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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Nov 13. 2019

18. 사회친구를 만들기 어려운 이유

정용하 에세이



예전엔 새로운 친구 사귀는 법에 대해 고민한 적 없던 것 같은데, 이젠 뭔가 어려워졌다. 예전보다 새로운 사람 앞에서 더 말도 유려해지고 능숙해졌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게 친밀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지 2년이 흘렀다. 더는 새로운 사람을 사귈 수 없게 된 건가.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즐겁다. 만나서는 말도 잘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라는 거다. 그 사람과 개인적 연락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만나서 딱히 할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모임에서 다 같이 만나면 즐거운데 따로 만나자고 하기엔 좀 뭐한 관계. 그런 관계가 전부였다. 기존 인연은 점점 줄어만 가는데 새로운 인연은 맺어지지 않고. 점점 더 조바심이 드는 게 나만 그런 걸까.   


  

사실 이건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단순하다. 그냥 상대방도 나도, 따로 볼 만큼 서로 우선순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시간이 그만큼 소중해졌다. 물론 예전에도 시간은 더없이 소중했지만, 뭔가 스무 살 시절에는 하루쯤 날려 버려도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옆사람과 좋은 추억 남겼다는 것에 더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할 일도 없었고, 안 해도 큰 타격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럴 만한 체력이 됐다. 하루쯤 밤새도 멀쩡하게 다음 날 일어날 수 있었고, 컨디션 조절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아니다. 조금만 무리해도 바로 탈이 나고, 잠을 충분히 자도 피곤에 절며, 조금만 잘못 먹어도 속이 부글부글 끌어오른다. 꼭 해야 할 일이 존재하고 그것은 미룰 수 없는 것이며 어쩌면 친구보다 더 중요해졌다. 가장 큰 차이는 시간적 여유가 적어졌으며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그러니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에 소극적일 수밖에.     



머리로는 새로운 사람과 사귀고 싶다, 외치지만 결국 몸으로는 그것으로 인한 시간적 낭비를 두려워했던 것이다. 당연히 더 중요한 일이 생겼고, 그것을 해내는 게 미래를 위해 더 올바른 선택이라 깨닫기 시작했다. 그 변화는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나뿐이 아니라는 거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조금씩 행동에 옮기고 있다. 필요에 의한 만남이 아니면 굳이 만나지 않고, 소모적인 만남은 지양하게 됐다. 그 구분이 무 자르듯 명확해졌다. 그걸 깨닫게 됐다는 게 때론 무섭다. 나를 알고 나니 관계가 보였고, 관계가 보이니 오히려 관계 맺기 더 어려워졌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철없을 때가 그립다. 나를 알게 되었는데, 관계는 더욱 어려워진 느낌.     



그래도 내 취향을 확고히 가져가다 보면, 또는 전문성을 강화해가다 보면, 그 분야와 관련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또 다른 류의 끈끈한 관계가 생기지 않을까. 조금은 일적인 요소가 가미돼도 그것도 나름 소중해지지 않을까. 그런 믿음이 생겼다. 그러니 어찌 보면 지금 내가 걷는 길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걸러지고, 나와 맞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닿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계속 해서 취향을 확고히 가져가자. 결코 틀린 길이 아니다.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뭉치자. 오늘도 나는 나의 몸에 취향을 덧씌우고 있다.     





2019.11.13.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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