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책 간략 소개
<어른은 겁이 많다>, <그때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말>에 이어 손씨의 세 번째 작품이다. 사람의 감정을 정확히 집어내는 그의 특유의 감성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났다. 그의 책을 읽고 있으면 나의 마음이 들키는 듯하다. 내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잘 드러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전 작품에서는 짧은 시 형식의 글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작품(손씨 거리를 두는 사람들)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담은 중단편 산문도 많이 볼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라 그런지 전에 볼 수 없었던 부족함도 많이 드러났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뒤에서 자세히 언급하겠다.
좋았던 점
나와 감성이 비슷해서 그런지 관계에 대한 글은 정말 깊이 공감되었다. 딱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요즘 나는 사람들과 거리 두는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런 글이 많았다. 그렇다.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나 혼자 상처를 너무 많이 받는다. 혼자 마음 아파하는 순간이 많아진다. 적절한 거리를 둬야만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관계가 된다. 나는 그 지점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상대가 좋으면 좋은 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는데, 그게 우리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상대와 내가 모종의 합의를 거둔 그 거리대로 관계를 유지해야만 서로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런 것 상관없이 내 마음과 표현만 중요하면, 관계는 금방 단절된다. 일찍 지치는 사람이 파국을 불러온다. 그런 생각을 최근 깊게 갖고 있었는데 이 책(손씨 거리를 두는 사람들)에서 더 그러한 생각이 굳어졌다.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아 좋았다.
나도 남자라 그런지 몰라도 여성의 예쁜 감성보다는 남성의 솔직한 감성이 더 맞는다. 일상이 예쁘고 아름답기만 한 에세이가 많은데, 나는 그런 에세이보다는 나 자신에 좀더 솔직하고 부족한 부분까지 드러내는 에세이를 선호한다. 이 책(손씨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후자에 속해 더욱 마음에 든다.
아쉬웠던 점
하지만 부족함도 적지 않았다. 일단, 기본적인 글의 완결성이 많이 떨어졌다. 가독성이라든지, 글의 매끄러움, 맞춤법, 띄어쓰기 등에 부족한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뒤로 갈수록 더욱 심했는데, 처음엔 하나둘 세다가 뒤로 갈수록 도저히 체크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작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퇴고를 하고 수정을 했겠지만, 내가 봤을 땐 열심히 고치긴 한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급한 마음에 소홀함을 보인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아니면, 긴 글이 처음이다 보니 익숙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작가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을 계속 쓰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기본적인 결함이 있어 이 책(손씨 거리를 두는 사람들)에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나도 내년쯤 첫 책을 출간할 계획을 세웠는데, 다른 건 몰라도 기본적인 부분은 꼭 챙겨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런 부분에서 놓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교사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인상 깊은 구절
서른까지는 몰랐습니다.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해.
그리고 내 무엇에 사람이 떠나는지
떠나려는 사람을 왜 그렇게 놓지 못하고
나 자신을 낮춰가며 관계를 유지하려 했는지
그럴수록 왜 더 멀어지는지
올바른 관계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과연 관계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는 있는 것인지
그 여유는 어디서 나오는지
살다 보니 이 모든 것은 거리를 두는 것에 있었습니다.
사람 사이 거리라는 것은, 너무 가까우면 부담이 되고,
너무 멀면 식어버리는 불과 같았습니다.
심지어 형제자매에게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도 필요했습니다.
애석하지만 너무 가까워진 사이는 이제 멀어지는 일만 남게 됩니다.
그건 서로가 몰랐던 사이보다 못한 일입니다. p6-7
눈물은 많았지만,
상처가 없어서 마음이 강했던 어릴 때가 그립다.
어른은 마음이 강한 것이 아니라,
단지 괜찮은 척, 그런 척을 잘하는
사람일 뿐이다. p44
사람이 행복감을 느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온한 상태일 때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위해 쟁취하고 뛰어가는 과정에서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외로움은 목적이 없는 삶에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사람이 외롭다 느끼는 것은 꼭 인간관계의 부재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의 불안함 때문에 인간관계에 더 집착하는 것이다. 결코, 외로운 것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가 아니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p56
같이 있을 땐 좋다가도 혼자 있으면 드는 의구심이 있다.
'과연 이게 사랑일까?'
'난 정말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
매번 사랑에 대한 의심이 든다.
그가 어떠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았다기보다.
사실 내 마음에 확신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직 더 좋은 인연이 기다리지 않을까.
아직 나 정도면 내 나이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을 텐데,
나 너무 이른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가짐은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돌이켜 과거의 모든 일을 생각해보면
난 그 많은 기회를 얻고도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다. p143
'스티브 잡스'는 어느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점을 찍으며 살아간다. 나중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그 선이 이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p231
- 손씨 <거리를 두는 사람들> 중에서
돈과 권력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지.
돈이야 많으면 지금 내가 겪는 많은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인간답게 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일까. 느리지만 지금 내 앞의 시련을 거치며 성장해야 성공이 오더라도 욕망에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솔직한 마음도 듣고 싶다. 만약 돈과 권력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지. p228-229
-> 권력이라는 게 뭘까. 일단 대한민국 사회에선 조직이나 집단, 단체의 권한이 세다는 걸 의미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권력을 갖고 싶지 않다. 일단 어느 특정 조직이나 집단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물론 그것이 주는 소속감은 아주 달콤하다. 현재 나는 조기축구회에서 10년간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데, 그곳이 주는 안정감은 말도 못하다. 확실히 집단이 주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그건 심리적인 측면이고, 개인의 성공을 위해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진 않다. 일단 그러한 성공을 성공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만의 성공의 그림은 있다. 나는 내 공간에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꾸준함, 일관성, 단단함, 이런 것들이 내 성공의 요소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단 권력을 갖고 싶지 않다.
하지만 돈은 좀 갖고 싶다. 예전엔 욕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욕심이 생긴다. 한 푼 두 푼 돈을 버는 맛이 있다. 마약 같다. 돈이 있다면, 나는 일적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 투자할 것 같다. 지금 블로그만 운영하고 있는데, 과감히 유튜브 편집자를 고용하여 유튜브 채널을 늘릴 수도 있고, 전국에 강연을 다니기 위해 매니저를 고용할 수도 있는 것이고, 일적으로 좀더 발전하기 위해 돈을 쓸 것 같다. 물론 주변 사람에게 밥 한 끼 거리낌없이 사주고 싶은 마음도 아주 크다. 돈을 버는 목적 중에 하나가 거리낌없이 밥 사기다. 아무튼 돈을 번다 해서, 권력을 얻는다 해서, 내 삶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나는 내가 옳다는 방식으로, 내게 맞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총평
장단점이 명확한 책. 하지만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다소 남는 책. 좀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몇몇 구절은 마음을 울린다. 공감 가는 구절이 꽤 있다. 기본을 지켰다면, 오탈자가 조금 적었다면, 나의 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거리를 두는 사람들)을 아주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겠다.
2020.08.31
작가 정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