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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Feb 11. 2022

항상 성장을 선택하는 사람

요즘 일상이 조금 달라졌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다시 시작된 코로나 난리통으로 나는 아이들을 컴백홈 시켰고 가정보육을 선택했다. 그 덕분에 엄마의 시간이 훌쩍 늘어났다. 이럴 때 내가 사수할 수 있는 시간은 딱 하나, 새벽. 아이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해야 내가 하고 싶고 나를 위한 일들을 할 수가 있다. 엄마가 나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 




가정보육과 설 연휴. 그 시기를 기점으로 3주째 나는 아이들과 함께 10시에 잠들고 7시 반에 일어난다. 내가 신생아인가 싶기도 하고, 이렇게 푹 자본 적이 있는지 놀랍기도 하다. 매일 울리는 알람 소리를 듣고도 그냥 끄고 잠을 선택한다. 매일같이 일어나던 4시. 그 시간에 어김없이 알람이 울린다. 일단 눈을 떠 알람을 확인하고 1초도 생각하지 않은 채 끄고 다시 잔다. 1주일이 지나자 4시가 무슨 소용이야, 1시간 늦춰 5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 5시에 일어나도 2시간은 확보되는데 뭘. 4시도 5시도 먹히지 않자 이제는 6시. 그 시간에는 어떻게든 일어나려 슬금슬금 알람 시간을 늦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른 기상을 하지 못한다.




새벽 기상은 나에게 상징성이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 내 일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고 그날 정해둔 일을 느긋하게 처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단정함까지. 하나 콕 집어 장점을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여러 좋은 점 사이에 자기만족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걸 놓으면... 나는 제자리에 있는 사람, 혹은 뒤쳐지는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아서 매일 성취하고 싶었고 차츰 적응이 되어갔다.




그걸 모두 놓아버렸다.




나를 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부지런히 살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던 육아. 그것이 나의 일상에 다시 밀고 들어왔다. 엄마이기에 당연한 몫이지만 아이를 원에 보내는 하루와 함께 집에 있는 하루는 차이가 크다. 24시간 가득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사는 느낌은 7년 전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침에는 아이들과 놀이도 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좋던 컨디션이 딱 오후 1시가 되면 아이들의 행동과 말이 거슬리고 툭 건드리기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그냥 아이들을 원에 보낼까, 괜히 남편에게 긍정적을 답을 기대하며 물어보기도 하고 내일은 또 어떻게 지지고 볶을까 늘 고민한다.




24시간 엄마에 불이 켜졌기 때문일까. 

나는 기본적인 일만 처리할 뿐 더 해야 할 일들을 미뤄두고 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 쓰고 1주일에 한 번 강의하는 일, 틈틈이 책도 읽는.. 이 정도는 해야 내가 무언가 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외 모임을 열고 적극적으로 강의할 곳을 찾아 제안서를 내고 다음 책을 위한 투고도 모두 멈춰버렸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럼에도 마음이 급하지도 자책이 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나는, 머물러 있는 것이 뒤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 어채 우는 성격이었다.




"통화는 자주 못해도 인스타에서 니 이야기 가끔 보고 있어, 내가 댓글 남기면 네가 좀 그럴까 봐 보기만 하고 있어~너답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 그렇게 사는 게 너랑 어울려"

몇 달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의 한마디에 고마움이 느껴졌다. 나답다는 것이 여전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이 나답다니. 아이 키우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적극적인 모습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모습과 비슷하다는 이야기일까. 그렇다면 어느 순간에서도 멈춤보다 성장을 선택하며 살았다는 의미가 맞을까.




1주일에 2편씩 쓰던 브런치를 어느새 1주일에 1편만 쓰고 있다. 한 편이라도 쓰지 않으면.. 진짜 자책하고 후회할까 봐 허들을 조금 낮춰서라도 채우려고 노력한다. 쓰는 시간을 통해 나는 많은 것들을 챙겨갈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말이다. 




조금 느림을 선택하고

조금 쉬어간다고 해서

멈춘 것이 아님을.

이것 또한 나만의 속도,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알기에 조급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오늘도 아이들과 나를 위해서 하루를 채우려는 나를 칭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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