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Oct 24. 2021

36. 프리랜서는 도전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어쩌다 보니 SNS 전문가가 되고자 길을 걷고 있다. 사실 예견된 것인지 모른다. 나는 어렸을 때 리더의 꿈을 꿨다. 무슨 리더인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어떤 집단을 이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단순히 권력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리더가 되기 위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단 한 번도 반장 선거에 나가지 않은 적이 없었다. 되든 않든 매 학기마다 반장 선거에 나갔다. 그 결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각 한 번씩 학급 반장이나 부반장을 했다. 사실 매번 나간 것 치곤 초라한 성적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는 반장이 될 만한 감이 아니었다. 그땐 다 그렇겠지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반장이 되려면 반 친구들에게 신뢰를 받거나 인기가 많거나, 아니면 말이라도 재밌게 혹은 잘해야 하는데, 나는 전혀 그런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땐 그냥 이상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대학교 때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젠 동아리장이나 임원, 기장 등에 관심이 갔다. 실제로 스무 살부터 각종 동아리장, 임원 등을 역임했다. 그것에 굉장히 열의를 다했다. 항상 나는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것만 변화시키면 더 나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음이 있었다. 내 자질과 신망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대학교 땐 주위 선후배, 동기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그게 딱 군복무 시절까지 이어졌다. 군대에서도 분대장이 그렇게 되고 싶었다. 내가 분대장만 되면 모든 부조리를 없애고 모두가 만족하는 분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분대장이 되었고 군생활에서 1년 넘게 분대장으로 생활했다. 군복무 기간이 1년 9개월이었으니까 반년 남짓 빼고는 전역하기 직전까지 분대장으로 있었던 것이다. 다른 부대 사정은 어떤지 몰라도 흔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 욕망이 전역 하고도 얼마간 이어졌지만 서서히 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사라졌다기보다 다른 형태로 발현되기 시작했다. 현실을 깨달은 거였다. 사람과 집단은 내 뜻대로 바뀌지 않고, 나의 진심이 때론 상대에게 폭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과 상대의 방식은 완전히 다를 수 있고,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을 상대에게 강요할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것은 그 강요와 맞서 싸우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들처럼 나의 것을 상대에게 강요한다면 그것은 옳은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더는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운명처럼 그것에 빠져들었다. 블로그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악의적인 비방과 피해를 입히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온전히 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매력에 나는 시작과 동시에 흠뻑 빠졌다. 또 그런 나의 자유로운 모습을 좋게 봐주고 보러 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무척 황홀했다. 내가 얻고자 했던 느낌이 사실은 이런 것이었구나, 나는 '나'의 자유를 원했구나, 그런 것을 느꼈다. 그 자유가 상대에겐 쓸모로 작용했으면 했구나. 그렇게 지금까지 약 7년간 한 주도 빼지 않고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세계 안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SNS는 그런 나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었다. 블로그에 어느 정도 전문성이 쌓이고 나니 자연스레 다른 채널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세계관을 키우고 싶었다. 내년 개업할 독립서점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계획을 하고 확장한 게 아니었다. 그 과정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어느덧 블로그뿐 아니라 카페, 인스타그램, 유튜브, 브런치, 네이버TV, 인플루언서 등을 키우고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왠지 다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자유를 뽐내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한 분야에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르면 다른 분야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고민하는 것이 비슷한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블로그에 전문성이 쌓이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브런치 등에 접근하기 훨씬 쉽다고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그게 잘하는 것으로 꼭 연결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시작하기 용이한 것만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내게 특별한 능력 같은 건 없지만 다행히 꾸준할 수 있는 끈기는 주어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채널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이 나에게 맞는 길이라 여긴다. 다행히 나의 길을 일찍 찾은 것 같아 요즘 일상에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내가 지금처럼 도전을 좋아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그다지 도전을 즐겨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안정 지향의 사람이라 내가 손해를 보는 일은 웬만해선 안 하려 한다. 그래서 일확천금, 한탕주의 같은 도박성 행위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 것은 언제나 큰 손해의 가능성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조금 벌더라도 손해 보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그게 기본 기질이라 도전보단 현실의 만족에 무작정 좇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기질에 변화를 준 건 역시 성공 경험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블로그를 취미 생활로 했고, 이걸로 수익을 거두고 싶단 생각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이게 주 수입원이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일상이었다. 정말 하다 보니 뭐가 얻어졌다. 꾸준함이 알아서 성과를 물어다 준 것이다. 정말 하면 된다. 그 '하면'엔 도전의 가치와 꾸준함의 가치가 모두 들어 있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내 재능은 무엇일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냥 시작하면 되고, 꾸준하면 된다. 진짜 그러면 된다. 유튜브도, 인스타그램도, 브런치도, 카페도, 그런 마음을 갖고 내 속도대로 키우고 있다. 전엔 블로그가 그랬다. 결국 시간과 고민이 쌓이다 보면 누구든 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것을 알기에 조급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나는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이 아니다.


이제 나는 도전을 즐겨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지 자문한다.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포함시킨다. 시간적인 여력이 부족하다면 결코 함부로 도전하지 않는다. 그리고 꾸준하지 못할 것 같다면 과감하게 포기한다. 모든 인내는 견딜 수 있어야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도전들이 빠르게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지 않는다. 하다 보면 조금씩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다. 물론 그러한 당장의 성과 없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건 정말 감사하게도 블로그 덕택이다. 나는 나의 꿈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적절한 균형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완벽히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삶을 지향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21.10.2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