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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Mar 01. 2022

다시 육아서를 봅니다

이제는 아이 학습

아이가 뱃속에 자리 잡을 때부터 육아서를 들여다봤다. 아마도 많은 엄마들이 인생에 그 시점만큼은 책을 많이 읽었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책도 아니고 육아서. 잘 키우고 싶어서라기보다 잘못되는 일이 없게, 너무 무지하지 않게, 겁먹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그 정도. 자그만 생명이 나에게 왔으니 그 정도는 읽어줘야 할 것만 같았다.



신생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아이가 언제쯤 이유식을 시작하는지, 앉을 수 있는 건 생후 언제인지.. 수도 없이 많은 궁금증들이 책 속에 있었다. 책을 들여다볼수록 엄마의 자격을 갖춘 것만 같았고 "아 이거 책에서 내가 봤지"하며 남편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책으로 먼저 육아를 배웠어요, 그런 모양새로 말이다.



열심히 보던 육아서는 아이가 한 살, 두 살 커갈수록 점점 멀어졌다. 그 책들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책의 내용대로 우리 아이가 크지 않거니와 '모든 아이는 다르다'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점점 초보 엄마는 흔한 육아서와 이별하기 시작했다. 그 시간을 오히려 나에 관해 생각할 수 있고 나의 목마름을 채워줄 수 있는 책으로 채워갔다.




아이는 이제 7살.

나는 다시 육아서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아이를 튼튼하게 키우는 육아서라기보다 아이에 대한 양육, 학습에 관한 책들이라고 해야 맞겠다. 



"나는 아이 공부 못해도 아무 상관없어.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공부 말고 다른 무언가를 발견해주고 찾아줄 수 있으면 좋지. 그런 세상이잖아. 공부로 성공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된다고, 공부에 목숨 거는 거 우리 애들은 안 했으면 좋겠어."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엄마에게도, 몇 년째 하고 있는 말이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가 얼마나 되며, 어릴 때 좋아하더라도 학교라는 시스템 그리고 등수에 낙인이 찍히기 시작하면 공부를 좋아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공부가 재미있어요, 이런 말은 전국에 한두 명 그 아이들만 할 수 있는 말이니까. 성적이라는 숫자 안에 아이를 줄 세우고 싶지 않았다. 학교에서 그렇게 하더라도 나만은 그런 말과 행동 말고 자유롭게 나답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다.



얼마 전, 아이 학습과 생활에 대해 어느 분과 상담을 할 기회가 있었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시면서도 아이들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시적소에 정보를 모아 아이를 아주 잘 성장시킨 분이셨다. 물론 엄마와 아빠도 엘리트이시기는 하지만, 어떻게 학원도 가지 않고 부모가 학습을 잡아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 나도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부러움이 있던 차에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근데 작가님. 아이가 공부를 하고 싶어 할 수 있을 수도 있잖아요. 엄마가 먼저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건 좋지 않아요. 공부는 배제해서도 안되고, 그걸 엄마가 단정 지어서도 안돼요. 공부까지도 아이의 선택권을 주셔야죠"



아차.

아이가 공부를 원할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이 감정은 뭘까?




나는 공부를 즐긴 적도 딱히 잘한 적도 없다. 그냥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을 뿐 공부가 재미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성적도 그냥 보통.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딱 그 정도로 학창 시절을 보냈으니 공부를 잘하고 재미있다는 사람들이 그저 신기하다. 



그래서일까.

아이가 공부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어쩌면.. 오히려 아이가 공부에 욕심이 있으면 어쩌나 그 마음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들으면 웃긴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공부를 잘하지 못한 내가 공부 잘하는 아이를 어떻게 알려주고 이끌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공부를 잘한 부모가 아이 교육을 잘 이끈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오히려 더 채찍질하고 나와 비교하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아이가 간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그런 감정일 것도 같고, 그게 공부가 아니라 다른 분야라면 환영할 텐데 공부라고 하면 나는 조금 뒷걸음질 칠 것 같다, 솔직히.



이제 막 유아기를 벗어났기에 아직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는 아니지만, 곧 학교를 간다고 하니 내가 더 긴장이 되는 건 사실이다. 배움에 대해서 어떤 것들을 기준으로 삼고 아이와 함께 알아가야 할까. 아이가 원하는 길을 가다가 막히면 엄마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 들 때 책에서 답을 찾는 습관, 이번에도 시작되었다. 다시 아이 공부 정서 그리고 나의 공부 정서까지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공부를 하라고 잘하라고 압박을 주는 건 하지 않을 테지만 그 반대로 공부에 대한 부정직인 이미지를 아이에게 전달해서는 안될 일. 나부터 중심을 다시 잡아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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