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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May 20. 2020

34. 일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정용하 에세이



몇 달에 한 번씩 편두통이 찾아오곤 했다. 아침부터 시작되면 대개 그 다음 날 아침에는 싸악 나았다. 그래서 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온 편두통은 지겹도록 나를 괴롭혔다. 무려 이 주 가까이 계속됐다. 왼쪽 머리를 만지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일상 생활이 어려웠다. 길 걷는 것도 힘들었고 뛰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아 보려고 잠도 많이 자고 베개도 바꾸고 하루종일 일도 하지 않아 보았다. 하지만 그런데도 낫질 않았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봤다.       


        

'머리가 과부하가 걸릴 경우, 편두통이 찾아오고, 자칫 만성화가 될 위험이 있다.'         


      

그러니까 내 편두통의 원인은 과로와 스트레스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과로. 근 두 달 동안, 아니 거의 올해 내내 나는 과로에 시달렸다. 돈 좀 많이 벌어 보겠다고, 멋지게 투잡을 해내겠다고, 날마다 저녁 10시, 11시까지 일에 매달렸다.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토일 쉬는 날 없이 나는 계속 일만 했다. 일보다도 생각이 문제였다. 잠깐 쉬는 와중에도 나는 일 생각만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지,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를 여기서 더 발전시킬지, 어떻게 하면 모객을 더 할지, 일과 관련된 수많은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결국 그것이 사단을 만들어냈다. 뇌가 하루 온종일 쉬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돈 버는 재미에 빠져 나의 건강이 훼손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파 보니 알겠다. 내가 무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에게도 쉼이 필요했다는 것을.               



이 주 가까이 앓던 편두통이 일 생각을 멈추자 거짓말처럼 나아버렸다. 단 하루 만에. 나는 허무했다. 이렇게 간단한 치료법을 가지고, 나는 또 여러 '생각'을 했다. 해법은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는데.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 당장 돈을 못 벌더라도, 벌이가 조금 깎이더라도, 먼저 건강을 챙기자고. 돈 액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사실 지난 두세 달 동안 내가 버는 벌이에 푹 빠져 있었다. 이렇게만 하면 금방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단 유혹에 너무 심히 함몰돼 있었다. 매일 같이 오후 11시까지 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사람도 안 만나고 일만 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미련했다. 몸이 멀쩡할 거라고 기대한 내가 바보 같았다.            


   

돈은 좋다. 심한 편두통을 경험한 지금도 투잡을 포기할 수 없다. 나의 타협안은 쉬는 날을 정하고 그 날에는 꼭 쉬는 것이었다. 일주일 중 4일은 일하고 3일은 쉬는 걸로. 그래야 내 몸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해보니 진즉 그렇게 할걸, 이란 후회가 남았다. 내게 아주 딱 맞았다. 이렇게 하면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루틴으로 최대한의 벌이를 벌어보자.      


         

사실 몸이 한동안 망가졌던 것도 일을 줄이게 된 계기가 되었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계기는 모객이 안 되어서다. 사실상 '강제로' 쉬게 되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잘 운영되던 프로그램들이 한꺼번에 쪽박이 나버렸다. 모집 댓글창엔 파리가 날렸다. 이런 급변은 예상치 못했다. 미처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할 새도 없이 막을 내렸다. 그런 상황이 나를 더욱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자꾸 조급함이 생겼다. 다음 프로그램, 다음 프로그램,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어서 그것을 대체하는, 더 좋은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어졌다. 결국 그러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머리의 부하를 만든 것 같다.               



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줄이게 됐지만, 여전히 나를 찾는 고객 분들은 있고 나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잠시 멈춤은 더욱 발전하라고 만들어준 기회라고 여길 것이다. 뻔한 말로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나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살 거다. 그것이 잘못 됐을 경우 나는 바로 몸이 먼저 반응한다. 건강의 적신호가 켜진다. 그것을 제때 파악하고 삶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즐기면서 할 수 있다. 이번 이 주간의 편두통이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결코 무리하지 말라고. 정도를 걸으라고. 나는 그 메시지에 완전히 부응할 생각이다.




2020.05.20.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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