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남들이 보기엔 제 모습이 화려해 보일지 몰라요. 중요한 건 그게 현재의 겉모습이라는 겁니다. 힘들었던 과거와 뒤에서 이뤄지는 노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죠. 어려웠던 날이 훨씬 많았어요. 지금도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살고 있어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죠. 제가 이렇게 책을 내기로 한 이유이기도 해요. 지금 이 자리에 올 때까지 필요했던 저의 뒷모습을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제 인생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었어요. 드리블, 슈팅, 컨디션 유지, 부상 방지 등은 전부 죽어라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믿어요.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서 오늘 먼저 값을 치릅니다. 후불은 없죠. 지금 저는 자제하고 훈련하면서 꿈을 향해 달리고 있어요.
- 손흥민 책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중에서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포츠 스타. 몸값 1,000억을 호가하는 명실상부 '월클' 축구선수. 여전히 역사를 써내려가는 현재 진행형 기록 파괴자. 92년생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 손흥민. 그가 에세이를 냈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책(손흥민 책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썼다고? 쉬이 믿기지 않았다. 평범치 않은 글 솜씨에 그가 직접 쓴 것인지도 의심을 불렀다. 물론 분명 출판사의 도움을 받긴 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을 것. 대부분의 상황 묘사는 그가 직접 했을 텐데, 그 글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나, 우리는 언론을 통해 그들의 소식을 접한다. 대체로 사생활보다는 특정 사건(경기, 이적, 부상 등) 전후의 소식들이다. 즉 한 사람의 모습보단 한 직업인의 모습을 편향적으로 접하게 된다. 요즘은 개인 SNS를 통해 팬들과 사생활을 공유한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한정적이다. 그러니까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외부에 노출된 것과 그들의 실제 생각은 어떻게 다른지,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물다. 그럴 때 보통 에세이를 출간해 해명 아닌 해명도 하고, 팬들과 좀 더 내밀한 소통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는 언제나 팬들을 즐겁게 한다. 때론 특정 사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축구팬의 마음을 돌려 놓을 수도 있다.
한국 축구는 팬들이 보내주는 과분한 애정만큼이나 그간 수많은 부침에 시달려왔다. 그리고 그 중에는 분명 뿌리 깊은 오해도 있었다. 확실한 건 한 국가의 대표 선수로서 피치 위에서 누가 열심히 하려 하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몸이 안 따라 줄지언정 마음만큼은 최선을 다해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나라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독일과 자웅을 다루는 축구 강대국이 아니다. 언제든 세계 무대에서 질 수 있는 나라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나라다. 이제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만 '2002 4강 신화'란 달콤한 꿈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이제 태극전사의 투지만 요구하는 시선에서 벗어나자. 뛰는 선수도 즐기고 보는 사람도 즐기는 축구를 다시 시작해보자. 베트남을 보아라. 그들이 세계적인 무대에서 성공을 거둬 온 국민이 그리 좋아하는 것이겠는가. 기본적으로 축구를 즐기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건 나부터 다짐해야 하는 메시지다. 손흥민 선수가 당부하는 것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손흥민은 큰 부침 없이 탄탄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축구선수다. 18살 나이로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최연소 골 기록을 세우고, 그 다음 시즌부터 차근히 주전 자리를 차지하면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한다. 레버쿠젠에서도 세 시즌 연속 두 자리 수 골 기록을 세우면서 분데스리가 정상급 선수로 거듭나고, 최고 이적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훗스퍼로 이적한다. 이적 첫 시즌 약간의 부침도 있었지만 그 다음 시즌부터 20골 이상을 기록하며 '월드 클래스 플레이어'로 거듭난다. 커리어적으로만 보면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그런 손흥민도 위기와 좌절이 있었다. 남들은 모르는 감정적 위기. 우리는 별 일 없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사자는 정신이 무너질 만큼 영향을 받았다. 그 솔직한 내막을 들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이기 전에 한 사람이었다. 그런 세세한 사정을 이 책(손흥민 책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통해 듣게 돼서 참 좋았다.
손흥민과 나는 같은 나이다. 그러나 나이만 같다.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 비단 능력이나 재력 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그는 나보다 훨씬 성숙했다. 정신적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법을 알고,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 내 사소한 말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고, 어떨 때 최고의 컨디션이 나오는지도 안다. 정신적인 면에서 배울 점이 많다. 어떻게 해야 내 몸 컨디션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는지 같은 자기관리는 일반 사람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지금 몸이 무겁거나 어디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다. 체력이 달린다고 느끼면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 자기가 어떨 때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는지 스스로 인지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야 프로고, 자기 일에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그래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손흥민은 능력만큼이나 정신력이 훌륭했다.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 자기관리에 열을 올려야겠다.
이 책(손흥민 책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할 책이다. 손흥민의 그간의 커리어가 담겨 있는데, 외부적으로 알려진 것 외에 내부적인 상황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토트넘 이적 과정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얼마나 그 상황이 긴박했는지 그 아니면 알 수 없는 얘기다. 그가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톱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얼마나 피 튀기는 노력을 했는지 이 한 권을 보면 온전히 알 수 있다. 그 도전의 기록들이 나의 열정에도 기름을 부었다. 무엇을 도전하든 마음먹고 한다면 확실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 공짜로 얻는 건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꿈꾼다면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이 책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좋은 귀감이 될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너무 밍밍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좀 더 치열하게 얻고자 하는 것을 쟁취하겠다.
우리가 선망하는 화려한 스타도 그 이면에는 뼈를 깎는 노력과 지루한 일상이 있다. 날마다 화려한 일상이 펼쳐질 것 같지만 그들의 일상은 딱 정해져 있는 틀대로 움직인다. 손흥민의 일상도 다르지 않았다. 오전에 훈련장에 나가 훈련을 하고, 오후엔 쉬면서 마사지를 받고, 저녁 먹고 쉬다가 10시에 잠에 든다. 운동장에서 최상의 폭발력을 쏟아내기 위해 그 외 시간은 최대한 에너지를 아낀다. 그래서 밖에 잘 나가지도 않는다. 누가 보면 외톨이의 삶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만큼 화려함 뒤엔 고독, 노력, 지루함 등이 받치고 있는 것이다. 그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즉 우리도 힘을 최대로 써야 하는 순간을 대비해 에너지를 아끼고 몸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 전에 먼저 무엇에 힘을 쓸지부터 정하고 정진해 나가야 한다. 그런 것 없이 일상이 지루하다며 툴툴거리기만 하고, 휴가를 내 여행갈 생각만 하는 것은 그다지 주체적인 삶도 아니고, 자기 발전에 도움되지도 않는다. 먼저 무엇에 힘 쓸지부터 정해라. 그리고 그것에 최대한으로 에너지를 집중시킬 수 있도록 자기관리를 해라. 또 자신의 지루한(규칙적인) 일상을 사랑해라. 이것이 손흥민이 전하는 메시지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고, 실천에 옮길 준비를 마쳤다.
2019.09.05.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