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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Oct 05. 2021

35. 프리랜서는 외롭다

작가 정용하 에세이



벌써 투잡에서 프리랜서로 완전히 전환한 지 8개월이 됐다. 투잡하면서 체력이 많이 닳았던 터라 처음엔 일단 컨디션을 회복하자는 생각으로 프리랜서로 접어들었다. 금전적인 감소도 감안했다. 그런데 다행히도 블로그 오프라인 과외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덕분에 거의 수익 보전이 이뤄졌다. 올해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게다가 야근을 많이 줄이고 일정을 간소화하여 몸 상태도 크게 호전되었다. 여전히 자잘한 불안과 고민은 늘 안고 살지만 그래도 감사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는 불확실성에 크게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더없이 매력적인 직업이다. 특히 독립적인 성향이라면 몸에 딱 맞는다. 조직 생활이라는 것이 없어 일적인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 물론 프리랜서도 분야가 다양해서 일반화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직장 생활보단 훨씬 덜할 것이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가장 온전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내년부터 독립서점을 운영한다면 온전한 프리랜서 생활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다. 그만큼 이 시기를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그렇다고 일상에 즐거운 일만 가득한 건 아니다. 사실 즐거운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웃을 일도 적다. 다만 심신이 안정된 시기를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역시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프리랜서는 외로운 직업이다. 모든 일이 딱 만족스러운 것은 없다는 걸 절감한다. 조직 생활에서 오는 관계적 스트레스는 거의 없지만 사람과의 교류가 너무 없다. 가끔은 같은 고충을 갖고 있는 직장 동료와 퇴근 후 술 한 잔 하면서 공감대를 이루고 싶지만, 나의 일은 오로지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 누구와도 일적인 고민을 나눌 수 없다. 그게 때론 끝을 모르는 깊은 고독감을 안겨준다.


그러다 보니 혼술이 늘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친구를 불러내기 마땅치 않을뿐더러 진로를 바꾼 턱에 대학 시절 인맥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코로나 시국 전이라면 모임이라도 가입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겠지만 2년간 강제로 그것도 하지 못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올해를 보내고 있다.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덕분에 인내심이 많이 늘었다. 이제 혼자 일하는 것이 답답할 때 해소시키는 나름의 방법이 생겼다. 매일 가던 카페 말고 새로운 환기가 될 수 있는 낯선 카페에서 일을 하거나 번화가 근처를 산책하면서 그곳에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하거나 마냥 웃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본다.


무슨 일이든 버티는 건 필연적이다. 원래 성과를 내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것을 견디는 자만이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이런 고독이 쓰기만 하지 않다. 내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인내해야 할 순간은 끊임없이 뒤따라 올 것이다. 그것이 못 버틸 정도로 괴롭기만 했다면 나는 진즉에 이 일을 그만두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 생활 속에 희노애락이 다 담겨 있기에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 그렇다. 무엇이든 좋기만 한 건 없다. 희노애락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할 수 있다. 내가 생각지 못한 일이더라도, 나의 꿈이 아니더라도. 그게 곧 나의 길인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면 버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맞다. 적성이란 다른 게 아니다. 그럼에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개선의 희망을 품고 있다. 내년 독립서점을 열면 사람들과 연대할 기회를 많이 만들 것이다. 독서모임이 될 수도 있고, 글쓰기 모임이 될 수도 있고, 영화모임이 될 수도 있고, 블로그 강의가 될 수도 있고, 원데이클래스가 될 수도 있고, 외부 강사 강연이 될 수도 있고, 유튜브 촬영이 될 수도 있고, 파티가 될 수도 있고, 번개 모임이 될 수도 있다.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느슨히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깊고 진한 관계보다는 얇고 오래 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한결같은 사람. 그리고 나의 독립서점에 그 공간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찾아와 주었으면 한다.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3년 이상 준비하고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수익 창출 구조가 정립되어 있어야 하니까. 나는 이상만 추구해서 현실은 가난한 삶을 살고 싶진 않다. 그 무엇도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한쪽으로 치우친 삶은 고립되고, 성장하지 못한다. 과연 내년 내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나 역시 너무 기대 된다.


-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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