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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혜진 작가 Jul 19. 2022

도서관이 꼭 조용해야 하나요

그'ooo 님 대출하신 자료의 반납일입니다'

도서관 책 반납일은 어찌나 빨리 오는지 오늘도 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라는 톡이 왔다. 책을 빌린 지 2주, 도서관만 가면 대출권수를 가득 채워 책을 빌려온다. 오늘은 뭘 빌릴까-정해둔 책이 없어도 책장을 이리저리 돌다 보면 책 욕심이 넘쳐 생각지도 못한 책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온다. 오늘도 도서관 입구 왼편에 자리 잡은 신간 코너에 서서 책 한 권 한 권 제목과 눈을 맞춰본다. 오늘도 궁금한 책이 쌓인다.



아이 책과 내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 2층에 있는 유아실에 먼저 가서 책을 반납하고 새로 빌릴 책을 검색했다. 찾는 책은 여기가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어린이실에 있었다. 유아실의 단골손님들은 이미 어린이집, 유치원에 가있으니 한가했고 어린이실은 아이들이 제법 있다. 방학이라 그런지 혼자 온 아이들이 많았다. 이렇게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많다니-흐뭇한 미소와 함께 어린이실에 입장했다.



'이쯤 그 책이 있을 텐데...'

찾는 책의 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열심히 똑같은 번호를 찾았다. 

'여기 있다!!'

원하는 책을 집어 들고는 내용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조용히 해~!!"

어른의 언성 높은 말이 들린다. 갑자기 누가 이렇게 야단을 치나 봤더니 반납 책을 정리하던 사서분이 옆 책상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잡담 소리를 제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떠들었나?'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나는 소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사서는 아이들의 소리가 더 커질까 봐 그랬는지 나서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이 불편했다.



'도서관에서 떠들면 안 되는 걸까?'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이다. 책을 읽는 곳은 완벽히 조용해야 할까? 늘 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여기는 어린이실 아닌가. 8,9살이 이용하는 공간이 어떻게 쥐 죽은 듯 조용할 수 있을까. 큰 불로 번질까 봐 작은 불씨를 부리나케 꺼트리듯 조금 새어 나온 잡답을 얄짤없이 차단해야 할까. 여기서 아이들은 책을 읽을 자유밖에 없는 걸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이 공간을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기띠를 하고 도서관에 간 적이 있었다. 초보 엄마인 나의 유일한 낙은 독서였기에 부지런히 도서관을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아이와 함께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메고 도서관에 입장하면서 나는 긴장을 했다. 아이의 옹알이 소리가 클까 봐, 조용한 도서관이 우리 때문에 시끄러워질까 봐 걱정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종합자료실에 들어섰고 책장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옹알옹알 조잘조잘 자신만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는 도서관이야~엄마 책 얼른 빌릴게. 조용히 있어줘~"

아이에게 부탁을 해보지만 아이는 2살. 엄마의 말을 이해할 리가 없다. 한 번, 두 번... 소리를 낼 때마다 아이를 달랬다. 이 책만 찾으면 갈 테니까 조용히 하자고, 1분만 있으면 여기서 나갈 테니까 조용히 해달라고. 똑같은 부탁을 여러 번... 옹알이가 커질수록 내 등이 뜨거워졌다. 뒤를 돌아보니 예상했던 대로 사서가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쫓기듯 부리나케 책을 빌려 도서관을 나왔다. 책이 읽고 싶어서 아이를 안고 갔을 뿐인데 내가 왜 눈치를 보며 대충 나와야 하는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동안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가지 않았다.



왜 도서관은 엄숙한 분위기로 사람을 누르는 걸까.

그저 책을 보러 왔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는 책을 보기도 하고 빌려가는 곳이다. 조금의 소음은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공부를 하려면 종합자료실 말고 열람실에 가면 되지 않나. 왜 꼭 아이부터 어른까지 조용히 있어야 하는 곳인지... 답답한 마음이 든다.



타인을 방해할 정도로 무례하게 수다를 떨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행동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 약간의 잡담은 조금 유예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자꾸만 떠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때 주의를 줘도 된다. 아이까지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이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편해야 사람들이 많이 갈 수 있다. 안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데, 분위기마저 그러니 아이를 데리고 편하게 갈 수도 없다. 옆 사람에게 방해될 정도의 큰소리가 아니면 좀 편하게 이야기하며 책을 읽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이제 막 어린이가 된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도서관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랑 같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이 많아지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그걸 고민한다면 이렇게 단칼에 자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도서관이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약속시간이 남았을 때 부담 없이 들르거나 주말에 아이와 갈 곳이 없으면 여기 가자, 하면서 올 수 있는 그런 곳. 작은 소음들과 자유로운 행동이 허용되어야 도서관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아까 그 아이들도 '도서관 = 수다 떨면 혼나는 곳'이 아니라 '도서관 = 자유롭게 책 읽는 곳'으로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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