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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13. 2022

더 오래 아가라고 불러줄 걸

더 오래 아가라고 불러줄 걸

"아이고, 아가. 우리 아가~!!"

어느새 나는 둘째를 이렇게 부르고 있다. 벌써 무뚝뚝한 아들, 그냥 내가 먼저 달려가 아기처럼 안아버린다. 둘째는 나를 화나게 하기도 하고 웃게 만들기도 한다. 의도 없이 하는 행동들에 엄마 혼자 기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둘째가 태어나면 더 이쁠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이가 뭐 다 똑같지 둘째라고 더 이쁠 게 뭐람. 워낙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나는 그렇지 않을거야, 혼자만의 반항심이 샘솟았다. 첫째는 매사 무난한 아이, 둘째는 낳고보니 매사 예민한 아이.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감기도 함께 찾아왔고 그 덕분에 돌잔치를 하기도 전에 폐렴으로 입원을 했다. 밤낮 누워서 잘 생각이라고는 없는...손이 정말 많이 가는 아이였다. 엄마의 감정을 늘 건드리고 시험에 들게하는 날들이라 2살까지는 이쁘다는 소리보다 힘들다는 말을 더 많이 했다. 둘째가 더 이쁘다는 말에 콧방귀를 끼며 말이다. 



그런데 3살 4살..점점 커가면서 청개구리가 되어가는 이 아이가 그리 이쁘다.

내리사랑이 자식 안에서도 정말 가능한건가.



우리 집 막내. 첫째와 23개월 터울, 누나와 2살 차이 나는 5살 막내. 아무래도 4명의 가족 중에 제일 사이즈가 작으니까 뭘 해도 귀엽다. 말을 잘하면 쪼꼬만 게 말을 이렇게나 잘하나 싶고, 밥양이 많지 않던 아이가 어느 날 밥을 맛있게 먹으면 어머어머 크려고 하나보다 싶고, 어른들 말에 논리적으로 한 마디씩 따져들 때는 언제 이렇게 자기 고집이 자리 잡았나 싶고. 심지어 어떤 날은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도 귀여워서 눈이 하트로 변해 내가 먼저 아이를 건드리며 "아가 아가" 노래를 부르게 된다. 쪼꼬미의 매력이 이런건가. 아무것도 안해도 이쁘다니.



"첫째도 5살 때가 있었는데 그렇지?"

어느 순간, 5살 둘째에게 아가라고 부르고 있는 내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첫째는 3살이 되자마자 누나가 되었고 어쩌면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제 나이로 대하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그냥 눈으로 봐도 이제는 둘 중에 큰 사람이니까. 워낙 의젓하고 제 일을 뚝딱해내는 야무진 면까지 있는 아이라 첫째에게는 아가라는 호칭이 일찍 떨어져 나갔다. 3살부터 아가라는 단어는 동생의 몫, 음.. 아이는 서러웠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럼 결국, 첫째는 2살까지 그리고 둘째는 5살인 지금까지 아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걸 안 순간 미안했다.

그냥 미안했다.



나도 첫째라 어쩌면 이 아이를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배려는 해줬지만 나 역시도 아이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하고 큰 아이 취급하며 키우고 있는 건 아니었을까. 순간순간 나의 모습을 자꾸만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자꾸만 나한테 안기는 건지 엄마 나 잘했냐고 물어보는 건지- 아이가 그냥 하는 질문들도 "아가"라는 명칭에 대한 미안함과 연결되어 나를 점검해보게 된다.



첫째와 둘째. 딸과 아들. 7살과 5살. 순둥이와 까칠이.

대충 생각해봐도 둘은 차이가 많다. 서열이라는 이름 안에서 느끼지 않으려 하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이미 자리 잡은 생각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 이미지들로 인해 아이들에게 차별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말이다. 내가 주는 사랑의 크기는 무한정이지만, 그 형태는 다를 수 있으니까.

아니, 다를 수밖에 없다. 상대가 두 사람이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가벼워질까.



이제 둘 다 아가라고 부르거나 둘 다 아가라고 부르지 않거나..

무슨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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