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혜진 작가 Feb 15. 2022

아이 등원 전 엄마가 나섰다

발도르프 인형

"채아 엄마, 안녕하세요. 제가 6-7세 반 방장이에요! 저희 동생 인형 만들기 시작해야 되거든요. 아이들 등원 전이지만 먼저 나오셔서 같이 만들어요."



아이들이 새로운 어린이집에 3월부터 등원을 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조합원으로 살아보려고 큰 맘을 먹고 옮기기로 했다. 결정을 했음에도 걱정되는 부분이 아직도 있지만,  일단 선택했으니 1년 시간을 잘 보내려고 한다.  어린이집을 옮기는 건 아이의 적응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겠지만, 적장 나는 아이들보다 내가 걱정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을 것 같고 얼핏 보기에 그곳의 분위기는 거의 가족 같은데... 나는 처음 만난 날 어떤 느낌인지에 따라 나는 쉽게 친해질 수도 반대로 몇 달이 지나도 서먹할 수도 있는 성격이다. 그걸 알기에 이동을 결정하면서 아이들보다 내가 더 걱정이라고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를 했다.



아이들 등원도 한꺼번에 하지 않고 며칠에 한 명 씩. 선생님이 아이를 파악하고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다며 띄엄띄엄 등원 날짜를 잡아주셨다. 14명의 아이가 한꺼번에 등원해서 울고불고하는 풍경보다 조금 더 배려가 있어 보인다고 할까. 정원도 적고 새로 오는 아이가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아이 둘은 3월 7일 첫 등원인데, 엄마인 나는 1달 전부터 호출이 되었다.



"아, 안녕하세요"

"채아 엄마 맞죠?"

쭈뼛한 나와는 달리 기존에 엄마들은 친구같이 편한 사이처럼 보였다. 어떤 모임인지 전혀 모르고 본다면 어린이집에서 아이 엄마로 만난 사이라고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아이를 매개로 만났지만 그냥 언니 동생이 되어버린 듯한 그분들을 보는 게 참 낯설기도 했다.



분위기 좋고 수다도 많은 그 사이에 껴서 2-3달에 걸쳐 만들어야 한다는 아이의 동생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발도르프 인형이라고 하던가.. 나는 첨 듣는 용어인데 모두 익숙한 듯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엄마가 아이를 위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드는 인형이고 아이의 애착 인형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싶었다. 이걸 하나하나 바느질과 가위질로 만든다니...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장신 정신으로 만드는 인형이라니.. 혼자라면 결단코 하지 않았을 일이다.



한 번 해본 선배 엄마들을 따라 열심히 인형 머리도 만들고, 팔다리 바느질까지 끝냈다. 이제 2번 만났고 앞으로도 2달 거의 매주 만날 예정이다.









아직 공동육아 어린이집 생활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냥 2주 함께 한 느낌은 엄마들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아이 엄마들과 만나더라도 친구 동생 사이가 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긴 나만 그럴 수도 있다. 조리원 동기, 어린이집 엄마 등 아이를 통해 만나는 많은 엄마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일부러 친해지려고 애쓰지도 않았지만, 결이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고 핑계를 대어 본다. 



보통 아이 엄마들을 만나면 우리 아이의 단점 그러니까 "우리 아이는 이런 점이 부족해, 그래서 채워주고 싶어. 뭘 배워주면 좋을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우리 아이가 이걸 더 잘했으면 하는 엄마의 욕심도 껴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 불편함을 느꼈었다. 물론 우리 아이도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아이가 듣던 듣지 않던 그런 수다를 떨고 온 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경험을 한 후부터 아이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그리고 학원이나 아이 교육이 수다의 다수를 차지하지 않아서 좋았다. 보통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면 아이 한글, 학원, 학습지 정보를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학습지와 태권도, 피아노, 미술 기본적으로 이 중에 1-2개는 모두 하고 있다. 나는 그렇지 않기에... 개인의 선택이라 다른 이의 생각에 반기를 들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내가 말수가 적어지니 서로  불편할 때가 있었다. 모인 시간동안 엄마 각자의 '나'는 없다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가 너무 좋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엄마가 있고 아이가 아닌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는 그리고 아빠까지 자주 등장했다. 엄마 아빠 모두 어린이집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부부 이야기도 많이 등장했다. 이 집과 저 집이 모두 연결된 큰 가족 같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 그런 장면은 신선했다. 



아직 제대로 그곳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여전히 걱정도 설렘도 있다. 어떻게 운영이 되며 엄마의 도움은 어느 선까지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지금은 첫인상이 나쁘지 않다는 것. 

올해 7살 딸, 5살 아들 두 아이와 우리 부부까지 좋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원을 떠나도 인연이 될 수 있는 결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24시간이 즐거운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