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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15. 2022

다시 취직이나 할까

어제는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었다. 알람은 이미 2번이 울렸고, 아이들을 깨워야 하는 마지막 시간. 이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 밥도 못 먹고 나가는데... 알면서도 일어나기 싫고 눈이 자꾸만 감겼다. 밤새 더워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간신히 뜬 아이들과 나는 과일만 간단히 먹고 어린이집에 등원을 했다. 다행히 지각은 면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며 아이들과 헤어졌다. 

'집에 가면 일단 한숨 더 자야겠어'

평소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는 오늘 뭐부터 해야 할지 하루 스케줄을 생각하면서 오는데, 유독 어제는 다시 누워있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일어난 지 1시간이 지나도 몸과 마음이 가볍지가 않았다. 



조용해진 집, 불도 켜지 않은 채 얇은 이불을 하나 펴고 누웠다. '아이고 좋다' 이 말이 절로 나오는 오전 9시 반. 이 시간에 이렇게 누워본 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집어 들고 톡을 확인하고, 인터넷도 보고 블로그를 열었다. 이웃들의 블로그를 오랜만에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나 둘... 관심 있는 분들의 블로그를 열어보며 기분은 더 쳐지기 시작했다.

'나랑 비슷하게 블로그 시작하신 걸로 아는데, 모임이 이렇게 활성화되었나 봐'

'우와, 이런 강의도 하는구나-  부럽다'

'벌써 이웃이 이렇게 늘었네. 잘 나가나 봐'

결국 '괜히 열어봤어...' 이 생각까지.



몸이 무거운 날은 마음이 휑한 날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은 늘 함께 하는 친구인데... 이 상황에서는 좋은 걸 넣어줬어야 하는데 괜히 다른 사람들의 sns를 들여다보고는 부러움과 질투, 급기야 나는 뭐 하고 있나 싶은 자책까지 들었다. 쉬겠다고 누워서는 핸드폰으로 다른 사람들을 엿보다가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이래서 마음이 허할 때는 핸드폰을 멀리 해야 한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지금처럼 행복감이 충만했을 때는 없었고, 요즘 나는 한없이 자유롭고 좋다. 순간순간 행복하다는 말이 그냥 나올 만큼. 내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일을 하고, 시작하고 결국 해내고 실패하고의 반복까지.. 여태까지 내가 생각한 나의 모습은 나라는 사람 전체 중에 극히 일부였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돈. 수입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면 가끔 아니 자주 숨이 막히고 마음이 땅으로 꺼진다. 지금이 단군이래 좋아하는 일로 돈 벌기 가장 좋은 때라고 신사임당이 이야기했다. 맞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사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나타낼 수 있고 같은 취향의 사람이 모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세상이다. 예전 같으면  '그 사람이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 라며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이 자연스럽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 용기내고 꾸준히 실행하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건, 꾸준히 콘텐츠를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하고 어딘가에 나를 홍보해야 하는 일이다. '나 이런 게 해요, 나 이런 사람이에요, 이런 거 할 수 있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나를 이야기하는 행위가 꼭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단 나의 생각과 취향을 나타내야 누군가와 닿고 함께 하는 이들이 생긴다. 이게 이런 삶의 전제 조건이다.

이제 시작하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선택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한다. 모임을 열고 강의를 지원하고.. 그런 과정들이 필요한 다지는 시기에는 누가 더 꾸준히 하느냐/ 누가 더 뛰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한 번의 운으로 반짝 성장할 수 있겠지만 지속되려면 계속 공부하고 시도해야 한다. 



'다시 어디 취직을 할까?

이렇게 해서 언제 돈을 벌어.. 일을 구해서 돈을 벌면서 이 일도 같이 할까?'

답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휘청인다. 회사를 다니면서 대체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시간을 많이 투여해야 되는 생활보다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내 시간을 나와 아이들에게 활용하는 것이 시간이 흘렀을 때 더 가치 있다는 걸 확신한다. 그런데 현실적인 '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 참 작아진다.


 

사실 돈을 주기적으로 받는 위치가 된다면 지금의 일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 지금처럼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모임을 만들고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들 여력이 훨씬 적어진다. 일하고 와서 아이들 케어하는데 에너지를 모두 쏟게 될 거고, 아이들이 자고 난 새벽 2-3시간 남짓.. 또 그 시간에 매달려내 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겠지-그러다 왜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나- 이런 생각에 어쩌면 다 때려치우고 월급이 주는 행복을 누리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게 뻔하다.



고개를 흔들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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