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용하 에세이
오늘 새로운 과외 건으로 김포 풍무동에 다녀왔다. 풍무동이란 곳은 당연히 처음 가본 것이었고, 그 지역 이름을 듣는 것도 처음이었다. 연휴 기간 비가 내려서인지 날이 정말 좋았다. 이제야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았다. 선선한 이 계절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아침 집을 나서는데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나는 오랜 연휴가 반갑지 않았다. 쉬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몸만 찌뿌등하고 따분해진다. 휴일은 딱 하루면 족했다. 연달아 쉬는 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일상을 그리워해서인지 오늘 유난히 컨디션이 좋았다. 하늘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다. 다음부턴 걸음을 멈추고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아무튼 먼 지역을 가는 것임에도 발걸음에 신이 붙었다.
김포까진 안 가려고 했다. 그래서 처음엔 과외 요청을 거절했다. 하려면 화상 강의만 가능하다고 답해줬다. 하지만 배우시려는 업체 사장님의 의지가 완고했다. 금액을 올려서라도 받고 싶어 했다.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또 있었다. 나는 웬만하면 블로그 마케팅 강의란 생각보다 콘텐츠 작성 강의라는 생각으로 이 블로그 과외에 임한다. 그래서 상업성이 너무 짙은, 콘텐츠 접근이 어려운 업체나 개인 요청은 되도록 응하지 않는다. 내 강의 방향과 맞지 않기도 하고, 실효성이 없을 거란 판단에서다. 직접적인 광고성을 줄이고 콘텐츠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봤자 어차피 내 말을 안 듣고 블로그를 죽이는 길로 접어들 거란 편견이 있었다. 대개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받아봤자 좋지 않은 기억이 많아서 이번에도 안 받으려 했다. 어쨌든 사장님의 적극적인 제의가 있어 이번 강의를 잡을 수 있었다.
보통 블로그 과외를 배우시려는 연령대는 4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이다. 아무래도 블로그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그런 만큼, 배우시는 분 또한 나이대가 좀 있다. 그래서 대개 내 또래나 그보다 어린 사람을 수강생으로 만날 가능성이 매우 적은데 이번에 운 좋게도 20대 여성 분을 만났다. 업체 소속 직원 분이었다.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상당히 예쁜 분이었다. 물론 내 이상형에 딱 부합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어린 여성 분을 만났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왠지 운수 좋은 날처럼 여겨졌다. 카페에서 강의를 정상적으로 진행했는데, 강의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즘 항상 첫주차 수업은 고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상하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역시 수강생 분에 따라 드는 힘이 달랐다. 나도 신이 나서 진행했던 것 같다. 4주 교육 종료 후에도 그 분과 알고 지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위에도 말했듯 그 분은 기존 나의 이상형과는 거리가 좀 멀긴 하다. 지인 이상의 감정을 느끼긴 힘들 것 같다. 그런데도 수강생 분과 어떠한 썸씽이 발생하지 않을까 상상하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9월부터 심심찮게 기분 좋은 일이 생기고 있다. 모든 부분에서 자신감이 붙고 있다. 요즘처럼만 같아라, 라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고 있다. 항상 일이 잘 풀릴 때를 경계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 순간을 즐기되 자만하면 안 된다. 모든 극단은 피해야 한다.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수강생 분과 어떤 일이 발생할지, 그냥 아무 일 없이 4주간이 지나갈지 궁금하다. 날 좋은 가을날답게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긍정적인 예감이 든다.
-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