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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Sep 28. 2019

<완벽한 타인>, 누구에게나 말 못 할 비밀은 있다

영화리뷰



단순하다. 10월에 볼 만한 영화 없을까 찾아보다가 작년 10월 개봉 영화를 찾아봤고, 눈에 딱 띄는 영화, <완벽한 타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작년에 영화관에서 혼자 보다 정말 보는 내내 빵빵 웃은 기억이 있다. 엄청 큰 소리로 웃었는데, 부끄러울 게 없었던 게 관내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데시벨로 웃었다. 관내는 웃음 소리로 가득했다. 정말 즐겁게 본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작년 본 영화 중에 가장 재밌었던 영화다. 단순히 재미만 있었던 게 아니고 적절한 의미도 있고, 연출 연기도 모두 완벽했던 영화다. 이제 10월 하면 이 영화를 떠올려도 될 만큼, 내겐 임팩트 있는 영화였다. 참고로 이 영화는 작년 10월 31일 개봉했다. 나처럼 10월에 볼 만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혹 요즘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별로 당기지 않는다면,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언제 봐도 당신을 웃게 만들어 줄 것이다. 빵빵!     





일단 배우들의 연기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라인업만 봐도 영화의 재미를 예상할 수 있는데, 그들의 시너지 효과는 가히 예상을 뛰어넘는다. 모든 배우가 다 감초 역할이었는데, 나는 그중 최고로 단연 유해진을 꼽는다. 역시 코믹 연기 분야에서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 자연스럽게 툭툭 한마디씩 내뱉는데, 멘트 하나하나가 너무 웃겼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그렇게 재밌고, 재치가 있을 수 있는지 참 대단할 뿐이다. 요즘 따라 그가 잘생겨 보이는 건 또 왜 그럴까. 아무래도 그의 매력에 푹 빠졌나 보다. 그 밖에도 이서진, 조진웅, 윤경호 다 자기에게 딱 맞는 배역을 맡았고 찰떡같이 소화했다. 김지수, 염정아, 송하윤 등 여성 배우들도 서로 합이 잘 맞았다. 출연한 배우 모두 자기에게 맡겨진 배역을 100% 소화해냈다. 보는 우리로선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도움을 얻었다.    


 



나는 이 영화(완벽한 타인)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게 바로 사회 흐름을 적절하게 짚어냈다는 데 있다. 허구한 날 일제시대, 조선시대, 민주화운동 등 뻔하디 뻔한 소재만 보다가 이런 시기 적절한 영화를 보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이런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감도 주면서 적절하게 메시지도 던지는, 그런 영화가 더 나와야 한다. 그런 영화로서 이 영화는 너무 훌륭했고, 많은 사회적 의미를 양산해냈다. 그래서 더 이토록 이 영화가 여운이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란 이 작은 기계에 너무 의존하고 있고, 내 모든 것이 이것에 담겨 있으며, 때론 타인에게 숨겨야 하는 비밀의 내가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연인끼리 어디까지 서로의 비밀을 공유해야 할까. 일단 비밀이 있어도 될까. 아니면 무조건 사소한 것까지 다 공유해야 할까. 사적인 영역이란 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런 것이 있다면 배신하는 게 돼버리는 걸까. 그런 많은 질문을 이 영화는 쏟아냈다. 무엇 하나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 그래서 더 이 영화는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또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막판으로 갈수록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것이었다. 정답 없는 질문만 계속 던지니까.     





이 영화는 누구에게나 말 못 할 비밀은 있고, 그것을 굳이 타인에게, 설사 그가 가장 가까운 이라도 공유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관계의 지속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요소라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평범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은 있다. 구태여 그것을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 다 공유해야 우리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럴 때도 정말 은밀한 부분까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나는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개인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 영화(완벽한 타인)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봐봐, 다 이야기하면 이런 파국이 생겨, 결말 봐봐, 말 안 했으면 이렇게 서로가 더 행복했을 텐데, 라고.     





이 영화(완벽한 타인)에 따르는 뜨거운 논쟁은 대체 뭐가 진실이고 허구냐 하는 것이다. 막판에 갑자기 <인셉션> 팽이(영화에서는 반지였다) 비슷한 게 나와서, 그럼 이게 다 허구야?, 란 의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진실 게임을 하지 않은 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럼 결말이 진실이었냐, 하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나 역시 처음엔 결말을 진실로 믿었다. 이제 누구라도 스마트폰을 공개하면 끔찍한 상황을 맞이할 거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진실은 감독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알고 보니 결말이 상상이었고, 진실 게임한 상황이 현실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인셉션> 마냥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어떤 게 진실인지 관객 입장에서 살짝 답답하고 머리가 아팠을 뿐.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자, 다시 영화(완벽한 타인) 초반으로 돌아가자. 이 영화 속 진실 게임을 처음 누가 제안한 것인지 기억하는가. 그렇다. 김지수였다. 그럼 김지수는 왜 이 게임을 제안할 것일까. 자신도 이서진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으면서, 왜 모험수를 던진 것일까. 내가 생각했을 땐, 김지수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은 뭐 걸릴 게 없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러면서 이서진과 송하윤의 관계를 깨어 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야 이서진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정확히는 이서진보다 송하윤의 무엇을 까발리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둘 사이에 균열을 내고 싶은 마음에서 게임을 제안한 것인데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가슴 수술도 조진웅이 아닌 이서진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되고. 김지수도 분명 이서진의 또 다른 불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듯하다. 그러니 또 다른 불륜이 발견됐을 때 이서진을 방으로 끌고 들어가 귀걸이를 돌려주면서 뺨을 후려친 거겠지. 결국 이 게임은 한 여자의 삐뚤어진 사랑이, 정확히는 불륜이 만들어낸 파국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봤다.     





이런 영화(완벽한 타인)가 한국 원작이면 좋으련만, 참고로 이 영화는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원작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저러나 그래도 한국화를 현실성 있게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 두서에서도 밝혔지만 이런 사회 흐름을 정확히 짚는 영화가 자주 나와야 한다. 영화를 포함한 예술 작품은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과거 얘기에 너무 함몰되어선, 사회 고발적인 얘기만 해선, 그 사회를 온전히 담을 수 없다. 일반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사는지 적당한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때로는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많이 나와야 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가르치거나 자신의 사고방식을 주입해야겠단 접근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저 한 개인의 삶을 그린다는 마음으로 모든 예술가가 임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선호하는 예술이다. 그렇다고 꼭 그런 것만 예술로 인정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나의 견해가 그렇단 것일 뿐, 강요하거나 고집부릴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구나 저마다 선호하는 예술이 있는 것이다.     




2019.09.28.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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