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보게 된다. 고백하지만 사실 이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부분 부분은 기억나는데 통으로 이어진 기억은 없다. 연말마다 특선 영화라 해서 TV 방영되는 거 잠깐은 봐도 죽치고 앉아 본 적은 없다. 이번에야 제대로 본 것인데, 이 영화가 왜 십수 년째 로맨스 영화 권좌에 올라 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배우면 배우, 연기면 연기, 연출이면 연출, 노래면 노래, 스토리면 스토리, 뭐 하나 흠 잡을 게 없다.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이 영화엔 참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했다. 흑인과 백인의 사랑, 사회적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 국경과 나이를 뛰어넘은 사랑, 사별한 사람을 향한 사랑, 어린 아이들의 사랑,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짝사랑, 불륜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사랑이 다 나온 것 같다. 그 저마다의 사랑을 적절하게 표현해낸 감독의 연출력이 경이로웠다. 덕분에 나는 영화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한데 이 영화에 남는 궁금증은, 그렇다면 감독은 불륜을 하나의 사랑의 형태로 인정한 것일까, 하는 것이다. 불륜도 사랑이고 그 사랑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의문스러웠다. 분명 그 부분에 사람들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불륜은 꽤 아름답게 그려졌다. 이 영화 최고 명장면 중 하나가 바로 그것 아닌가. 앤드류 링컨이 키아라 나이틀리에게 스케치북으로 고백하는 장면.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건 불륜이다. 마음을 고백한 그에게 입뽀뽀로 화답한 키아라 나이틀리는 또 무엇이고. 그것 외에도 '사장' 앨런 릭먼이 '직원' 하이케 마카취일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장면도 사실상 불륜인데 그것 또한 꽤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그걸 보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불륜을 옹호한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어떻게 불륜도 사랑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도 사랑의 형태로 포함시킨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감독이 불륜을 사랑의 한 형태로 인정했으나 좋다 나쁘다, 개인의 견해는 영화에 관철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그저 사랑에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고 본다. 그것이 아름다운지 아닌지는 관객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륜을 로맨틱한 사랑으로 그린 것에 있어선 반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애써 그랬어야 했느냐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지금껏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2003년 작품이다. 햇수로 17년 됐다. 그런데도 로맨스 영화 하면 이 영화를 꼽지 않을 수 없고, 크리스마스 하면 꼭 이 영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는 그 이유를 영화가 주는 진한 여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사랑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그런 사랑의 감정이 그리워질 때, 나의 마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을 때, 이 영화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좋은 노래도 한몫한다. 명작들을 살펴보면 전부 좋은 노래 하나쯤은 갖추고 있다.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 <원스>의 'Falling slowly' 등이 그렇다. 이 영화는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많은 명곡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All you need is love', 극중 테마곡에 가까운 'Christmas is all around', 그 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jump' 같은 곡들. 이미 십수 년째 크리스마스만 되면 듣는 노래들이 많다. 이 영화는 노래의 형태로도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머무르는 것이다. 그 노래가 흘러나오면 자연스레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이것만큼 진한 감동을 주는 로맨스 영화가 또 있을까. 익히 알려진 <어바웃 타임>, <노트북>도 볼 만하고, <미 비포 유>, <이터널 선샤인>도 최고의 영화다. 음악영화로는 <비긴 어게인>이나 <라라랜드>가 괜찮고, 그것 외에도 <브루클린>, <이프 온리>,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등도 좋다. 하나하나 다 곱씹으며 볼 만한 영화다.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어서 웬만하면 다 봤겠지만, 이중 못 본 영화가 있다면 꼭 시간 내서 보시길. 놓치면 후회할 영화들이다.
* <러브 액츄얼리> 배우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엄청난 라인업을 자랑했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 영화가 개봉한 지 16년이 지난 만큼, 그들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그들 대부분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네이버 검색으로만 찾아본 근황이라 실제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먼저 영국 수상 역을 맡았던 휴 그랜트. 그는 작년 방영했던 영국 드라마 <어 베리 잉글리쉬 스캔들> 출연 이후 올해는 뚜렷한 활동이 없는 상태다. 그가 벌써 한국 나이로 60살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다니엘 역을 맡은 리암 니슨이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최근에도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콜드 체이싱> 등에 출연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맨 인 블랙>이 국내 흥행(85만 관객)에 실패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은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을 보여준 콜린 퍼스. 그는 <킹스맨>의 연이은 대박 흥행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킹스맨3>는 2020년 2월 개봉 예정하고 있다.
역시나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키이라 나이틀리. 그녀는 <비긴 어게인>, <이미테이션 게임>, <캐리비안의 해적> 등에서 수준 높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녀는 1985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35살인데, <러브 액츄얼리> 출연 당시 10대였다는 것이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그 밖에 엠마 톰슨은 <미녀와 야수>,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 등에 출연하며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고, 치웨텔 에지오프는 <닥터 스트레인지>, <라이온 킹> 등에서 활약했다. 안타까운 소식으론 영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로 더 친숙한 앨런 릭먼이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2019.09.20.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