면 거리도, 국경도, 국적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물며 한 나라에서, 한 도시에서, 한 공간에서 사랑을 하는데 무엇이 문제겠는가. 그녀(그)와 잘 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둘 중 한 사람이, 혹은 둘 다 마음이 없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마음이 떠난 것일 뿐. 나도 알베처럼 운명의 여자를 얼른 만났으면 좋겠다. 만약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단숨에 알아보고 그녀를 용기 있게 붙잡을 수 있을까. 감히 상상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연이라면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인연은 확실히 있으니까.




2019.09.02.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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