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끝냈다. 나는 모더나를 맞았는데 의사가, 모더나는 2차가 부작용이 더 심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실제로 지난 1차는 열감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난하게 지나갔는데 2차 접종 이튿날 타세놀을 챙겨 먹었는데도 열감과 두통이 있다. 그리 심하지는 않아 평소처럼 카페에 와서 일을 하고 있지만 상태를 보고 오늘은 빠르게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역시 무탈히 지나가리라. 나는 그렇게 굳게 믿는다.
솔직히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국이 이제 적응되었다. 마스크 쓰는 게 크게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 면역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코로나 시국 이후에도 쓰고 다닐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감기나 몸살이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환절기만 되면 필수코스처럼 거쳐갔던 그것들이 말이다. 그리고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병하기 전부터 약속이 많지 않았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 만나는 일이 더욱 줄어들긴 했지만 체감상 그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단지 그냥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모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지난 2년간 거의 하지 못했다. 그게 참 답답했다. 가끔 사람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데. 사실 그마저도 지금은 적응이 되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또 그 덕분에 내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적으로 나는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프라인을 통한 마케팅의 길이 강제로 막히면서 모든 마케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그러면서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 덕분에 나를 찾는 분들도 많아졌다. 아마 그게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수요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업체가 그러했지만 특히 부동산이 변화의 중심에 있지 않았나 싶다. 코로나 전까지 보통 부동산 내방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곤 했던 소비자가 대면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에서 정보를 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부동산에 관심 갖는 연령층이 40대 이상의 구매력이 있는 대상이다 보니 블로그를 통한 소비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게 많은 공인중개사 분들이 거의 등 떠밀리다시피 부동산 블로그를 시작했다. 또 부동산 쪽은 보통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다 보니 관리 대행 업체에 맡기기도 쉽지 않다. 보통 관리 대행을 맡기려면 금전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 그래서 공인중개사가 직접 운영하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 도리가 없던 것이었다. 그 니즈가 고스란히 나에게 왔고 감사하게도 그 덕분에 올해 많은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런가 지금 나는 음식점이 밤 10시에 끝나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물론 자영업 하는 분들 입장에선 속 터질 일이지만 이용자, 소비자 입장에선 10시면 거리가 조용해지고 다들 집에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노는 입장에선 사실 10시는 무엇도 하기 어려운 애매한 시간이긴 하다. 직장인 친구는 보통 밤 6~7시에 끝나는데 그쯤 만나도 금방 10시가 된다. 그래서 이건 나도 하루빨리 풀리길 바랐다. 자정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그러면 범죄율도 크게 줄고 많은 가정의 불화도 사라지지 않을까. 물론 민주 사회에선 특별한 사유 없이 자유를 억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경험해 보니 크게 나쁘지 않은 제도란 생각이 든다.
서울도 11월부터 많은 제약이 풀린다. 이제 '정상'이라 부를 수 있는 그 일상에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온 후의 세상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듯 나는 일상의 정상화가 찾아오고 나서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코로나 시국 전의 모습으로 완벽히 돌아갈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듯 나도 그런 일상은 이제 어렵다고 본다. 앞서 말했듯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한 번 적응된 일상을 잘 바꾸지 않는다. 물론 다른 일상이 압도적으로 더 이점을 준다면 가능하다. 그래서 아마도 변하는 건 변하고, 그대로 가는 건 그대로 갈 것이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그게 맞을 것이다. 나는 또 그러한 일상에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게도 코로나 시국이 빨리 풀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개업할 독립서점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키울 생각이다. 즉 사람들이 머물고 거쳐가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그런 공간은 코로나 같은 감염병은 치명적이다. 사람 냄새가 날려면 기본적으로 사람이 끊이지 않고 복작복작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2022년을 개업의 해로 생각해두긴 했는데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더 이상의 확산세 없이 이대로 코로나와 공존하며 보통의 일상을 누렸으면 좋겠다.
2차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탈히 지나가는 것이 다행이다. 가족도 주변 소중한 사람도 무사히 넘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안타깝게도 운명을 달리하거나 부작용을 겪은 분들에겐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없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나 기후 위기가 여러 차례 발생할 것이다. 그런 예견된 상황 속에서 나란 작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주위에 펼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고, 그에 동조해 따라주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는 평생 프리랜서로 남을 것이다. 언제나 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