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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07. 2022

대신 아파줄 수 없는 엄마의 마음

, 목 단 이틀. 새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는데 갑자기 들려온 선생님의 확진 소식. 목이 잠겨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요일 아침저녁으로 자가 키트를 해봤지만 음성이었고, 다음날 컨디션이 더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한 결과 두 줄을 확인하셨다고 했다.  등원하자마자 이런 소식을 전해서 너무 죄송하다며 쉰 목소리로 전화하신 선생님의 말씀에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누굴 탓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하루에 2번이나 키트를 해보셨다면 선생님은 할 일을 다하신 거지.. 그렇지.

일은 발생했고,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비켜가기를 바라는 것만이 내가 할 일이었다.


토요일 오후, 둘째의 미열이 시작되었다. 해열재를 먹으니 금세 정상체온을 찾았고, 상태도 평소와 같았다. 그냥 봐서는 선생님께 이어받았는지 아니면 어린이집 적응하느라 몸살이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전자의 확률이 크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있었지만 후자만을 믿고 싶었다. 학기초 아픈 경우 많으니까.. 지금이 그 시기니까.

하루 이틀.. 열이 오르고 내리고 반복하다 월요일 새벽 첫째도 열이 오른다. 이건 그분이 퍼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싶었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격리는 있을 수 없다. 그냥 네 식구가 주말 내내 복작복작 생활했으니... 결과는 뻔하다. 둘째가 이틀 시달리던 열에서 벗어나니 첫째가 이어받았다.


집에서 검사를 해봐도 계속 음성이 나오기에 열이 내린 둘째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우리 집에서 제일 증상이 뚜렷하니까 대표로 검사를 하지면서 요 어린 것을 데리 고 말이다. 어른들 틈에 울며불며 코를 내어줬다.

의사 선생님이 검사 키트에 액을 넣었고, 스며드는 걸 쳐다보는 0.1초. 그냥 양성 나오면 좋겠다 아니 그래도 몸살감기였으면 좋겠다. 분명 코로나 같은데 음성이면 또 와야 하는 건가, 어느 쪽을 원하는지 모두 원하지 않는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도 못했는데 이미 결과는 나왔다.

빼박 2줄.   


예상했고 알고 있었지만...

두 줄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왜 하필 요 꼬맹이가, 2년 잘 버텼는데 이제 와서, 거의 2달 데리고 있었으면 더 집에 둘 껄 이 피크 상황에 등원을 시작해서...

지금 상황에 쉽사리 넘어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내 일이 되고 나니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누구 탓도 아닌 걸 알지만 이럴 땐 엄마인 내 탓으로 돌리는 건 본능이다.


두 줄인 키트와 양성 확인서를 들고 보건소에 pcr검사를 위해 줄을 섰다. 검사를 한 번하면 됐지 앞뒤 사람 따닥따닥 붙은 이 긴 줄을 서서 또 아이 코를 찌르는 걸 두 번이나 해야 한다니, 맥이 풀린다. 5살은 엄마 손잡고 다시 검사하려고 줄을 섰고 7살은 열이 나서 아빠의 간호를 받고 있는 이 상황이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마음이 무너졌다.


"내일이면 열이 떨어질 거야, 오늘 밤만 힘내"

둘째는 이제 증상이 끝난 듯하고, 이제 막 시작한 첫째는 해열재에도 열이 그다지 내리지 않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시간 맞춰 약 먹이고 수건으로 닦아주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얘기해주는, 몸을 움직여 보조해주는 것밖에 없다.

"엄마가 나 간호해주는 거야? 고마워"

"엄마가 미안해"

모르겠다, 그냥 미안하다.


열이 오르니 오한으로 춥다며 떠는 아이를 어찌해줄 수 없이 그저 바라만 보는 엄마에게 아이는 뭐가 그리 고마울까.  

내일은 진짜 열이 내릴까.

뚝딱 3일이 지나버렸고, 온통 미지수인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무사히, 그저 바짝 열나고 다시 활발한 아이로 돌아오기를, 컴컴한 방 안 쌕쌕거리는 아이 옆에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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