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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Feb 17. 2022

이제 그만 크면 안 될까?

아이들이 참 많이 컸다고 생각되는 순간

주말 오후, 아이들과 겨우내 못했던 모래놀이를 하러 갔다. 2월 초인데도 이미 봄이 온 듯 햇살도 따듯해서 물에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모래놀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집안에 흩어져있던 모래놀이 장비들을 하나씩 챙기고 바다로 갈 준비를 한다. 어느덧 큰 아이들은 스스로 모래놀이 도구를 생각해낸 탓에 작년 가을보다 짐이 더 늘었다.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다대포 해수욕장. 사람도 적고 백사장도 넓고 물도 깊지 않아서 우리 가족이 애정 하는 바다다. 밀물과 썰물도 분명해서 서해바다처럼 뻘이 생기기 때문에 여름에 그 시간을 체크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부산의 다른 바다와는 차별되는 매력이 있어서 아이 있는 집에 추천을 하고 싶을 정도다.




아직은 사람이 적은 겨울 바다.

넓은 백사장을 가로질러 걸어가 나는 바다 앞에 돗자리를 깔고 해를 등지고 앉았고, 두 아이는 모래 위에 퍼질러 앉아 각자 챙겨 온 장비를 꺼내 놀이를 시작했다. 방금 도착한 것 같은데 이미 바지와 옷소매는 모래가 잔뜩 묻어있다. 얼마나 자유로워 보이는지 저렇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내가 더 마음이 편해진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같이 노는 게 되지 않아서 따로따로 엄마 아빠를 찾아가며 함께 놀아줘야 했는데 이제는 우리를 찾지 않는다. 함께 놀기도 하고 따로 놀기도 하고, 물을 스스로 떠 오기도 하기에 우리는 그냥 수다를 떠는 시간으로 쓸 수 있었다.




참 많이 컸다.

요즘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생각이 많이 든다.

얼른 크라고, 언제 커서 스스로 쉬도 하고 밥도 먹냐고- 한숨 푹푹 쉬며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 이야기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친정엄마가 다 한 순간이라고 하던 말이 이제야 와닿는다. 눈 깜짝하면 다 커서 아쉬울 거라고 지금이 좋을 때라고 하는 말들이 그때는 참 얄미웠다. 남일이니까 이미 다 지났으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지.. 나는 힘들어 죽겠다며 끙끙 앓는 소리를 하며 눈을 흘겼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노래처럼 부르던 얼른 크라는 말 대신에 이제는 천천히 크라고 아이에게 애교 섞인 부탁을 한다.

"엄마, 너희 크는 게 아쉬운데 이제 그만 크면 안 될까?

지금 너무 이쁜데 말이야.

이대로 그냥 엄마 아가로 있자, 어때?"

이렇게 얘기하며 꼭 아이를 안고 있으면 세상 어느 순간보다 행복하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

아이들 1,2살 때는 세상에 나만큼 애정표현 없이 맨질맨질한 엄마가 어디 있나 싶은 마음에 미안하기도 했었는데 아이를 키운 시간만큼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점점 커져서일까. 이제는 먼저 가서 뽀뽀해주고 안아주고 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더 놀란다.




더 크기 전에 더 아쉽기 전에

아이들을 눈에 마음에 사진에 글에

사심을 가득 넣어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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