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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03. 2019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후기,
가볍게 소비하기 좋다

영화리뷰



사랑스런 배우 공효진과 호감 배우 김래원이 합을 맞췄다는 것만으로 기대를 모을 만하다. 거기에 요즘 좀 핫한 강기영과 배테랑 정웅인이 지원사격을 한다면? 뭔가 산뜻한 느낌을 준다. 배우는 탄탄하니 이제 줄거리와 연출력만 받춰주면 되겠네. <가장 보통의 연애>란 제목만큼이나 현실 로맨스를 제대로 그린다면 500만 관객 이상도 거뜬할 것 같았다. 최근 트렌드를 봤을 때 로맨스 영화는 확실히 현실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적절하게 그려내야 많은 분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흥행을 할 수가 있다. 자, 판은 깔렸으니 이제 안의 내용만 괜찮으면 된다.     





광고 회사 팀장 재훈(김래원)은 결혼 직전 파혼 당해 날마다 술로 연명한다. 매일 같이 필름 끊기도록 마셔 헤어진 연인에게 '자니', '뭐해' 따위의 이불킥 할 만한 연락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다 어느 날 팀에 새로운 직원 선영(공효진)이 들어오는데, 첫날 회식부터 전 남친이 꽃을 들고 나타나는 바람에 '개쪽'을 당한다. 전 남친이 바람을 펴 헤어진 것인데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질질 붙잡고 늘어선다. 이런 장면을 우연히 연속적으로 보게 된 재훈은 전 남친과 동질감을 느끼고 선영에게 이래라 저래라 감정 섞인 말을 쏟아놓는다. 그런 대화가 오가면서 둘은 투닥거리는 횟수를 늘려가고, 같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점차 가까워진다. 재훈은 선영을 만나면서 조금씩 전 여친에 대한 마음을 정리해 가는데, 서른다섯의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결혼 적령기의, 혹은 결혼 적령기를 조금 넘어선 남녀의 조심스럽고 사연 많은 러브 스토리다.     





재훈: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평생 서로 바라보면서 같이 늙어가는 것. 그게 인생에서 진짜 행복 아니니?     


-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명대사





일단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영화 제목에 맞게 '가장 보통의 연애'를 제대로 구현했느냐, 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공감할 만큼 공감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배치했느냐, 가 중요한 지점이다. 그랬을 때 내 답은, '그다지?'이다. 서른다섯의 연애는 솔직히 잘 모르겠는데, 보통의 사람이 공감할 만큼 인물의 성격이나 환경 설정이 적절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일단 광고 회사란 직업적 배경. 회사에서 느끼는 애환이나 업무적 현실이 너무 코믹스럽게 그려졌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은, 이제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에서 관계 맺는 것에 최대한 조심스러워하고, 뒷소문이 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그 정도의 처사는 이제 능숙해지고도 남아 회사에서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극도로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선영의 케릭터는 현실과 많이 닮아 있다.     





한데 재훈의 케릭터는 과연 현실에 있나. 그토록 사랑에 울고 웃는 사람이 많나. 이십대 초반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찾은 삼십대 중반인데. 술 좋아하는 건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모습인데, 사랑을 생각하는 마음이 현실보다 너무 뜨겁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나 여자나, 그 나이 되면 많이 무덤덤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십대 후반인데 벌써부터 그렇다. 나의 삶이 중요해졌기에 나를 지키는 선에서 연애를 하고 싶지,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만큼 피곤한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 개인차는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가장 보통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환경과 인물 설정은 다소 미스라고 본다.     





내가 삼십대 중반의 연애를 그린다면, 나는 이렇게 연출할 것 같다. 남자 여자 둘 다 연애를 해볼 만큼 해봤고, 실패하기도 숱하게 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연애에 있어서 극도로 조심스러워할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마음이 있지만 직장이라 선뜻 표현을 못 하고,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무지 하다 결국 사소한 기회를 여러 차례 만들어 여자와 가까워진다. 그러나 여자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 마음이 없진 않지만 반복된 실패와 상처로 마음을 받아주고 표현하는 것이 주저된다. 거듭된 호감 표시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선뜻 마음을 열지 않자 남자도 마음을 접으려고 하는데, 결국 여자도 용기 내어 표현을 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는 스토리. 코믹스러울진 모르겠지만 이게 바로 보통의 연애가 아닐까.     





'가장 보통의 연애'라는 현실성과 코믹이라는 대중성이 부딪쳐 다소 애매한 결과물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 자체는 웃기고 깔끔한데, 그것이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되는 웃음은 아니었다. 그냥 상황 자체가 웃긴 단발적인 웃음이 많았다. 제목에서 기대하는 그런 현실적인 스토리는 부족했다는 것이 나의 최종 평이다.     





그래도 볼 만하냐, 물었을 때 나는 볼 만하다고 답할 것 같다. 제목에 너무 크게 기대 안 하고, 배우들의 케미만 기대하고 본다면 이 영화(가장 보통의 연애)는 100% 충실한 영화가 될 것이다. 코믹스런 장면이 많아서 시원하게 웃은 적도 많다. 역시 공효진의 연기는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나는 그녀의 연기가 그나마 이 영화의 현실성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강기영, 정웅인 연기도 아주 볼 만했고. 그냥 가볍게 소비하기 좋은 영화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는, 정말 현실성 있는 영화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진짜 현실을 반영한 영화들이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 작년 개봉했던 <완벽한 타인>에 내가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도 그 설정 자체가 참 현실적이고 우리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실적인 설정 아래 배우들이 코믹스럽게 날뛰니까 영화가 더 재밌고, 의미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코믹은 분명 훌륭했으나 설정 면에서 다소 현실적이지 않았다. 그것이 나는 이 영화가 폭발적인 흥행을 일으키지 못할 거라고 보는 이유다. 그렇게 아쉬움과 웃음 둘 다 있는 영화라고 정리하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다.    


 


2019.10.03.

작가 정용하

# 사진 출처 - 네이버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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