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정용하 Feb 18. 2021

무거운 삶의 무게

정용하 에세이



요즘 하도 여러 글을 통해 건강에 대한 언급을 해서 보는 분들이 댓글이나 메시지로 걱정을 해주는데, 사실 그렇게 염려할 만한 상태는 아니다. 단지 두통이 조금 계속 되는 정도. 눈이 뻑뻑하고 가슴이 답답한 정도. 그 정도다. 평소 건강 염려증이 좀 있는 편이라 몸에 이상이 생기는 조그만 신호에도 겁을 먹는다. 또 빨리 개선하려 애쓰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내가 답답한 그거다. 지금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것. 계속 달려야 한다는 것. 내가 여기서 멈춘다면 완전한 '무'를 의미한다. 월급 노동자를 꿈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달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멈추는 순간 수입도 멈춘다.


어른의 삶의 무게는 이토록 무거운 것이었던가. 저마다 삶을 짓누르는 것의 형태는 다르겠지만 그게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겁다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 무게를 이겨내고 어떻게든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문득 대단해 보였다. 그러니까 내 무게만 무겁다고 과연 이게 엄살 부릴 일인가. 우리 모두가 더없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이제 내 삶의 무게를 실감하다 보니 앞서 길을 걸었던 선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힘든 삶을 이겨냈겠지. 편한 삶은 없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은 버겁고 힘겹고 벅차다. 결국 작고 소소한 행복의 기운을 빌려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그 말이 요즘 어느 때보다 와닿는다.


나는 루틴을 사랑한다. 루틴대로 사는 일상이 내게 행복이다. 그리고 하루를 온전히 내가 정한 루틴대로 살기 위해 프리랜서의 길, 더 나아가 독립서점 주인의 길을 걸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에 봉착했다. 내가 잡은 루틴이 버거울 만큼 힘이 든다면? 하지만 밥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한다면? 솔직히 할 것도 하면서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휴식도 가지면서 여유를 부리려고 지금의 길을 걷는 것인데 여유는커녕 매일같이 밤 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판국이다. 나는 그렇게 팍팍한 삶을 꿈꾸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없다. 답은 일의 강도를 낮춰야 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게 쉽지 않다. 다 중요한데 대체 뭘 빼지. 투잡을 그만두고 하나의 일만 집중해서 하면 시간이 좀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바빠질 것 같다. 빈 시간만큼, 그리고 줄어든 수입만큼 뭔가 대체할 것들을 마련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투잡할 때만큼이나 바빠질 게 빤히 보인다.


또 나는 죄다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다.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담을 해줘야 하는.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내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체화하고, 운영하고, 마케팅하고, 상담하고, 돈 되는 다른 일도 해야 하고. 모든 것들을 내가 직접 해야 한다. 같이 할 팀도 없고, 누군가 고정적으로 급여를 주지도 않는다. 그 압박감을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내 일'은 아니지만 한두 가지에만 집중하면 되는 '남 일'을 하게 되는 거다. 그러면 신경 써야 할 게 상당 부분 줄어들거든.


남 일을 하면 또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 현재 나의 일이 버겁지만 누구보다 자유롭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 내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강하다. 또 나에겐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 하지만 그게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거다. 누구보다 많은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나의 일은 모두 내가 처리해야 한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없다. 늘 일은 산적해 있고, 사건은 터진다. 그 수습은 나의 몫이다. 그래서 뭐가 좋다는 것이냐, 좋은 건 없다. 누구의 삶도 버겁고 힘들다. 그냥 현재의 삶을 꿋꿋이 버텨야 할 뿐.


그래도 좀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나는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기로 했다. 또, 건강을 위해 필요한 우선순위도 같이 정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꼭 해야 하는 일만큼이나 건강 습관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9시 이후부터는 절대 일하지 않기, 가 있다. 내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는 과로인데 특히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다. 그것만 개선되면 몸 상태는 금방 나아질 거다. 또, 매일 7~8시간 수면하기. 매일 늦게까지 일하다 잠자는 시간까지 빼앗길 때가 많다. 잠이 부족하니까 피로도 풀리지 않고, 두통이 가라앉지 않더라. 잠만 충분히 자줘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


적고 보니 생각보다 문제가 간단하다. 늦게까지 일하지 않고, 잠을 충분히 자주면 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삶에 직면한 문제가 다 그렇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도 막상 문제를 적어보고 나름대로 방안을 내보면 간단하게 해결될 때가 많다. 그렇게 시도하기가 어렵지, 방안은 간단하다. 즉 나는 늦게까지 일만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해결방안대로 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하자.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자.


생각해보면 두통을 느끼기 시작한 게 한두 달 전인데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사람도 못 만나고 축구를 못 하게 된 시점과 맞물린다.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그 남는 시간에 일을 더 했던 것이다. 그게 어디 나만 그러겠는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좀더 현실로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 그 고민과 노력으로 몸이 많이 상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이젠 새로운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그 방식을 찾아나서야 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할 땐 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과거의 방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새로운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 그건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바로 나를 위해서.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힘든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있는 모두를 응원한다.


오늘의 노래_모범택시의 '쌓일수록'


-21.02.05.













제가 3월부터 본격적인 프리랜서 생활에 돌입하면서 큰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바로 에세이 구독 서비스 '일간 감성인간'인데요! 월화수목금 매일 에세이 한 편씩 메일링 받는 서비스입니다. 한 달에 20편씩 한 편당 500원에 불과한 서비스로, 커피 두 잔만 줄이시면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저의 프리랜서 일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고, 저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적습니다. 신청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 참고해 주세요. 첫 시작인 만큼, 많은 분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관심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믿음을 주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